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등치 큰 기업, 은행들이 대책없이 몰락하는 세상입니다.
몸집 키우기가 해답이라고 해서 모든 규제 풀어주었더니
이제 그 몸집을 감당하지 못하고 몰락해 갑니다.
거품이 꺼져가면서 우리 삶, 우리 자식들의 생활에
얼마나 큰 시련이 혹독하게 닥쳐올까요?

우리 아이는 고2입니다. 요즘 청년들이
일자리다운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지라,
또 불황이 끝이 어디인지 가름하기조차 어렵기에,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서 졸업한다해도,
실업의 그늘을 벗어나기란 몹시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런 식입니다.
“실업자가 되어도 걱정마라. 너가 무능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자책말라”
그러면서 저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합니다.
“대학 학비, 생활비 등 모두 ‘투자’한 그 결과가 최악이 될 듯싶으니
대학을 가지 않으면 좋겠다.” 현실적 계산의 말입니다.
“10년 뒤 식량을 돈 주고 살려고 해도
살 수 없을 지경이 올지도 모르니
지역에서 농부 아저씨들 밑에서 10년 수행한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배우면 너 밥벌이는 하지 않겠느냐”

이런 말을 하면 아들은 매우 언짢아합니다.
자기는 컴퓨터 관련 공부를 꼭하고 싶은데
아버지가 대학을 가지 말라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지요.
물론 내가 농부가 되라고 말을 하지만 아들이 대학가고 싶다는데
그 뜻까지 묵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내가 부모 뜻대로 살지 않고 내 뜻대로 살았듯이,
아들도 자기 뜻대로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가겠지요.

2.
아들이 대학을 안가면 좋겠다라는 제 생각이
대학 보내보지도 않고 미리 앞날을 걱정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여러 모로 의미는 있는 듯싶습니다.

우선 아들은 자기가 공부하기 힘들어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해도
아버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박수를 칠 사람이니까
정신 차려서 자기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하는 듯싶습니다.

부모인 내가 가지는 의미는
요즘 아이들 공부가 투자나 다름이 없는 마당에
투자한 만큼 나오지 않고 실업자 자식이 될 때
그 낭패감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미리 마음을 다지는 것입니다.
부모 스스로 아들을 ‘불효자식’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들에게 주문합니다.
‘너가 정 가겠다면 아무리 험한 세상이라도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 없겠느냐. 너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주 치밀하고 정성껏 해라. 한 눈 팔지 말고 야무지게 해라
그러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

3.
인구의 절반 이상을 농업이 품어 안아
풀뿌리 경제가 뿌리내려 외풍에도 영향을 덜 받았고,
아버지가 농부였기에
그 아들은 당연히 농부로 대를 이었을 당시의 
젊은이들은 지금 청년들처럼 일자리로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농업은 서로 돕고 일 할 수밖에 없는 협동의 일이라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호혜질서 체계인
마을공동체 성인의 한사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성년식이 나이만 먹어 치루는 의식이 아니라
일과 사람관계에서 명실상부하게 어른 됨을 축하하는 의식이였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혈기왕성한 청년기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하고
그 속에서 자기 본분을 다 해 갔던 것입니다.
한 개체 구성원과 공동체가 모순과 갈등의 불협화음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상생관계였던 것입니다.

4.
협동조합 활동이 삶이자 생활인 이탈리아 볼로냐.
시민들이 장을 볼 때 이용하는 곳은
대기업 대형마트가 아닌 지역협동조합마트입니다.
판매되는 상품의 70%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입니다.
조합원들이 조합마트에 지출한 돈은 경제의 핏줄이 되어
지역에 재투자되어 선순환합니다.

또 협동조합의 천국 스페인 몬드라곤 도시.
은행, 대형마트, 제조공장 거의 대부분 일터가 협동조합체계로
주민 대부분이 참여하고 주인 노릇을 하는 몬드라곤 도시.
그곳 젊은이들은 약 4천만원의 출자금을 들고
지역조합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물론 그 젊은이들은 돈을 다 마련하지 못해 조합에 들어가서
일하면서 갚는다고 하지요.

4천만 원이면 우리 자녀들 4년간 대학학비입니다.
이 돈을 돈벌이에 급급한 대학에 쏟아붓지 말고
지역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만들기에 집중 투자하여
우리 지역을 자생력있고 생존체계가 구축되는 도시를 만들면
우리 자식들이 실업의 고통에서 헤매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지역 물품 소비하고,
직거래 ‘생명밥상’ 농산물 회원되고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사업에 출자하고
지역 유기농업 살려내고,
지역 사회경제 네트워크 망을 뿌리내리는 일은
곧 우리자식들을 살리는 길이요,
우리 자신을 구원하는 일다운 일입니다.

작성일 : 2009-04-02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