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올리며>
본 글은 성동지역위원회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중앙당 게시판에도 올리는게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가 있어서 올립니다. 본 글은 진보신당의 지역활동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을 나눠보는 글입니다. - 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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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동별투어, 조직체계 정비, 임원 선출, 그리고 대의원 선출 등으로 많은 동지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별 도움을 드리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본 글은 성동에서 고생하고 있는 활동가 동지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글을 읽어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무시하셔도 전혀 관계없는 그런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본 글의 주된 내용은 진보신당 당원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며, 당원의 특성을 이해한 상태에서 지역 당 일상 활동은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제 의견을 써보는 것입니다.

◆ 1. 현실인식- 당원의 70% 이상은 ‘지지자’ 당원이다.

진보신당 구성원을 보면 민노당 출신이 약 40% 정도 되고 새로 들어온 분들이 60% 정도됩니다. 민주노동당 시절, 성동 지역위원회의 당원 숫자는 약 600여명이었는데, 당시 ‘오프라인’에 결합하는 당원 숫자는 대략 30명 선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최대치로 잡으면 60명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당원 숫자 대비 오프라인 결합률은 5% 정도입니다. 이건 민노당 시절의 오프라인 결합률이었는데, 그럼 진보신당은 어떨까요?

민주노동당의 경우 당원의 대다수가 이렇게 저렇게 ‘운동권’과 <끈>을 갖고 있는 당원들이었습니다. 왕년에 학생운동을 하면서 NL/PD 쪽에 경험이 있거나, 혹은 <노조 활동>을 한 경험이 있거나 등등이었습니다. 물론 걔중에 아닌 분들도 있었지만 아마도 당원의 80% 이상은 <운동권 근처>에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다시’ 진보신당에 가입했다는 것은 나름대로 소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새로 입당한 60%의 당원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물론 새로 들어오신 분들중에 과거 ‘민노당 왼쪽’에 있던 좌파 활동가들도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새로 입당하신 당원 60%의 대부분은 ‘지못미’+‘촛불’+‘진보정당 호감층’으로 보여집니다. 한마디로, 과거 민노당 시절보다 <당 결합 강도>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저의 견해는 얼마 전에 있었던 당원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당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약 30% 정도가 게시판 눈팅 정도의 ‘소극적’ 참여 의사가 있다고 밝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모임에 참석하는 적극적 결합의사를 가진 당원은 제 기억에 10% 미만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 2. 당 활동 계획 수립은 당원의 70% 이상이 ‘지지자’라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당원의 70% 이상이 지지자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 제가 추정하기에는 약 90%의 당원들이 ‘지지자’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 합니다.

당원의 대다수가 결국 운동권의 <끈>을 갖고 있었던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당원 대비 오프라인 활동 결합 비율은 5% 내외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진보신당은 민노당에 비해 뿌리가 더 약한 편입니다. 당연히 5% ‘미만’에 해당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그렇다면, 당원들의 오프라인 참가율이 전체 당원대비 5% 미만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 문제를 해당 당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앞으로 ‘당원교육’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분회모임을 활성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기타 사업을 열심히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당원의 오프라인 참가율이 ‘5% 미만’인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객관적 제약조건>으로 우리가 냉정하게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당원들은 <입당하는 순간부터> 지지자의 마음으로 입당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참여연대 회원 가입하고, 환경운동연합 회원 가입하는 것처럼, 진보신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노회찬/심상정/진중권 등을 지지하기 때문에 <회원 및 후원 개념>으로 입당하시는 분들이 70% 이상일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자꾸 참여를 요구하면’ 오히려 부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경우에는 저도 이분들과 비슷한 처지랍니다.)

◆ 3. 당원 관련 사업 구상에 앞서 - <지역 정치의 ‘중심고리’>는 무엇인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다 하면 그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 역량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그래서 우리 역량의 수준을 정확하게 가늠해야 합니다.

