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파일 올리느라 두시간 걸려따 헥헥 +_+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파란 머리 천사 만날 때는 나도 데려가 주렴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면 바쁜데
너는 언제나 공부를 하니 말썽장이 피노키오야
우리 아빠 꿈속에 오늘밤에 나타나
내 얘기 좀 잘 해줄 수 없겠니
먹고 싶은 것이랑 놀고 싶은 놀이랑
모두 모두 할 수 있게 해줄래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장난감의 나라 지날 때는 나도 데려가 주렴
숙제도 많고 시험도 많고 할 일도 많아 바쁜데
너는 어째서 놀기만 하니 청개구리 피노키오야
우리 엄마 꿈속에 오늘밤에 나타나
내 얘기 좀 잘 해줄 수 없겠니
먹지 마라 살찐다 하지 마라 나쁘다
그런 말 좀 하지 않게 해줄래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파란 머리 천사 만날 때는 나도 데려가 주렴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고 독서실 가면 바쁜데
너는 어째서 게으름피니 제페토네 피노키오야
엄마 아빠 꿈속에 오늘밤에 나타나
내 얘기 좀 잘 해줄 수 없겠니
피노키오 줄타기 꼭두각시 줄타기
그런 아이 되지 않게 해줄래


혜은이, '피노키오'. 1987. 5. 



 어릴적에 들었던 동화중 다시 들어보면 기억과 전혀 다른 가사가 흘러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억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증거겠으나, 위 노래 피노키오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내가 놀란 것은 저 노래의 가사가 지극히 지금과 유사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내 생각에 이 노래는 결코 피노키오 동화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꼭두각시 인형'으로서의 피노키오의 특징 하나에만 천착해, 당대의 아이들의 생활을 비평한 사회 참여적인 노래가 아닌가. 노래는 초등학교 저학년 같아 보이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감아 흐른다. 숙제도 많고 시험도 많고 (월말고사들 생각난다) 독서실 다니고 학원에 절어사는 모습. 아이의 자유를 이미 잃고서 억압된 생활을 하는, 너무도 친숙한 모습.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든 생활을 아이들에게, 우리들에게, 모두에게 강요해야만 하는가? 이미 87년에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가사였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생각해 보면 생활과 학업의 고통에 신음하는 어린 영혼들은 비단 지금의 일만은 아니었던 듯 싶다. 다만 지금은 20대가 끝날 때까지도 공부에 시달리게 되었을 뿐이 달라졌을 따름이다. 본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가 아닐까. 우리는 왜 억압당해야 하는가? 동시에, 왜 우리 아이들은 억압당해서는 안되는가?

 이런 생각을 해보자. 우리에게 자유의 권리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최소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정말 최소한 명목적으로라도 우리에겐 자유의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억압당할 자유'가 있는가?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서 난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매우 많은 질문이 그럴 수 있다) 

 가장 소극적으로 자유를 해석한다면 자유는 다만 내 의사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탈받지만 않을 권리만을 뜻한다. 반면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할때의 자유는 독재, 금기, 일상의 파시즘, 기타 모든 방식의 억압을 거부하는 능동적 형태로서 성취되는 권리일 수 있다. 적극적인 자유를 자유라고 믿는 이에게 '억압당할 자유'란 단순한 형용모순에 불과하다. 자유와 억압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억압의 선택권은 자유의 포기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해야할 필요를 갖는다. 반면에 나의 재산과 신체에 부당한 고통을 받지 않을 권리만을 자유라고 믿는 이에게 억압당할 자유란 자유가 가져야 할 선택권의 한 가지 종류로 이해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억압은 그 자체로서는 자유를 해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억압이란, 곧 억압을 통해 야기되는 정신적, 재산적, 신체적 고통이 내가 선택한(즉 부당하지 않은) 고통임을 뜻한다. 이런 사람도 역시 억압당할 자유를 필요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순이라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 어린이들이 독서실가고 공부하고 숙제하며, 살찐다고 못 먹고 운동하라고 내몰리는 모든 류의 억압이 부당한 것이라고 느끼는 것에는 우리의 규범적 선택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그와 같은 '고난의 행군'이 아이들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고 있다는 류의. 혹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시간이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 필요불가결한 것이라는 류의. 내가 보기에 둘은 서로 거의 같은 얘기다. 어린이들에게 일정한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인권이 성취특질이라고 보는 관점이든, 천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이든간에 상관없이) 인격의 발달, 혹은 성인으로서의 성장이 자유를 통해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거나, 또는 교육 등의 특질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런 믿음은 '사짜 직업'을 가져야한다고 자식의 등을 내어미는 부모보다는 고귀하지만, 항상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그렇다. 어쨌든 나는 위의 가사를 들으며, 80년대의 아이들도 그렇게 힘들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매달 보던 월말고사 중간고사에 기말고사와 도학력평가 등 한 학기에 약 10여회의 시험을 치르던 국민학교 시절이 떠올랐었다. 어쨌든 2008년의 아이들도 1987년의 아이들처럼 여전히 독서실가고 학원가느라 바쁜데. 그런 생각의 끝에 며칠전 우연히 마주친 아이들이 떠올랐다.  마을 곳곳에 자라난 감나무며 풀들을 뽑으며  즐기고 있었다. 그 아이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서 나는 아직 푸른 감도 물에 담궈두면 익는다는 것을, 내가 세모신풀이라 부르던 풀을 이 아이들은 빨강풀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강아지풀을 오르내리며 노는 놀이를 여전히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유를 원한다. 우리가 주지 않더라도.

작성일 : 2008-08-20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