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기수씨, 당신은 진짜 나쁜 사람입니다.

당신의 글을 읽었습니다. 어제 밤에 읽고 지금 다시 읽는데도 가슴이 떨려서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군요. 길기수씨, 당신은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진짜 대단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글을 통해 당신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진보정치라는 것도 역시 수구-보수정치와 다를 바 없이 당신처럼 ‘특별한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특별한 능력이라는 것이 수구-보수 정치에서나 볼 수 있는 권모술수(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정이나 도덕도 돌보지 않고 모략과 중상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쓰는 술책)라는 것입니다. 이런 권모술수를 없애는 정치를 진보정치라고 할 때 당신은 지금 진보정치를 짓밟고 있고 심지어 나라는 한 개인의 양심까지 짓밟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은 진짜... 나쁜 사람입니다.

  2. 길기수씨의 사과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난 화요일(10일) 길기수씨의 사과제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금요일(13일) 아침에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양양사건이 있은 후 10개월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길기수씨 본인의 강원도당 위원장후보등록 이후에 이뤄지는 이런 사과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며칠 사이 혼자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길기수씨의 진심을 최소한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무얼까 하고요.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고민한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사이트에 사과문을 공개하되, 나와 그 당시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약속하며, 3~4일 안으로 사과문을 게재하도록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사과문이 그날 밤에 바로 올라왔더군요. 바쁜 일이 있어 토요일 밤이 되서야 사과문을 확인했고 저도 제 입장을 정리한 글을 써야겠다는 맘을 먹고 있었는데, 일요일 아침 길기수씨 반대진영의 문제제기 글을 보았습니다. 선거에 불필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고 또 선거이후에 글을 쓰면 여전히 내게 어떤 개인적 감정이 남아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선거결과에 따라 내 입장이 정리된 마냥 오해를 받을까봐 글을 작성한 후 아는 선배에게 증인이 되 달라는 뜻으로 메일로 글을 보내고 선거 끝날 때까지 보관을 부탁했습니다. 나는 글에서 모두에게 좋은 사례가 되기 위해 당신의 사과를 받았고 당신이 내 글로 받았을 아픔에 미안해하며 나 또한 사과를 한다는 내용의 글로 지금까지 조심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진짜 너무나 형편없는 사람이군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어야 하는 진정어린 사과와 용서의 의미를 단지 자신의 정치활동의 한 수단으로 밖에 인식 못하는 이런 당신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님을 밝히며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3. 길기수씨는 거짓말로 제 양심을 짓밟고 있습니다.

  길기수씨는 지난해 5월 3일 양양사건이 있은 후 제가 3일 만에 올린, 당시상황을 서술하며 제 정당성을 주장한 글에는 한 마디의 대꾸도 하지 않으며 수수방관하더니 그 후 10개월이 지난 이제 와서 당시 사건의 진상을 들먹이며 당시에 일종의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인정받으려하면서 저를 구타유발자로 몰고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흩트리기 위해 진실게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길기수씨의 주장은 모두 명백한 거짓입니다.

  (1) 당시에 고성방가는 없었습니다

  길기수 씨는 마치 당시의 술자리가 아주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노랫소리로 투숙객들에게 큰 불편을 줬다는 마냥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소풍에 참석한 당원들 수 자체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3-4명씩 뛰엄뛰엄 앉아 술잔을 나누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고 노래를 부른 사람은 김형모씨와 장지원씨 두 사람 뿐이었습니다(한 명이 더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서로 나란히 앉아 가볍게 노래를 부르는 정도로 일반적인 대학생들 MT에서 이루어지는 참석자 대다수가 술에 취해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노래를 부르거나 소란스럽게 구는 고성방가와 같은 상황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 때 가장 큰 목소리는 길기수씨가 사람들에게 버럭 내 뱉은 욕설이었습니다.

  (2) 저는 길기수씨에게 먼저 욕설을 한 적이 없고 폭력을 유발한 적도 없습니다.