우리 역량을 정확하게 가늠한 상태에서, 도대체 어디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것인지 우리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1년 내내 바쁘게 활동한 것 같은데, 1년, 2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성과’는 전혀 안보이고, 데모 쫒아다닌 것 외에는 기억나지 않는 그런 활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것은 99년 제가 민노당에 입당하고 07년까지 당 활동에 나름대로 열성적으로 결합한 이후에, 체험 및 관찰에서 나온 교훈입니다.)

그래서 먼저 우리는 <지역 정치의 ‘중심고리’>가 뭔지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그에 대해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의가 도출되어야지 바로 그 지점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집중’한다는 말을 유의해야 합니다. 본디 집중 및 전략이란 말은 무언가를 ‘배제’하고,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을 내포하는 말입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이것저것 모두 다 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백화점식 사업>이라고 부르는데, 집중하고, 전략적으로 한다는 것은 어떤 분야는 못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더 중요한 분야, 더 우선적인 분야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즉, 집중과 전략이란 실천적으로 봤을 때, '무엇을 하지 말지'를 선택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 4. <지역 정치의 ‘중심고리’>를 위해서는 지역활동의 ‘목표’가 분명해야

지구당 활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당’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쓰는 것은 ‘정답’이라기보다는 (99년 기준으로 봤을 때) 민노당 활동 8년간의 체험과 거기서 제가 느꼈던 문제의식과 그에 대해 제가 나름대로 생각한 대안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첫째, 지역당 활동의 <목표>를 정립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지역 활동 방향성의 핵심이 <‘표’가 되는 지역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지방 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지역활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활동의 상(像)에 대해서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민노당 시절에 다함께(IS)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지역활동 방향성의 핵심을 ‘선전선동의 공간’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민노당 시절 성동지역의 다수파를 점하고 었던 ‘자주파’ 핵심 활동가들의 생각도 다함께 친구들과 유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저와 다른 지역 활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저와는 견해가 많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그냥 ‘견해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굳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다만, 저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는 분들만 읽으시면 될 듯 합니다.

◆ 5. ‘표’가 되는 지역 활동을 위해 - ‘지역 정치인’의 존재 유무

표가 되는 지역활동을 위한 핵심은 뭘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첫째, 지역 정치의 핵심중의 핵심은 <지역 정치인>의 존재 유무입니다.

노원에는 노회찬이 있고, 덕양에는 심상정이 있고, 강북에는 박용진이 있고, 관악에는 신장식,홍은광,나경채가 있고, 마포에는 정경섭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형식적인 의미에서 지구당위원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죽기살기의’ 마음가짐으로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승부’>를 내보겠다는 포부를 가진, 그런 <정치인>을 의미합니다.

진보신당 서울에 있는 지역위원회 중에서 반드시 ‘지방의원 이상’을 배출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지역 활동을 임하고 있는 지역은 제가 보기에 별로 없는 듯 합니다. (강북,관악,마포 정도??)

저는 관악에 있는 홍은광 동지를 존경하기로 마음먹었는데, 2006년 지방선거에서 15% 이상을 득표했던 홍은광 동지가 2010년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 ‘교회’를 다니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입니다. 선거 때문에 ‘교회’를 다닐 생각을 할 정도로.. 그것이 교회가 아니라 배드민턴이 되었건, 테니스가 되었건, 주민자치위원장이 되었건, 아파트 동대표가 되었건, 바르게살기, 자유총연맹, 적십자회, 새마을부녀회, 학교운영위원회, 녹색 어머니회.. 그것이 무엇이든 관계없습니다.

이 정도의 ‘결기’와 ‘각오’가 없다면, <마이너 정당>에 불과한 우리는, 지역사회 <‘뿌리’가 약한> 우리는, 절대로 절대로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성동구의 기초의원은 총 20여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이 총 25개구이니까 서울전체 구의원 숫자는 대략 500여명입니다. 그중에서 진보신당의 구의원은 강북 ‘최선’ 의원 한명입니다. 의석점유율을 퍼센테이지로 치면, 우리는 500명중에 1명에 불과한 <0.2% 정당>입니다.

