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면 찬반으로 쉽게 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연히 소위 진보진영이 그 한쪽을 차지하게 마련이고요. 근데, 찬반으로 쉽게 갈리는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자신의 주장만이 아니라 상대의 주장까지 두루 살핀 후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쫓는 가치만을 성급히 내세우다보니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과거에는 어느 한 ‘편’에 쉽게 서곤 했는데, 이제는 좀 머뭇거리고 그렇습니다. 사회문제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깊이 들여다보지 않은 채 자신의 이념적 기준에만 의지해서 어떤 입장을 선택할 만큼 그렇게 간단치 않으며 또 보다 많은 지식과 노력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문제들이 결국은 이념이나 가치의 문제로 모아지고, 또 모든 사람들이 전문가 수준에서 어떤 문제를 이해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지만, 보다 신중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교원평가제에 대해 깊은 논의도 가능하겠지만 그럴 능력이나 관심이 크지 않고, 또 가볍게 서로 빈틈 보이면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배우는 것이니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꺼냈던 것이 여태 올렸던 글들입니다. 근데, 이전 글에서 집어넣으려다 넣지 않았던 얘기가 ‘내 얘기 중에 어느 부분은 전교조와 겹칠 수 있을 것이다’와 ‘전교조가 내세우는 대안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였습니다.

  저는 논란이 되는 교육현안을 살펴볼 일이 있을 때 주로 전교조 사이트부터 먼저 가보곤 합니다. 전교조가 내세우는 주장을 참고할 필요도 있지만 전교조가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전교조의 입장을 살펴보면 논의의 전체적인 지형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그런 순서를 밟지 않고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만을 내세웠는지라 교원평가제에 대한 주요한 쟁점들이 빠진 것을 확인하게 되는군요.

  컴퓨터로 뭘 보는데 많은 피로를 느껴서 대충 훑어 본 것이고, 역시 어떤 사회적 쟁점을 이해하는데 노력이 많이 필요하니 좀 힘이 드는군요. 토론에 성의 있게 나서지 못하는 점 양해 바라면서 지금껏 했던 얘기와 더불어 빠졌던 부분들을 채워가면서 대강 제 입장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불필요하게 논의를 처음으로 다시 끌고 간 것 같은데, 어쨌든 이왕 꺼낸 거 그래도 윤곽이라도 잡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쓸데없는 짓 좀 하겠습니다.

1. 왜 교원평가제인가?

 교육부가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공교육불신이니 공교육붕괴니 하는 국가주도의 공적 교육에 대한 사회일반의 불신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교육 부실이 결국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사교육에 너무 많이 의존하게 만들어 가계에 많은 부담을 주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교육이 부실하게 된 원인 중에 가장 큰 부분은 결국 교사들이 자신들의 ‘본업’인 학생들 수업 잘해서 높은 점수 올려 좋은 대학 가게 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학원 강사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죠. 물론 또 한 편에서는 이와 더불어 교사들의 조직문화나 근무체계를 마치 사회주의 협동농장 정도로 보아 생산성이 지극히 낮다고 보고, 교사집단의 업무환경을 보다 경쟁적으로 바꾸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들도 더해졌을 겁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해 깔고 있는 전제는 당연히 잘못 됐습니다. 학부모들에게 대한민국 모든 학교 교사들을 전원 석박사급으로 바꾸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겠냐고 물으면 아마 적지 않은 분들이 보내지 않겠다고 대답할 겁니다. 근데, 다시 대한민국 교사들을 모두 석박사급으로 바꾸되 옆집에 사는 미자, 영자, 정택이, 장수 엄마가 애들을 학원에 보내면 그래도 애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겠냐고 물어보면 보내지 않겠다고 대답할까요? 교사들 수준이 높아지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늘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마치 로또 1등 당첨 같이 명문대 입학이 한정되어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 누가 교사를 하던 사교육 구매를 안 할까요?

  교사들 신뢰를 높여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교육부의 의도는 원인을 전혀 엉뚱한 데서 짚었다는 점에서 교원평가제 도입 명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먼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을 떠나서 교사들의 수업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명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2. 왜 꼭 교원평가제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손민균 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또 저 스스로 교원평가제를 인정했지만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 하나가 교사들의 수업능력향상을 논의하는 출발점이 왜 꼭 교원평가여야 하는가 입니다.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종의 새로운 실험과 같은 위험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다른 방법은 왜 논의대상이 될 수 없고 꼭 평가여야 할까 입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논의의 영역을 제한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거든요.

수업능력만이 아니라 폭력, 성추행, 촌지수수 등 교사집단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아진 불신과 아울러 사교육과의 경쟁관계에 의해 높아진 기대수준이 경쟁을 절대 선으로 믿는 교육부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휩쓸려 결국 교원평가제로 ‘낙찰’됐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려는 전제가 잘못 됐고 또 교사집단의 문제가 과도하게 불거진 측면이 있지만 교사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손민균 님과 제가 전교조가 교원평가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것은 일단 교사집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여론지형이 교원평가제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일 겁니다. 반면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다 해도 그 강조점을 달리하고 부작용을 더 우려한다고 봐야 하겠죠. 따라서 일단 교원평가제를 찬성하는 손민균님과 저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그 다음 다시 손민균 님과 제가 차이 나는 부분이 또 논의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왕 시작한 거 마무리를 짓자는 생각에 대충 쓰고 끝내려고 했는데, 또 길어지네요. 나눠서 싣습니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시간 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너무 이 주제에 꽂혀 컴퓨터 작업에 빠지다 보니 머리도 아프고 힘도 들고요...이해 바랍니다ㅋㅋ. 손민균 님의 교육에 대한 애정의 덫에 제가 걸린 건 아닌지 생각합니다.ㅋ )

작성일 : 2009-03-09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