  길기수씨, 당신이 진보정당의 정치인인지 뭔지를 떠나서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자녀를 둔 부모로서 어떻게 이런 거짓말을 합니까? 당신은 당신의 글에서 아래와 같이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때 당원일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노래는 자제하고 한담을 나누며 이후 도착하는 우리의 일행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다시 시작되었고, 제가 흥분해서 욕설을 내밷으며 언성을 높여 그만하라니까, 말을 안들어 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피해자가 “××,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 진보신당이야”라고 소리쳤고, 이에 흥분한 제가 주먹을 휘둘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거짓이자 오히려 저를 구타유발범으로 몰고 있습니다. 당시에 길기수씨는 ‘관리실에서 9시 30분까지 밖에서 놀 수 있다고 허락했으며 다른 투숙객도 있으니 조용히 하자’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얘기를 무시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는데 가까이 있던 누군가와 뭔 말을 주고 받더니 갑자기 여러 사람들 있는 자리를 향해 맥주가 남아있던 종이컵을 확 던지면서 ‘조용히 좀 하자고 이 개XX들아! 사람이 뭔 말을 하면 그냥 좀 들어!’라고 당시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습니다. 순간 사람들은 너무 어이가 없었고 당시 자리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당시 강릉의 김봉래 공동대표가 연배가 있어서인지 옆에 앉히고는 길기수씨에게 같이 있던 당원들에게 사과를 하라며 타일렀습니다. 근데 길기수씨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자신은 계속 잘못이 없다고 일관했습니다.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저는 너무 어이가 없어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라고 얘기했더니 ‘뭐야 이 개XX가 ~~’라는 식의 욕을 하고는 갑자기 확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에 맞서 욕을 하며 달려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욕을 먼저 한 적도 없고 폭력을 유발한 적도 없습니다. 욕은 길기수씨가 먼저 했고 폭력도 이해할 수 있는 어떠한 사전배경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당시에 너무 화가 났던 건 지역에서 수년 동안 진보인사로 행세하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폭력과 욕설을 행사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3. 진보의 양심과, 제 개인의 양심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길기수씨, 당신의 입에서 성찰, 반성, 잘못, 사과라는 말이 갑자기 마구 쏟아져 넘치기 시작한 것이 양양사건이 있은 후 10개월이 지난 후, 그리고 도당 위원장 후보등록 후 3일 만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사이 침묵에 대해 성찰과 반성의 시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 10개월 동안 당신의 폭력에 대해 하나도 반성하지 않았고 내 충고에도 ‘어디 나를 건드려’라는 식으로 하나도 귀담아 듣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게다가 오히려 내가 마치 당시의 폭력을 유도했다는 식으로 나를 폭력유발범으로 몰고 있습니다. 멀쩡한 시민이 간첩이나 빨갱이로 몰려 평생을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 강간 피해여성이 오히려 ‘꼬리쳤다며’ 다시 한 번 영혼을 강간당하는 여성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몰리는 사람들의 아픔을 당신을 통해 몸서리치게 느끼게 됩니다. 당신은 또 한 번 큰 잘못을 저질습니다.

  당신은 설사 진보신당 당원이 아니어도 이 땅의 진보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 그것을 진보신당이 대표하려고 하는 가치, 전태일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외치고자 했던 그 모든 진보의 가치와 양심뿐만 아니라 내 개인의 양심까지 마구 짓밟고 있습니다. 나는 진보신당이 대표하려는 내 진보의 가치와 또 내 양심을 위해 당신과 끝까지 싸울 것을 내 이웃과 벗들과 전태일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끝으로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경고합니다. 여러분들이 길기수씨를 진보신당 정치인으로 받아들이고 여러분들이 이명박정권의 촛불시민에 대한 폭력, 용산철거민에 대한 폭력, 자본의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면 전 여러분들을 인류 진보의 적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특히 강원도당 여러분, 여러분들이 길기수씨를 여러분의 대표로 뽑은 후 여기자 성폭력으로 2년 동안 한나라당에 복당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다시 복당을 시도하다 좌절된 국회의원 최연희, 시의회폭력사태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나라당 춘천시의회 박근배, 그리고 여러분들 스스로 진보신당의 입으로 성토한 지난해 3월 강릉건설노동자 폭력사망사건 같은 일에 대해 절대 저항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그러고도 이런 일들에 저항하면 여러분들은 더 위험한 인류 진보의 적입니다. 그리고 전 여러분들을 진보의 적으로 간주하고 내 진보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들과도 끝까지 싸울 것을 맹세합니다.

  나에게...

  어제 늦은 밤 길기수씨가 쓴 사과글을 읽었다. 착잡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대응하자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도대체 진보가 무엇이고 인간의 양심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문득 그 동안 너무나 오래 잊고 있던 전태일의 얼굴이 떠올랐고 내게 진보적 인간으로서 이상을 불어넣어 주었던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떠올랐다. 도대체 전태일이 자신의 몸까지 불사르며 외치고자 했던 진보는 무엇이었을까? 국어선생님이 내가 다니던 학교로 부임하지 않았으면 난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래도 역시 이런 말도 안 돼는 일들에 저항하고 있었을까? 그러나 내 개인적 진보가 아무리 초라해도 나 자신에게 분명하게 약속했다.

지금, 여기서, 아직은, 절대 놓을 수 없다!

작성일 : 2009-03-20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