서울시당차원에서 2010년 지방선거 우리의 목표는 0.2% 정당이라는 ‘소수점’ 정당을 탈피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5명 이상을 당선시키면, ‘1% 정당’이 되어서 소수점 정당을 탈피하게 됩니다.)

2002년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우리는 구로구 홍준호 의원이 유일하게 당선되었고, 2006년 지방선거 때도 지방선거 때 총원 80여명이 출마해서 강북, 관악 1명씩 딱 2명만 당선시켰습니다.

강북과 관악의 공통점은 선거에 목을 매는 <대중 정치인>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강북에는 박용진이, 관악에는 신장식을 비롯한 홍은광, 나경채 등등..

강북 박용진이 강북지역에 지역 주민들에게 뿌린 명함 개수만 (선거때 제외하고) 수만장에 달합니다. 박용진 동지와 강북 지역을 걸어가면 길을 지나는 주민중 10명에 한명은 박용진 동지에게 ‘인사’를 하고 지나갑니다. 인지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물으면 현역 국회의원과 유사한 비율로 나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총선에서 (분당 등의 덤탱이를 썼던 것을 포함해서) 12% 정도밖에(아니 ‘씩이나’)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성동의 경우 아직 박용진, 홍은광 정도의 각오와 결기를 가진, <선거에 ‘미친’> ‘대중 정치인’은 아직 없는 듯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바로 이 지점이 성동 지역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듯 합니다. 

물론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습니다. 지방선거는 2010년 6월 2일에 있습니다. 가능하면 1년 전인 2009년 6월 2일 이전에, 늦어도 2009년 10월 이전에는 후보를 선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후보는 ‘약간 미친 사람’처럼, <표>를 쫒아, 지방선거 때 당선되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1년동안을> 활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당선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고, 성동지역의 '정치적 구심'이 형성되고, 지역 활동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결기'와 '각오'를 가진 분이 나오기만 한다면, 따로 '활동비'를 마련해서라도, <전업적인 지역 정치>를 1년간 할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단, 지역 정치인의 존재 유무는 여백의 공간으로 남겨놓고,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 6. ‘표’가 되는 조직 활동론 수립에 앞서 - '유권자' 특성과 '당원' 특성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2006년에는 ‘3인 선거구’로 치러졌습니다. 2010년의 경우에는 ‘소선거구제’ 가능성도 몹시 높은 편입니다. (정당공천제만 폐지된다면, 제가 생각하기에 소선거구제하에서도 1년동안 작심하고 준비하면, 성동에서도 당락을 놓고 한판 붙어볼만합니다. )

‘표’가 되는 조직활동의 차원에서, 핵심 활동가 사업과 당원 사업을 말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잠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종의 ‘유권자’ 분석인 셈.)

저는 유권자는 크게 4종류로 구분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30대~40대 남성 직장인
둘째, 전업 주부
셋째, 자영업자
넷째, 어르신들

역대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이중에서 첫째 집단이 전통적인 진보정당 지지층입니다. 쉽게 말해, ‘남성 386 세대’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해관계도 밀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은 성향상 <직장 밀착형 유권자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 △전업주부 △자영업자 △어르신들.. 이 세집단의 사람들이 바로 <지역 밀착형 유권자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은 지역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분들입니다. 지역정보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지역과 이해관계를 밀접하게 갖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은 대선보다 총선 때, 총선보다 지방선거 때 <적극적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참고로, 이 세 집단의 규모는 통계청 기준으로 적게 잡아서 1,600만명 정도 됩니다. 전체 노동계급 숫자인 1,500만명보다 많습니다.)

