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나가노 생활클럽 생협분들이 춘천에 다녀갔습니다.

춘천생협과 춘천사회경제 네트워크 분들이 함께 손님맞이했습니다.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데

두 나라는 무엇 때문에 좁힐 수 없는 먼 나라일 수밖에 없는지,

또 앞으로 두 나라는 무엇이 가까워져야하고

무엇을 함께 해야 하는지 여러모로 생각해보았습니다.

2.

아시아 황인종이면서도 '미개국'동양인임을 부끄러워하며

서양문명의 풍요와 과학 발전에 넋을 잃은 채,

서구문명이 자연을 약탈하고 이웃나라를 유린해서

이룩된 야만의 문명임을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철저히 서양문명의 주구가 되고 본받고자

동아시아에서 패권주의를 내세우며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키고

동아시아 근대사에 씻지 못할 죄를 진

일본 지배계급과 자칭 개화 선각자들.

그들은 작은 미국화를 꿈꾸며 자자손손

대물림하여 일본 사회를 장악하고

미국의 우산아래 한국전쟁 때 전시 호황을 누리며,

일본국민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물량화에 성공하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을 이룩합니다.

그리하여 종신고용, 중산층의 천국의 나라를 만들어

물신의 품에 자국민을 안겨줍니다.

넘치는 물신은  정경유착 등 극심한 타락으로 이어져

일본 섬 전체 해안선과 시골 촌 구석구석까지 시멘트로

쳐 발라대는 토목공사의 왕국으로 변하고 이는 곧바로

거품으로 이어져 장기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또 극우정권들은 자위대 부활과 군비확장을 꾀하며

군국주의 망령의 허깨비 놀음에 깨어나지 못한 채

군사적 팽창의 야욕을 부리며 동아시아 평화 질서를

참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저물고,

신자유주의 시대가 종말을 보이면서

일본 국민의 종신고용의 철 밥통 그릇과

중산층의 신화는 깨어져 간다고 합니다.

자민당의 몰락이 예상된다는데 극우 지배세력들 밑에서

살아온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들풀처럼 꿋꿋하게 버텨왔고

그들의 풀뿌리 생활자치는 불황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3.

일본 생협은 50-60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생협 분들은 중앙 집권화된 경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쓰고 버리는 과잉생산-소비의 시대’를 성찰하면서

유기농업의 부활과 생활자치 운동을 꿈꾸며 실현해왔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생활클럽 생협은 협동조합 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조합입니다.

1960년대 후반 도쿄의 주부들이 우유를 공동구매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구매품목이 의류, 화장품,

식품 등으로 점점 확대가 되어집니다.

70년대에 들어서는 농민들과 쌀을 직거래하고

호수와 강을 오염시키는 합성세제대신 가루비누를

쓰기 운동을 전개합니다. 여성회원들은 세제의 위험성을

지방정부에 제시했으나 남성의원들이 거들떠보지 않자

정치의 참여를 절감하면서 ‘정치는 생활에서’ 기치를 내세우며

독자세력으로 정치에 들어섭니다.

수도권에서만도 30-40명의 의원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 방문한 분들은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 현에 있는 나가노 생활 클럽생협 분들입니다.

나가노 생활클럽은 매장중심이아니라

물류센터에서 직접 공급하는 배송체계입니다.

배달방식은 배달의 효율성과 회원의 상호교류를 높이고자

집집마다 배달이 아니라 ‘반’을 이루어 공동구매 하는 방식입니다.

반에는 반회가 구성되고 회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조합의 중요한 구성단위가 됩니다.

출자 규모는 꽤 큰 편인데 우리 돈으로 150만원 규모입니다.

정기적으로 증액 출자하여 연말에 현금배당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들이 이제까지 50여 년 동안 버티어 온 것은

조합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규모화에 성공해왔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40주년 행사에 자신들의 지난 과정을 회고하며

이제 할머니가 된 여성 조합원분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극우세력과 자본주도의 세상에서

깨어 살아있는 주권의식이 높은 민주시민 되기가,

자치와 자립구조를 갖추는 지역생태 소비자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4.

투기와 부동산으로 성장한 신자유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어디로 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지만

다가오는 시대는 ‘협동과 호혜’의 시대가 되어야

자연도 살고 사람도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협동 조합운동이 빛을 밝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방문한 분들은 춘천의 사회경제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도 많이 하더군요.

어쩌면 일본이 또 우리보다 더 빨리

새 시대를 준비하고 맞이할 줄 모릅니다.

그것은 생활자치 영역이 우리보다 더 광범위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주 모시듯 하는

극우세력들의 뒤늦은 각성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가도 한참 잘못가는 현 정부를 보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힘은

일상생활에서 깨어있는 주권자, 소비자의 실천일 뿐인 듯싶습니다.

작성일 : 2009-03-04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