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반대한 게 아니잖아요. 먹고 살 방법을 강구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어도 되는 겁니까? 살겠다고 울부짖는 사람들한테 위에서 물대포 쏘고, 아래서 불지르면 죽으란 것밖에 더 되냐고….”

삶이 곧 전쟁이었다. 20일 아침 경찰과 대치 중 6명의 철거민과 경찰이 사망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 5층 건물 앞에서 만난 이 지역 철거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이재환 기자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 모습.

몰려온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일부는 눈물만 훔칠 뿐이었고, 상당수는 맥이 풀린 채 그저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 또 다른 철거민들은 격분한 채 “왜 지금서 오느냐”고 소리쳤다. “사람 더 이상하게 만들거잖아요. 사람이 죽어 나가야 찾아온들 무슨 소용이야!”

하루 반나절 만에 멀쩡했던 이웃들이 화마에 휩쓸려 가버린 모습을 지켜본 이들에게 세상은 전쟁터의 한복판이나 다름없는 현실이었다. 현장 주변에서 처참한 참사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말문이 막힌 듯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용산철거현장 화재사건 시간대별 정리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한 용산철거민살인진압대책위 재구성] <1월 19일(월)> △오전 10시경 : 용산 4가 철거대책위 회원 50여명 건물 옥상에서 농성. 경찰 차량 도로변에 주차 건물 앞 대기. 용역 10여명 건물 2층에 있었음. 시간이 지나며 용역의 숫자는 늘어남. 용산 4지구 안에 용역이 150여명 있었음. △10시 30분 : 전국철거민연합회 산하 지역 철거대책위 사람들 모이기 시작, 경찰이 막고 건물과 골목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함. △11시 20분 : 건물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저지. 건물 맞은 편 길가에 모임. △오후 4시 : 서울시경에서 저녁 10시까지 자진해산을 일방 통고. “자진해산하지 않을 경우 강제진압하겠다” 통보. 용역들이 건물 3층에서 폐타이어를 태움. 항의 함. “협상을 하겠다면서 용역들이 저렇게 하는 것을 그대로 두냐” 항의. 경찰이 용역에 전화 함. △저녁 9시 : 경찰이 계속 해산을 종용. 3층에 있던 용역들에게 경찰 방패를 줘서 들고 있는 것이 보임. △10시 : 서울시경에서 저녁 8시부터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경찰로부터 들음. “모든 것은 용산서를 떠났다. 시경에서 직접 오더를 때릴 것”이라는 말을 들음. △자정 : “대책회의는 끝났고, 새벽 4시에 진압할 것이다”라는 정보를 경찰과 기자들에게 들음. <1월 20일(화)> △새벽 1시 : 용역들이 3층에서 나무, 폐타이어 등으로 불을 질렀으며(1시간 간격으로 3차례, 1시, 2시, 3시)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림. △3시 30분 : 용역들이 빠지기 시작함. △4시 : 용역이 완전히 빠짐. 기존에 있던 경찰병력에 추가 경찰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함. 경찰특공대가 주변에 배치돼 있다가 건물 주위로 에워싸기 시작함. 진압장비(크레인 등)가 들어와서 한바퀴 돌고 빠짐. △5시 : 콘테이너 박스 2개가 들어옴. 물대포 차량이 4개 들어옴. △5시 30분 : 용역들이 건물 앞 15명 정도 다시 배치됨. 경찰과 특공대가 건물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 건물 옥상에도 용역과 경찰이 함께 있었음. 경찰차 15대 정도가 길 건너편에서 차벽을 치기 시작함. 도로 통행을 차단함. 소식을 듣고 와 있던 건너편 사람들을 에워쌈. △오전 6시 : 소방차 2대 들어옴. 경찰이 방송으로 건물을 향해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검거하겠다”고 이야기 함. △6시 7분 : 본격 진압을 위해 물대포 전진 배치 시작함. △6시 15분 : 소방호스로 쏘기 시작함. 최루액을 넣은 물대포 발사함. △6시 30분 : 특공대를 가득 실은 콘테이너를 크레인에 실어 5층 옥상에 2번에 걸쳐 올림. 빈곤사회연대 대형 크레인을 사용해 컨테이너를 걸고 있는 경찰들. 빈곤사회연대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끌어올리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컨테이너가 건물 옥상에 진입하고 있다. △7시 : 첫 번째 크레인이 옥상에 올라가자 옥상에서 진압(연행) 시작. 특공대가 계단으로 사람들을 끌고 내려옴. 빈곤사회연대 컨테이너에서 내려오는 특공대. △7시 20분 : 특공대를 실은 두 번째 콘테이너가 옥상에 올라갈 즈음 3층, 4층에서 불이 붙었고, 망루(5층)에도 불길이 보임. △7시 30분~40분 : 4층에 불이 붙어있었고 3명이 있다가 불길을 피해 창문가로 이동했으며 1명이 난간에 3~4분 매달려 있다가 떨어짐 빈곤사회연대 건물 4층에서 불길을 피하려는 농성자. 빈곤사회연대 빈곤사회연대 불길을 피하려 난간을 잡고 버티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떨어지는 농성자. △7시 45분 : 불붙은 망루가 무너짐. 특공대는 계속 옥상위 철거대책위 회원들을 끌어내림. 당시 옥상 위에는 특공대 20여명이 남아있었음. △8시 15분 : 옥상에 있던 마지막 3명을 특공대가 끌어내림. 빈곤사회연대 마지막 연행장면. △8시 20분 : 특공대가 진압을 완료하고 옥상에서 철수함. △8시 30분 : 소방관들이 옥상에 올라가 망루 해체 작업을 함. △9시 : 망루 해체 작업 중 시신 5구가 발견됐다는 소식 전해짐. *현재(1월 20일 오후) 확인된 연행자는 22명(마포, 용산, 동작경찰서), 철거민 사망자 5명, 경찰 사망자 1명, 철거민 부상자 16명으로 집계