문제는 ‘진보신당의 당원’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진보신당의 당원은 서울의 경우 5천5백명인데, 남성 70%이고, 여성 30%입니다. 그리고 더욱 재미있는 것은 세대적으로 30대가 50%, 20대와 40대를 합치면 ‘95%’를 차지합니다.

당원의 압도적 다수가 (학생+) 직장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에 <뿌리>를 갖고 있는 당원 숫자가 극히 부족하다는 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지역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당원 조차 (있긴 있지만) 상당히 희소한 편입니다. 우리는 그만큼 지역에서 <뿌리가 약한> 정당입니다.

◆ 7. ‘표’가 되는 조직 활동을 위해 - ‘핵심 활동가’ 사업과 ‘당원’ 사업

이상의 논의에 기반해서, 우리의 사업 방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직장인 당원>이 ‘퇴근 한 이후에’ 할 수 있는 <지역사업>을 발굴, 기획, 서포트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역 밀착형 당원>라고 할 수 있는 주부+자영업자+어르신 당원의 경우에는 ‘특별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에 ‘뿌리’가 있는 당원인 셈이므로..)
셋째, <지역밀착형 유권자>라고 할 수 있는 주부, 자영업자, 어르신들과 접촉면을 늘리거나, 그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대중사업을 기획하고 전개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은

첫 번째, 직장인 당원이 결합 가능한 사업으로 <아파트 동 대표 진출 사업>이 어떤가 생각되었던 것이며,

두 번째, 지역밀착형 당원 관리의 경우, <당원 만족 서비스> 차원의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자영업자 당원의 경우 홈페이지 등에 소개를 통해 실제로 ‘장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부당원의 경우 그들의 주된 관심사에 해당하는 이슈들, 예컨대 교육, 보육, 어린이 도서, 어린이 안전, 부부관계 등등의 이슈에 대해서 <주부를 위한 강좌 씨리즈> 등을 기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르신 당원의 경우,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어떤 분들인지 파악해서, 그 분들의 성향을 잘 고려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파트 동 대표 진출 사업의 경우, 사실상 <활동가급>의 마음가짐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아파트 동대표를 진출하는 당원이 5명 내외만 되더라도 당은 그만큼 지역에서 <뿌리>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당장 섣부르게 선거 때 활용하려는 생각보다 중장기적으로 지역주민 속에 <뿌리> 내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주부(엄마)를 위한 기획 강좌 씨리즈>의 경우에는, 실제로는 <주부 당원>들의 가장 큰 관심꺼리이자, 동시에 동네에 있는 주부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 있는 주제로 기획 강좌 등이 개최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마켓팅>의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주의>의 관점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배치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 우리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려는 노력은 부족하고 오히려 우리가 <떠들고 싶은> 이슈를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유권자들=대다수 당원들)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 8. ‘유권자’가 관심 없는 사업은 ‘당원’도 관심 없어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진보정당론은 초기에 ‘레닌주의적 전위정당’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종의 엘리트주의적 정당 모델이었습니다. 이런 한국 진보정당의 초기 역사는 알게 모르게 현재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중에 한 가지가 <진보정당 당원>은 <일반 유권자>와 다를 것이라는 환상, 혹은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말로 당원을 제대로 조직하고자 한다면, 진보정당 당원의 대다수가 ‘평범한 유권자’와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특별하게 재미 있는 일이 아니면, 굳이 시간을 들여서 당 행사에 참여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별하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니면, 굳이 자신의 돈을 내면서까지 후원할 이유도 없습니다.

<진보정당 당원>의 대다수가 실제로는 <일반 유권자>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가 마음 깊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지역사업은 당원에게는 ‘피로’와 ‘부담’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당원들에 다가가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당원들이 오히려 <당 참여>와 더욱 더 멀어지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우리는 민주노동당 시절의 <낡은 당 활동 모델>을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 유권자와 호흡>하는 일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표’가 되는 지역사업과 ‘당원 사업’은 따로 따로가 아니라, 실은 같은 본질에서 파생되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당원=진보정당 지지 성향의 일반유권자> 이므로..)

