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한 대형마트에서 4년간 계산원으로 일해온 주부 김미성(43)씨는 얼마전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자녀의 학원비라도 벌어 볼 요량으로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하루종일 단 10분도 앉을 수 없는 근무환경 탓에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측에 의자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려워 고민이 많다”고 했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주부들의 재취업 직종이 서비스 및 판매직에 편중돼 있어 이른바 ‘서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의 현황과 대안을 살펴본다.
◇ 서서 일하는 근로자=비정규직 여성근로자?
강원통계정보에 따르면 도내 취업자 수는 68만8,000여명이다.
이 중 여성 취업자 수는 29만4,000여명으로 전체의 42.7%를 차지한다.
남성 취업자와 비교해 약 10만명 적지만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남성의 두 배 이상 많다.
전문직 및 사무직에 비해 근로환경이 열악하거나 비정규직 등으로 일하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남성의 경우 서비스 근로자 비율은 남성 근로자의 18.8%로 7만4,000명이지만 여성은 여성 근로자 수의 40.8%에 달하는 12만명이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
서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도내 통계는 아직 나와있지 않으나 노동부 등은 이들 서비스직 종사자의 약 30%가 대형 할인마트의 계산원이나 판매원, 백화점 근무자 등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수는 20만4,0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객에게 ‘친절함’을 최대한 베풀어야 하는 이들은 하루종일 단 10분도 앉을 수 없이 최대 8∼10시간을 꼬박 서서 근무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 ‘우리도 건강할 권리가 있다’
원주의 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일하는 심모(47)씨는 한 달 전 허리통증을 참을 수 없어 결국 일을 그만뒀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일을 그만두면 당장 자녀의 대학등록금도 마련하지 못할 형편이지만 더이상 일을 할 경우 허리디스크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심씨는 “하루 10시간을 꼬박 서서 손님들을 상대해야 해 다리가 퉁퉁 붓는 것은 물론 허리에까지 무리가 왔다”며 “일해서 버는 돈보다 디스크 치료비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문제는 비단 심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유통·서비스업계 근로자 1,4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 비정규직 차별 및 노동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8.4%가 허리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질환을 앓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52.7%에 달했으며 하지정맥류 질환자 또한 47.4%에 달했다.
또 의자가 없는 곳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기 때문에 이들은 자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틀어지는 등 산부인과 질환이나 하지정맥류에 걸릴 확률이 일반 사무직 여성근로자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할인마트 계산원, 앉아서 손님 맞을 수 있을까
서서 일하는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사회이슈로 떠오르자 노동계는 실태파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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