"몸이 떨리고 양심이 떨려서 달려왔다"
사고 접한 시민사회 '용산철거민살인집압대책위' 즉각 구성
저녁 7시부터 용산역 앞 촛불집회 "막개발 정권에 의한 참사"

사고를 접한 각계 인사들과 전국철거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용산대책위)를 구성하고 이날 오후 2시 15분경 사고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 마침 이날 오전 운영위원회 회의가 있었던 ‘민생민주국민회의’ 관계자 등이 모였다.

이재환 기자

각계 시민사회로 구성된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가 20일 오후 2시 15분경 기자회견을 가졌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50년 활동을 하는 동안 이렇게 힘없고, 양심밖에 없는 이들이 ‘학살’당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백 소장은 “새벽에 찌릉소(사나운 소)가 외양간을 들이받아도 뭐라하지 않는 게 우리 조상들이었는데 살겠다고 발바둥치는 새벽 농성장에 찬물을 들이 붇는 것부터 죽어 나가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몸이 떨리고, 마지막 양심이 떨려서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에 달려왔다. 이들은 이 정권이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생을 위해 발버둥치는 서민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며 “무엇이 두려워서 유족도 모르게 시신을 뒤로 빼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철거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정권이 어느나라 정부인가”라며 “민주노동당은 오늘 사태를 공권력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재환 기자

참사 현장에 달려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가슴이 떨려서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라며 “삶의 터전에서 내쫒긴 채 맞은 비참하고 서러운 죽음을 잊지말고,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재자는 엄정한 법집행을 앞에 내세우며 폭력을 행사한다”며 “떼법을 청산하겠다는 명목아래 매몰차고 일방적인 과잉진압이 이뤄진 현실의 대한민국은 이제 야만과 폭력의 시대이며, 이명박 정권은 국민타살 정권”이라고 말했다.

심 공동대표는 이와 함께 내각 총사퇴를 비롯한 김석기 신임 경찰청장의 사퇴, 국정조사 실시 및 용산 철거민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박영미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원통하고 비통한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종부세 논란 속에서 부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 것을 기억한다. 뉴타운 건설로 쫒겨나는 사람들과 굳이 싸우겠다고 한 이들은 정말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었다”며 “더 이상 이 정부에 희망을 걸 수 없는 국민들과 함께 정부의 악덕을 잊지 않고 대가를 돌려주도록 하자”고 밝혔다.

이재환 기자

참사를 당한 사망자들과 함께했던 지역 철거민들은 망연자실한채 눈물을 훔치거나 맥이 풀린채 현장을 쳐다볼 뿐이었다. 기자들의 취재경쟁에도 극도의 저항감을 보였다.

