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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먹거리운동](6)강원도 로컬푸드의 모범 원주생협·새벽시장

◇원주천 둔치에서 열리는 새벽농민시장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가장 먼저 닿게 되는 원주, 북원주 IC가 위치해 있는 호저면은 여느 농촌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얼핏 마을 풍경만을 보고 판단한다면 특별함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곳은 원주 ‘로컬푸드 운동’의 시발지이며 ‘요람지’라 할 수 있다.

원주생활협동조합이 로컬푸드 운동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로컬푸드 운동의 양 주체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조합원으로 공존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농업인새벽시장협의회가 운영하고 있는 ‘새벽시장’도 원주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원주생협, 생산자·소비자조합원 각 250명·850여명으로 구성
농민장터는 ‘소통의 장’ … 상호간 신뢰와 요구사항 주고 받아
원주천 새벽농민시장도 모범사례 … 생산자실명제 등 의무화

원주생협은 1989년 당시 농민 조합원 중심의 호저생협(소협)으로 출발했으나 생활협동조합법 제정으로 2000년 소비자와 농민이 함께 하는 생활협동조합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현재 생산자 조합원 250명, 소비자 조합원 850여명으로 구성돼 이들 간 농산물 직거래 사업을 통해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산리 생협 사무국 아래 컨테이너로 설치된 물류센터는 쌀, 채소, 과일 등 농민들이 재배한 지역 농산물이 1차적으로 집결되는 곳이다.

이곳으로 일단 들어온 농산물은 검수 포장 등의 과정을 거친 후 수도권 생활공동체인 두레생협에 전달되며 지역에서는 친환경농산물로 단체급식을 하는 상지대에 공급된다.

로컬푸드 운동의 또 다른 큰 주축인 소비자 조합원들은 단구동에 있는 원주생협 친환경농산물 매장을 통해 생산자 조합원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특히 매주 금요일 매장에서 열리는 농민장터는 인기가 높다.

장터에서는 생산자가 농산물을 갖고 나와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무엇보다 농민장터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소비자는 생산자에게 농산물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어 품질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고 생산자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제철 농산물의 공급량이 그리 많지 않는데다 생산량의 15%만이 지역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원주생협 노윤배 사업부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도를 높이면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며 “지역 농산물을 통합·관리하는 ‘친환경농업인연합회’ 구성을 추진하는 만큼 이를 통해 지역 소비를 늘리고 나아가 로컬푸드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주교와 봉평교 사이 원주천 둔치의 새벽,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초겨울 바람에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든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채 켜지기도 전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여기서 열리는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내다 팔려는 농민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온 신선한 농산물을 사려는 이들이다.

매년 4월 중순부터 원주교∼봉평교 사이 원주천 둔치 6,250㎡ 부지에서 열리는 ‘새벽농민시장’은 지역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농민들에게는 수확한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새로운 판로를 제시해주었고, 지역민들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새벽시장에서는 신림과 판부, 소초 등 원주 지역 500여명의 농민 회원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새벽 4시부터 오전 9시까지 판매한다.

1994년 문을 연 이후 15년이 흐른 현재까지 지역 농업인과 소비자들을 직접 연결하며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지역 농업인들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새벽시장의 현재 회원은 원주 지역 내 457명.

이들은 4월 중순부터 8개월간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가져와 판매하며, 판매되는 전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자실명제’와 ‘원산지표시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불량 농산물에 대해서는 곧바로 리콜제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들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새벽시장은 하루 평균 800여명의 소비자가 찾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0억원이 넘는 실적을 올렸다.

새벽시장에서 만난 한 농업인은 “재배하는 쌈채류 전량을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이제는 단골 고객도 많아 판매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자랑했다.

단구동에서 식당을 한다는 김경선 씨는 “일반 매장에서 파는 농산물보다 10∼20% 저렴한데다 농업인들이 직접 재배한 싱싱한 농산물을 살 수 있어 거의 매일 들르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연간 2,000만∼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새벽시장에 참여하려는 농민도 매년 50여명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새로운 활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한 먹거리운동]"로컬푸드 운동의 제도화 필요하다"
우영균 상지대친환경유기농센터장

‘상지대 국제친환경유기농센터’는 원주 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농림부 장관 출신인 김성훈 총장이 취임하던 2005년 설립된 후 유기농 연구와 보급의 메카로 자리 잡아 오고 있다.
2006년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농림부로부터 ‘친환경농업 바우처’ 교육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원주의 유기농업 성장과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상지대 우영균 동물자원학부교수는 “센터에서는 유기농업과 관련된 교육, 농법과 가공·유통 등 각종 기술개발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친환경농업 확산은 궁극적으로 로컬푸드 운동과 연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작업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은 세계적인 무역 자유화의 흐름속에서 지역농업의 보호와 소비자 건강, 환경보전을 지켜나가는 데 매우 유효한 이론”이라며 “센터는 지역에서 로컬푸드 운동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생산자, 소비자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로컬푸드 운동은 생산자 주도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생산자와 함께 가는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 교수는 “로컬푸드의 정착은 지역 거버넌스에 의한 지역 중심의 식량자립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특히 정부정책으로부터 소외받아 왔던 지역을 활성화하고 주민자치를 통해 농업·환경·지역 살림을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제도화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차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