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 가르침이나 윤리적 신념에 따라 모든 차별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 있어서 때로는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마다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재능이 다를 수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적합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 아니다. 나는 이런 차별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럴 때는 차별대우가 사회적으로 공정한 처사다. 그러나 만약 차별과 배제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면 나는 이런 차별에는 분명하게 반대한다. 

 얼마 전 교과부가 현재의 부당하게 강요된 서열 위주의 고교입시제도(비평준화)를 개선하려는 강원도교육청의 신청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거부하는 조치를 취했다. 애초에 거부한 이유는 준비부족을 이유로 한 것이었지만, 재차 실무적인 준비를 갖추어 신청을 하자 아예 강원도의회에서 조례로 결정하도록 결정권한을 넘겨버렸다. 보수적인 한나라당이 장악한 강원도의회에서 지루한 공방을 벌이다가 지쳐 떨어져나가기를 노린 것이다. 불공정과 특권의 대명사인 이명박 정권의 교과부답게 정치적 꼼수가 놀랍다.  

 2012년부터 도입될 것으로 많은 강원도민들이 예상했던 고교평준화가 이명박 정부의 교과부와 이주호 장관의 꼼수에 힘입어 일단 무산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한 것 같다. 민병희 교육감이 2013년 도입을 위해 실무준비에 돌입하고 시민사회단체들도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태세다.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겉으로 주장하는 내용은 평준화가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고,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이유는 차별과 특권을 통해 현재의 명문고를 정점으로 하는 학교서열을 강요함으로써 지역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제 공은 강원도의회에 넘어 갔다. 그러나 우려가 크다. 강원도의회의 다수를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고, 특히 교육위원들의 행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육위원들이 선거공약으로 고교평준화를 내걸었지만 막상 당선되자 정반대의 행태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무상급식에 반대하여 비난을 받던 와중에도 대담하게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려다가 언론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취소한 바 있다. 차별과 배제를 통해 특권을 누리는 기득권세력의 행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민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고교평준화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차별과 특권에 반대하는 싸움이 되어버렸다. 부당하게 강요된 현재의 입시제도를 고치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외쳐야 한다. 우리는 모든 차별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배제를 통해 특권을 유지하려는 차별이라면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