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돌이가 갑철이에게 맞았습니다. 말다툼을 하면서 서로 악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갑철이가 선방을 날린 것이 아니라, 맞을 만한 상황도 아닌데 힘센 갑철이에게 황당하게 맞았습니다. 그 현장에 있었던 동무들은 그저 개인적인 싸움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갑철아, 너 어서 갑돌이 찾아가서 사과해! 갑철이 너 사과 안 하면 우리랑 같이 안 논다.” 이런 말도 안 했었나 봅니다. 갑철이를 갑돌이 집 앞에 억지로 끌고 가서라도 사과시켰어야 했는데..

갑철이한테 맞은 갑돌이, 집에 돌아와서 혼자 다시 생각해보니 두려움과 수치심,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런데 집에 찾아와서 갑돌이를 위로해주는 동무도 없었습니다. 억울함이 풀리지 않은 갑돌이, 결국 사흘 뒤에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갑철이 나쁜 놈, 원래부터 이상한 놈!”이라고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그 동네를 떠났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한참 뒤에, 갑돌이가 그 동네를 떠난 지 한참 뒤에 사람들은 말합니다.

때린 갑철이도 잘못했지만, 맞은 갑돌이도 잘못했어.
갑철이만 욕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해!
갑돌이가 동네 사람들한테 갑철이 욕했던 것도 잘못이잖아.
어떻게 보면 갑철이가 피해자인지도 몰라.

정말 이런 건가요?

갑돌이가 갑철이 욕을 하지 않도록, 동네를 떠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요? 

작성일 : 2009-03-28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