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월 1일 오후주시) 영광교회에서 진행된 선거관련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민주통한 시민행동에서 주관한 행사이고 1부는 경남과 인천의 공동정부 사례발표와 2부에서는 강원지역에서 이번 보궐선거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가톨릭농민회의 박수영사무국장이 개인자격으로 발표를 하고 민주당,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서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짧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했습니다. 조금 길더라도 꼭 읽어보시고 보궐선거에 임하는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의 입장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

신영복교수의 글입니다. 짤게 줄여서 ‘함께 맞는 비’라고도 합니다만, 저는 이 말을 들은 것이 신영복교수의 서화집을 본 것이 아니라 기륭전자투쟁에서 자발적인 촛불시민들의 연대모임 이름이었습니다.

이 글을 저는 속칭 ‘진정성’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하려고 한다면 진정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선거연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저러한 말로 치장한다고 해도 민주당과의 야권후보단일화를 통한 선거연합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26일 쌍용자동차 뮤급휴직 노동자의 자살에 이어 28일에는 창원의 희망퇴직 노동자 한 분이 또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금까지 삶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와 가족이 14명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라는 구호가 그저 구호가 아닌 절박한 울부짖음이고 분노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서 어떤 정치세력도 책임 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죽어야하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진행되고 있는 선거연합이니, 공동정부니, 생활정치니 하는 논의가 정말 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지 정치세력들은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운동이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있지만, 이렇게 죽음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만든, 정리해고법안을, 비정규법안을 통과시킨 넘들을 할 수만 있다면 두들겨 패고 싶습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쓴 임승수동지가 말했듯이 “그냥 패는 놈이나 파스 붙여주면서 패는 놈이나 그놈이 그놈인데‘ 마치 전혀 다른 듯이 주장하면서 함께 뭉쳐야 산다는 말을 하는데,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들 중에 과연 노동자와 민중들은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당들은 모여서 논의 했습니다. 마치 자신들이 노동자와 민중들의 생존권에 대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것처럼 “내가 잘 해볼 테니 믿고 맡겨주세요”라면서 정작 노동자와 민중의 요구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연합(후보단일화)을 일방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물론 이런 태도는 노동운동권에도 존재하는 문제들인데 “B급좌파‘김규항씨가 조국교수와 오연호씨에게 ’중산층 엘리트‘라는 딱지를 붙였는데(리버럴한 자유주의자 진중권은 ”딱지 치지 말라“며 발끈하기는 했지만.) 이런 태도는 시민단체들도 비슷한데 ’생활정치‘를 주장하지만 그 생활정치에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은 관심이 없습니다. 마치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다고 자만하면서 노동자와 민중에게 이러저러한 혜택을 줄 것이라며, 자신들이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세력이라며 자임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와 민중은 그러한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는데도, 물어 보지도 않지만. 이러한 태도, 자신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태도, 진정성을 가지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언제든지 헛된 약속을 늘어놓는 태도는 명백하게 ’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산에서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강원도에서는 강원도 땅을 다 파헤치는 대규모 개발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정성이 있다고 봅니까? 사기 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단지 반한나라당이 절대선처럼 주장하면서, 신뢰할 수 없는 말잔치만을 근거로 선거연합(후보단일화)이 이루어진다면 민주당이나 선거연합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인 ‘선거 보이콧’도 염두에 두고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민주노총은 양대 정당에게 선거와 관련한 모든 것을 일임하고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약속할 필요도 없고, 약속을 지켜야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 없이 진행되는 선거연합에 대해서, 그리고 그 중심세력에 대해서 최대한의 실력으로 조직해서 ‘선거 보이콧’을 공식적인 결정으로 만들어 가고 실제로 조직해 들어갈 것이다.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을 무시하고 선거연합을 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분명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마치 역사적 사명을 띤 것처럼 후보단일화를 했는데 분명하게 어떤 약속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이 질문은 시민단체들도 했습니다.)

대략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실제 발언내용과 조금 차이가 있는데, 시간의 제약으로 말하지 못한 생각들을 조금 더 담았습니다. 저의 이런 발언에 대해서 사회자는 발제가 아니라 정치연설을 했다고 코멘트를 달기는 했습니다만...

민주당은 답변하기를 이광재지사가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시간이 부족했다, 조건이 좋지 않았다고 답변을 하더군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첫 불에 배부르랴’는 생각을 하겠지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는 말도 있듯이 만약 이광재 전지사가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지요. 처음부터 당선에 목적이 있었기에 정책협약이니 인수위활동이니 하는 것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고, 그래서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챙기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람을 밀어 넣고 방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언론에 공개된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그 전에 신영복교수도 이번 선거에서는 반한나라당을 주장했다며 마치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선거연합을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약속한 내용은 골프장 문제와 지자체 비정규직문제 등 12개 항목에 대해서 합의를 했고, 당선 이후에도 만나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하였고, 재판 이후에 책임 있게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마치 무슨 밀약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불쾌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답변을 들으면서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대리주의‘의 문제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마치 자신들이 대중으로부터 무언가를 위임받은 것처럼 말하는데 그런 태도야말로 문제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물론 노동운동에도 그런 문제 있습니다. 연대라는 것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실천하고 함께 책임지고 대안을 같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진보정당들도, 시민단체들도 마치 자신들에게 그러한 권한이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런가요? 그런 권한이 그들에게 있을까요? 대중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논의과정에서 이탈해서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는 한 것이 정말 정당하다는 것일까요? (물론 그들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만약 이광재 전지사가 그런 태도를 보였다면 대중에게 공개하고 이광재 전지사가 당초의 약속을 파기하려고 한다. 폭로하고 대중의 분노를 조직해서 강제해야 하는데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후보단일화과정과 마찬가지로 둘이서만 교감하고 약속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운동진영이 단일한 입장을 모아낼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집행이 될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작년처럼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민주노총의 내분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들은 이미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 개별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한나라당에 대한 이야기도 스멀스멀 나온다고 합니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현장 분위기입니다.

결과를 미리 예측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의를 시작으로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봉합한다고 단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합원들이 낮은 수준에서라도 단일한 의지를 모아내고 공동행동을 할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묻지마 선거연합에 대해 민주노총이 강제할 수 있는 실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