최헌국 ‘예수살기’ 서울본부 총무(목사)는 “이 정권이 결국 국민을 짓밟는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며 “더 이상 이 정부에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용산대책위 관계자들은 3시부터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저녁 7시부터는 용산역 앞에서 규탄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 성명 전문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 몬 살인폭력 정권 물러나라 -사람이 죽었다. 살인적인 강제철거와 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으로 길거리에 내몰린 용산동 4가 철거민들이 목숨을 걸고 생존권을 지켜내고자 했지만 이명박 정권은 이들 철거민 6명의 목숨을 거두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는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겨울철 강제철거는 금지 되어 있음에도 갈 곳 없는 철거민들을 몰아붙인 건설자본에 의한 살인이며, 자신들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위해 저항하는 철거민들에게 특공대까지 투입하며 강제진압을 자행한 공권력에 의한 살인이다. 정녕 이 정부는 이 땅의 민중들을 죽음으로 벼랑으로 내모는 것인가? -전국철거민연합 소속 용산동4가 철거민 30여명은 어제(19일)부터 용산동 4가 5층 건물 점거하고 생존권을 외치며 저항했다. 이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목숨을 담보로 옥쇄해야만 하는 절박한 현실에 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엄동설한에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강제철거를 시 행사를 대신하여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지원한 것도 모자라, 물대포를 연신 쏘면서 협박, 목숨을 위협해왔다. -급기야, 오늘(20일) 새벽 5시 30부터 살인적인 진압작전이 시작되었다. 불과 30여명을 연행하기 위하여 200명 이상의 특공대가 투입되었고 물대포와 쇠파이프를 동원하여 폭력적인 연행이 시작되었다. 경찰은 크레인과 컨테이너박스를 을 이용하여 특공대원을 투입하였고, 무차별적인 진압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폭력연행과 화재연기에 내몰린 철거민들은 건물에서 떨어지는 등 참사를 당하였고 현재까지 확인된 시신만 4구이며, 경찰은 현재 연행자 수 확인을 통한 철거민의 안전확보와 사망자 신원 확인조차 내팽개친 채 이 모든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리는 파렴치한 브리핑을 진행하였다. -용산동 4가 철거민들은 정부와 건설사의 막무가내식 철거행위와 생존권 말살 정책에 대항하여 수차례에 거쳐 책임 있는 이주대책을 세워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그때마다 묵살하는 것으로 일관함에 더 이상 차선으로 방치되는 서민들의 삶을 포기할 수 없어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옥쇄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물러설 수 없음을 선언하고 골리앗 투쟁에 돌입하였던 것이다. 개발로 인하여 삶의 공간이 사라지는 현실 앞에 생존권의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행위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 조차 국가의 공권력을 동원하여 마구잡이로 밀어 붙여 결국 오늘의 이러한 참사를 불러왔다. 지금 사망자의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사망원인파악을 위해 시신을 부검하겠다는 망발을 퍼뜨리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전국철거민연합을 비롯하여 노동-사회단체들은 살인적인 강제철거와 폭력진압이 불러온 이 참사를 엄중히 심판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살인폭력진압에 대해 철저히 규명할 것이며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에도 진상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만약 정부과 경찰이 자신들의 살인행위에 대한 일말의 뉘우침 없이 오히려 철거민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일관한다면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살인정부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엄중히 경고한다. 살인자를 처벌하고 이명박대통령은 유족과 철거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인진압 규탄한다! -살인진압 폭력만행 책임자를 처벌하라 -노동자민중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 퇴진하라! 2009. 1. 20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 일동

"민생파탄, 인권침해... 권력시녀 검경 못 믿어"
경실련 "무리한 재개발 강행 인재" 참여연대 "인권위 진정서 제출"
시민단체 "진상조사단 구성 등 대책 강구, 끝까지 진실규명하겠다"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사고가 난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에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의 경찰의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긴급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진정인은 이명박 대통령,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서울청 경찰특공대장 등이었다.

참여연대는 “용산 강제철거현장에서의 대 참사로 한국 경찰의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다시한번 온 국민은 알게 됐다”며 “이 극단적인 경제위기 국면에서 살아보겠다고 절규하는 영세상인, 철거민, 서민들을 한 겨울에,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해 사망과 부상을 야기하고야 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밤과 새벽에 강제철거와 강제진압을 시도하는 것 자체와 결국 사망과 부상을 불러일으킨 과정과 결과 그 모두가 중대한 인권침해행위임이 분명하다”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경의 조사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인권위가 조사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환 기자

참사 현장에 조화를 다는 한 시민.