◆ 9. ‘분회모임’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

‘분회모임’ 그 자체가 무조건적인 폐지의 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당원 대다수가 <운동권>에 가까웠던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분회모임은 ‘명백하게’ 실패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당시에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고민조차’ 없이 분회모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체 당원의 숫자가 150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2~3개동을 합쳤다고 할지언정, 당연히 참석당원의 숫자는 5명 내외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뜻밖의’ 상황이 아니라 실은 민노당 시절의 당 상황, 당원의 특성이 ‘지지자’ 당원이라는 점을 조금만 생가해보면, 너무나 ‘뻔하게’ 예상되었던 상황들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 섞인 마음으로 분회모임에 참석했던 당원들은 한번, 두 번, 세 번을 참석하게 되면서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주로는 술 먹고 중앙정치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끝나기 마련인) <분회모임 성사> 그 자체가 마치 ‘활동의 핵심’인양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분회모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폐지되어야 합니다.

첫째, 지역위원회의 ‘한정된 역량’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더욱 더 가로막습니다.

오프라인 당원의 결합률 5%는 ‘맥시멈’입니다. 2%~5% 사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상수’이며 객관적 제약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분회모임은 2~3개동의 연합분회라 하더라도 활동당원의 숫자를 5명 내외로 축소시키고, (주로는 술 먹는) 분회모임의 성사 그 자체를 활동의 핵심으로 만들어 전형적인 ‘에너지 고갈형’ 사업이 될 공산이 큽니다. 성과가 축적되는 사업이 아니라 역량이 고갈되는 사업이 될 것입니다.

둘째, 분회모임은 <당원 참여율 극대화>와도 배치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원 참여의 극대화는 ‘당원의 처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부터 출발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분회 모임은 당원의 대부분이 사실은 ‘지지자 당원’에 불과하다는(?) <당원의 객관적 현실>을 우리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은폐하는 ‘착시효과’를 나을 수 있습니다.

애초의 의도와 달리 가면 갈수록 운동권 성향의 당원들끼리 모여서 <끼리 끼리 모임>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개방성과 대중성을 획득하기 보다는 폐쇄성과 운동권스러운 분위기로 우리를 몰아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분회모임의 역사적 뿌리는 20세기 초반 러시아 전위정당의 ‘세포(=sell)’에서 유래했거나, 19세기 후반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이 <공간적>으로 일치했던 19세기 후반 노동자 밀집지역의 독일 사민당의 초창기 모델에서 유래한 것들로 알고 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주거공간은 성동이어도 근무지는 여의도이고, 술먹는 곳은 종로이고, 영화는 강변에서 보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기능에 따라 철저하게 <공간적 분업>이 이뤄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유권자도, 당원도, 그리고 우리 자신도 이러한 자기장(磁氣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볼 때, 분회모델 자체가 시간적으로는 19세기 후반, 공간적으로는 노동자 밀집지역이라는 독일과 러시아의 <특수한> 상황에서 성립되었던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것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면, 그것 자체가 또다른 '교조주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분회모델’ 그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 10. 분회모임 폐지 후 대안 - <당원 만족 서비스팀>과 ‘커뮤니티’ 전망

언제인가,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선거철이 되면, 당원들의 <지역별 모임>이 중요한 순간이 분명 옵니다. 선거가 지역단위로 이루어지는 한, 지역별 당원 모임은 가동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원의 에너지 극대화 방법>으로 무엇이 적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역할과 서비스의 내용이 불분명한 ‘분회모임’의 일상적 유지는 명백하게 에너지 고갈형 사업입니다. 민주노동당 활동 8년 동안 그것은 나름대로 ‘실패’가 검증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당원들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고, 당원들의 대다수가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일반 유권자>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원 대다수가 관심 있는 주제를 가지고 그들과 접근해야 하며, 그것은 <당원 접근 사업>이자 동시에 <주민 접근 사업>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30대 후반에, 아들 하나(7살), 딸 하나(4살),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저는 많은 고민들과 욕구들이 있습니다.

