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는 살인입니다. 쌍용차에 아빠가 있었고 엄마가 있었고 고등학생 아들내미, 중학생 딸내미가 있었어요. 아주 평범했었죠. 그저 이 평화로운 일상이 유지되기만을 꿈꿔 왔던, 대한민국에서 평범이나 평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얄팍하냐면, 해고되는 순간 다 부서집니다. 아빠가 해고되니까 엄마가 우울증에 걸리죠. 집에 날라오는 건 가압류 통지서, 퇴거명령, 공장에 고립된 남편으로부터는 연락도 되지 않습니다. 우울증이 깊어진 엄마가 애들이 보는데서 베란다에서 투신을 했어요. 그걸 본 열 일곱 살짜리 아들,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겠습니까. 애도 몇 번을 자살 시도를 했어요. 겨우겨우 정신과 치료를 했어요. 매일매일 애들 밥을 해 주던 아빠가 어느 날 아침 안 일어나는 거예요. 아빠, 아빠마저 죽었습니다. 애들이 고아가 된 거예요. 그렇게 이어진 스물네 명의 죽음. 여러분들, 가 보셨겠지만 그래도 오고 가는 길에 대한문 분양소에 들르시거든 해고자들 한번씩 들여다봐 주세요. 그거라도 합시다. 그렇게라도 이 싸움 지켜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김진숙씨의 [작은책] 강연 중에서)

결국 그 분양소에는 가보지 못했고 오늘 뉴스에서 그 분양소가 누군가의 방화로 전소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더 적어서가 아니라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오지 않는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내 자신만의 평범한 일상과 내 가정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버둥거리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입니다. 며칠 전 아는 지인 다섯 분이서 저희 집에 모였습니다. 그날 오신 덕성 형님이 그러시던군요. “ 우리 집이 난방을 적게 하는 게 아니었네. 여긴 우리 집보다 더 서늘한 거 같애.” 저는 그제서야 죄송하다며 난방을 시작하면서 겨울내내 아파트 난방을 하지 않았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위아래 집이 난방을 하고 있어서 난방을 하지 않아도 견딜만하다면서요. 하지만 저희가 말씀드리지 못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습니다. 겨울 칼바람 속에 송전탑위에서 농성중인 쌍용자동차와 현대 자동차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아내와 저는, 난방비를 아끼게 되면 그 중 일부(^^;;)를 그 분들에게 전달해드리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모인 다섯분이서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송전탑 농성장에서라도 다녀오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김덕성, 

박용주, 

박설희, 

홍성원, 

양창모. 

이렇게 다섯 사람이 이번 주 일요일(3월 10일) 12시 30분,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모여 평택을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그저 ‘여러분들을 잊고 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저 보이지 않은 침묵의 어둠속에 수없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더 많은 마음들이 저희와 함께 하시길 바라며 혹시 함께 하실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010- 3661- 7524) 혹시 일하는 중에는 못 받을 수도 있으니 문자라도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함께 가시지 못한다 하더라도 농성중인 노동자분들에게 전해주시고 싶은 게 있으면 저희에게 연락 주셔도 됩니다. 저희가 가는 길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작성일 : 2013-03-04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