경실련도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철거민과 경찰의 사망은 폭력시위의 결과가 아니라 정부가 생계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사업을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려다 발생한 인재”라며 “그동안 수차례 정부가 시행하는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사업 등 주거환경개선사업들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사업보다는 소수의 조합원과 건설사들의 수익사업으로 변질돼 있고, 서민들에게 생계대책이나 주거지조차 마련해주지 않고 법적 요건이 만족돼 있다는 명분으로 강행해 점점 더 열악한 주거지로 내몰고 있는 등 사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음에도 정부는 건설업자들에게 일감을 주기위해 사업을 강행하였고, 결국 오늘의 참사를 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함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이번 사고가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이 있는 발언이 아니며, 자신들이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은 “경찰은 마치 농성하던 철거민들이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대테러부대인 경찰특공대를 콘테이너 박스에 태워 옥상에 직접 투입하고 물대포까지 발사하는 무모한 진압을 시도했다”며 “철거민들이 화염병 등을 준비해서 저항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강제진압을 시도할 경우 대형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음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음에도 경찰은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진압만을 최우선시하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참사는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시민 다수가 사망하였다는 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의 실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진상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므로 민변은 필요할 경우 즉각 전문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 끝까지 진실규명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고 천명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경찰은 자신들의 무리한 진압으로 인하여 벌어진 참사를 ‘불순세력’, ‘외부세력’을 들먹이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자본의 지팡이’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밝혔다.


김석기 신임경찰청장 '직접지시' 시인... 파문 확산
"충돌 예상 최소한 안전보장 없이 진압에만 골몰"
'반민주 반민생 MB드라이브' 반발 제2촛불 주목

한편 경찰은 20일 용산경찰서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김석기 신임 경찰청장이 배석한 19일 오후 7시 대책회의에서 특공대 투입을 청장이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내 중심에서 ‘테러’라고 할만큼 과격한 시위가 있어 어둠이 걷히는 시기를 택해 빠른 해결을 모색하려 했다”고 언급했다. 또 “(농성현장에) 시너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시너가 화염병에 의해 발화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행자 28명 중 7명이 재개발지역 세입자였으며 나머지는 외지인”이라고 밝혔다.

이재환 기자

지역 철거민들이 달아놓은 플래카드 밑을 지나가는 경찰들.

경찰은 일단 과잉진압 여부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을 지켜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철거 세입자들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상황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추락사고 안전장치 등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대응이 진압에만 집중했을 뿐 안전사고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분석이다. ‘그렇게 강경할 줄 몰랐다’는 경찰의 입장이 빈곤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또 “기본적으로 이번 사건은 공권력이 개입할 정도의 명백하거나 현존하는 사회위협이 아닌 사익의 분쟁이므로 개입해선 안되는 경우”라며 “농성 시작 24시간이 채 안돼 경찰이 진압에 나선 것은 사실상 참사를 예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지켜야할 정부가 시민과 경찰이 함께 죽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그 기본적인 이유를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지목했다.
때문에 이같은 무리수 정황에 신임 경찰청장의 강경 기조가 한 몫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석기 신임경찰청장은 지난해 미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당시에도 어청수 전임 경찰총장과 보조를 맞춰 강경 기조를 놓지 않았다. 특공대 투입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그가 최단명 경찰청장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사망사고의 직접 원인 등에 대한 조사가 더 남아있지만 경찰의 ‘토끼몰이’식 무리한 진압이 이번 사태를 부른 바탕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 정부의 반민생 개발 집중 기조가 궁극적 원인 제공자라는 비판도 높다. 

이와 관련 한승수 국무총리는 20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무총리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불법폭력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어느 누구에 의한 것이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 농성자들이 참사의 책임주체라는 여운을 짙게 남겼다.

즉각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선후를 못 보는 무책임한 발언’이란 비판을 받으며 극심한 경기위기 속에서 민생을 외면한 일방적인 특혜성 개발정책에만 몰두한다는 기존 우려와 논란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 되고 있다.

당장 20일 저녁부터 용산역 앞에서 ‘촛불’이 밝혀진 상황은 용산 참사가 반민주, 반민생 질주에 반발하는 민심이 결집하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의신문 / 이재환 기자

작성일 : 2009-01-22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