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집사람이 항상 저에게 묻는게 있습니다.
어제도 어김없이 이야기 중에

"너 주변에는 왜 항상 가난한 사람만 있냐?"

"내가 가난한데, 그래서 가난한 사람과 이야기가 잘 통하는데"

집사람과 결혼해서 아주 오래 전 습작용 시를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너의 시란 것들이 왜 이리 어둡고 부정적이냐?"

"세상이 어둡고 부정적인데 그걸 담고 싶었는데"

어제는 이리저리 올바르게 사는 삶의 과정 속에서 힘들어하는 동료 두 명(그 중 한 명은 어용조합 집행부에 의해 조합원 자격까지 정권으로 박탈)이 여유부리며 일 마치고 등산이나 가자고 하여 갔다왔는데, 기차시간에 쫓겨 가난한 마음들 챙기려는 술자리 끝까지 함께 하지못하고 자리를 일어서면서 오는 길들이 참 아팠습니다. 그리고 오늘 낮 잠깐 집에서 이야기나누었던 한 사내의 뒷모습도 함께...

가난한 사랑 노래-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작성일 : 2008-11-01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