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이명박과 한나라당, 그들은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렸다는 많은 것들을 주워담고 있다. 백골단을 다시 등장시키고,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을 부활(오세철 교수 등 체포)시키는 한 편 재벌들을 사면해주면서 노골적으로 국가 경제에 돈을 더 내라는 관치 경영 압박까지 시간이 언제로 돌아가고 있는 지 모를 정도이다. 그러고 보니 말로는 잃어버린 10년이지만, 속으로는 20년쯤은 잃어버린 세월이라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최근 이명박은 그들이 잃어버린 것 중에 하나를 다시 주어담았다.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괴씸한 행태에 대한 가감없는 압박이 그것이다. 마치 국가원수모독죄가 부활하는 듯 했다.

내용은 이렇다. 청량리에서 탈성매매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는 '성매매없는 세상, 이룸'이라는 단체에서 그간 온라인 상에서 상담을 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그것을 홍보하는 웹자보에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실었던 것이 발단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건물인 서울 양재동의 영일빌딩에서 성매매업소 영업 중이라는 것을 풍자하기 위해 빌딩의 업소 사진과 함께 나란히 실은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 업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계약기간(2008년 3월까지)이 남아있어 당장 임차인을 내보낼 수는 없다."라는 말과 함께 재산을 사회 환원한다는 것으로 무마하였다. 하지만 그 업소는 단란주점에서 노래방으로 이름만 바꾸어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시간당 팁 3만원을 주어야하는 여종업원을 여전히 고용하고 있다. 업소의 종업원은 거의 모두 2차를 나간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5월 20일) 성매매의 현실에 맞서 싸우는 '성매매없는 세상, 이룸'에서는 소위 '2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성매매를 고발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고 파문도 컸었던 이명박 대통령 소유 건물의 성매매 의혹을 풍자하는 사진을 실었을 것이다. 거기에 실었던 사진(아래)도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는 것에 불과했다.

◀ '이룸'의 홍보 웹자보에 실렸던 사진(일부 캡쳐). 사진에 보이는 노래방이 문제의 성매매 의혹 업소이다.

이 웹자보는 '이룸'의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몇 군데 웹사이트에 올라갔다. 이 웹자보가 올라간 뒤, '이룸'은 "여성부로 부터 정부지원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이런식으로 하면 안된다"라는 전화를 받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동대문구 담당공무원이 수차례 상담소로 들이닥치기 까지 했다. '이룸'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상담을 위해 드나드는 상담소인 만큼 출입을 자제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담당공무원들은 막무가내로 들어오며 웹자보의 삭제를 끊임없이 요구하였다. 게다가 사무실과 상담소 대표의 개인 핸드폰으로 까지 수시로 전화를 해댔고,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압력을 행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잘 알려진 사실과 대통령 사진을 개제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일이 될 지 '이룸'의 활동가들은 몰랐고,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룸'의 이런 행동이 앞으로 성매매 정책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여성부의 은근한 압박이었다. 사실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이룸'의 활동가들은 고뇌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은 웹자보의 대통령 사진을 빼는 것으로 결정을 지었다. 그 결정이 있기 직전에 '이룸'에 경찰까지 전화를 해서 조사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말까지 하여 '이룸' 활동가들을 경악시켰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과 탈성매매를 위해 활동하는 조그마한 단체인 '이룸'에서 올린 웹자보의 대통령 사진 때문에 여성부와 동대문구 구청의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급기야 경찰까지 전화하여 조사 운운하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제 대통령의 사진은 함부로 할 수 없겠다. 아니, 이제는 '어진'이라고 불러야하나.

신공안정국을 형성하더니 이제는 국가원수를 모독했다고 압력을 가하는 21세기가 8년이나 흐른 오늘이 너무 슬프다.

<포럼 웹자보 수정에 대한 [이룸]의 입장>

"李대통령 소유건물, 여전히 접대부 영업중" [머니투데이]

작성일 : 2008-08-27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