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어지럽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이너스 성장률, 자영업자들의 잇따른 폐업, 청년실업 문제, 미네르바 구속, 용산참사 등 암울한 소식들이 계속 들려옵니다. 심지어 오늘은 연쇄살인범 강모 씨의 뉴스까지 나오고, 북한 정부는 이명박 때문에 열 받았는지 이제까지의 정치/군사 협약을 다 무효로 하겠다고 하네요. 아, 정말 이게 뭡니까? 

요즘 워낙 큰 사건들이 많다보니,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도 좀 묻혀버리는 듯한 소식이 있습니다. 

강원도에서도 교사들이 “짤렸”답니다. 강원도 교육청이 동해교육청 관내 북평초교와 청운초교의 교사 3명을 파면하고 1명을 해임했다는군요.

‘일제고사를 치기 싫은 학생들은 시험 안 쳐도 된다’고 했던 교사들이 서울시 교육청에 의해 파면/해임되었다는 이야기는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정택이가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강원도에서도 교사들이 파면되거나 해임되었다고 하네요. 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견책이나 감봉, 정직도 아니고... 어떻게 한방에 파면/해임입니까?

지금 대통령이 이명박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요?

노무현 집권 시기였다면 적어도, 파면이나 해임까지는 아니었겠지요.

아니, 이명박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었다면 전국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응시해야 하는 이런 ‘일제고사’가 애초에 시행되지도 않았겠지요.

노무현을 참 많이도 싫어했었는데, 요즘은 차라리 그가 그리울 정도입니다.

교육과 관련하여 얘기를 좀 하고자 합니다.

(이명박이 우리나라 교육 완전히 말아먹고 있는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고, 오늘은 우선 원론적인 얘기부터 할게요.)

“가난한 집 자식들은 서울대 못 간다.”

너무 심한 말인가요? 아니, 이 명제는 진실입니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지요.

이제 개천에서는 용(龍) 못 나옵니다. 거의 못 나옵니다.

물론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속담처럼 아주 가끔씩 예외는 있지요.

(언론, 특히 보수언론은 그런 예외를 찾아내서 부각시키는 데 아주 귀신같은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왜 있는 집 자녀만 다닐까』(권선무 지음, 바다출판사)라는 책에 좀더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만, 여기서는 EBS 지식채널 e에서 봤던 내용만 인용합니다.

1970년대, 간부급 회사원 자녀와 농/임/어업층 자녀 100명 중 각각 12명씩 서울대 입학.

1990년대, 농/임/어업층 자녀 100명중 2명. 2000년대 이후에는 100명중 1명 이하 급감.

2007년, 신입생 100명 중 60명은 상위 20%에 속하는 고소득층 자녀.

저소득층의 13배. - 장학금을 신청한 신입생 1,463명을 바탕으로 한 통계.

서울대 신입생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신입생 81.2%가 “나는 중상류층...”이라고 답했습니다. - 2006년 신입생 조사.

사회 양극화 시대... 자본주의 사회가 극심한 빈부격차에도 불구하고 정당화되는 주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혹은 믿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배워 왔습니다. 평등은 ‘결과의 균등’이 아니라 ‘기회의 균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과연, 기회는 균등한가요?

잘 사는 집 애들과 못 사는 집 애들의 기회가 과연 균등한가요? 서울대 신입생들의 출신성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결과의 불평등' 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은 보기 어려운 반면, '교육을 통한 계급 재생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부잣집 자식들의 아이큐가 높아져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 리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부잣집 자식들과 가난한 집 자식들간의 교육 기회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는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이기도 하고 '가능하면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게 좋다'는 사회 분위기(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부잣집 자식들과 가난한 집 자식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 조건이 너무 너무 다릅니다. 가난한 맞벌이 부모 밑에서 겨우 밥만 먹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부잣집에서 쏠랑쏠랑 영어 들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의 기초 학력이 어떻게 비슷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그러한 현상을 완화시키라고 국가가, 정부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출신성분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부잣집 애들 못지않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게 바로 국가의 책무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입헌국가, 법치주의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헌법부터 제대로 지켜야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을 다시 돌아봅시다. 과연 모든 국민에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균등하게 부여되고 있나요? 

‘공보육, 공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기초 학습 능력이 형성되는 유아기가 중요합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초등학교/중학교 의무 무상 교육, 이것만 갖고는 '교육을 통한 계급 재생산' 현상을 완화시킬 수 없습니다. 일단은 공공 탁아시설, 공공 유치원을 대폭 확충하고 공공보육시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건 교육문제 차원뿐만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부잣집 아이들의 기본적인 학습 능력을 결코 따라갈 수 없을 테니까요.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대학)까지 무상교육하는 게 우리의 꿈이었지요. 그리고 아무리 무상교육을 해도 '내 자식은 명문대 보내야 한다'고 사교육비 엄청 쏟아부으면 무상교육의 의미가 거의 없어지니, 학벌체제와 대학서열화 구조를 깨뜨리고 대학평준화를 달성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지요. 휴... 근데 점점 더 이게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대학평준화, '대학까지 무상교육'은 커녕, 그나마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온 '고등학교 평준화'도 모두 다 부서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다음에 계속)

작성일 : 2009-01-31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