아이들 한글 과외를 시켜야 하는지, 영어는, 태권도, 수영 학원은 보내야 하는지, 좋은 부부사이와 관련된 주제들, 좋은 아빠는 뭔지, 이후 집 걱정, 내년이면 큰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그런 문제, 직장 걱정, 돈버는 문제, 노후 걱정,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는 것인지.. 등등...

앞서 말했듯 진보신당 당원의 50%가 30대입니다. 20대와 40대를 합치면 당원의 95%입니다. 20대, 30대, 40대 ‘생활인’이 고민하는 것과 20대, 30대, 40대 ‘당원’이 고민하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주말에 당원 모임에 나오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가장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입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지역 활동은 <생활인 당원 다수>가 필요로 하는 이슈, 주제에 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그다지 관심없는 주제들을 가지고 당원들에게 ‘호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필요한 구석도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생활인들의 관심사를 가지고 당원에게 접근하고, 더불어 지역 유권자에게도 접근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주부 + 자영업자 +어르신> 이런 분들은 지역에 '뿌리'를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더욱 특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영업자 당원에게는 ‘장사’에 도움을 될 수 있도록 홈피 게시 또는 소개운동을 할 필요가 있고, 주부 당원의 경우에는 그들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 ‘기획 강좌’ 등을 개최하자는 것입니다. (초청하는 강사도 지명도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활동이 꾸준히 누적되어서, <당원 만족 서비스>에 참여했던 당원들 자신이 재미있고, 보람있다고 느낄때, 그때 당원들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으면 합니다. 예컨대, <동화책 읽어주는 아빠들의 모임>, <등산 모임>, <수다 떠는 엄마들의 모임> 등등....

즉, 지역 당 활동은 당원을 '호출'하는 활동이 아니라 <당원 만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기본 활동으로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업을 통해 당원들이 당활동에 '결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 '근처'>에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렇게 <끈>만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선거철이 될 때,  당으로부터 만족스런 서비스를 받았던 당원들 자신이 당을 위해서 '뭘'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는 <당원 만족 서비스>만 존재하고, '지역조직'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원의 에너지>만 존재한다면, 선거철이 되면, 자연스럽게 당원들의 서비스 만족 수준만큼, 당원의 에너지는 <득표활동을 위한 지역단위 당원 망>으로 가동되게 될 것입니다.

◆ 11. [글을 맺으며]  '현실의 직시'에서 출발 - '대중 정치인' + 당원 만족 서비스 + 지역 커뮤니티 건설

우리는 여전히 진보정당에 대해서 '실험'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고정관념에 대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지지자' 수준의 소망을 가지고 입당한 당원들에게 이것저것을 요구하면, 그것은 당원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모든 당원이 <전업적> 열정을 가지고 지역정치에 개입한다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생활'이 버거운 당원일수록 그것은 더욱 불가능한 것입니다. 최장집교수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우려하는 것처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결국 (시간과 여력이 되는 사람만 참여가 가능한) <중산층의 정당>이 되거나 <운동권 룸펜의 정당>이 될 것입니다.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 자신의 생활이 버거운 사람들. 그러나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먹고살기 바쁘고, 자신의 생활이 버겁기 때문에 '돈'만 내는 당원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들에 대한 최대한의 보답은 지역에서 <유력한 대중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마음 편하게' 생활하고, 먹고사는 활동하고, 그러면서도 <심리적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최장집 교수가 대중정치인을 매개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야말로 오히려 서민들의 폭넓은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과 논리적으로 같은 이치입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는 <선거에 목숨 거는>, 당선을 위해 '약간 미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지역활동을 할 수 있는 <대중정치인>을 만들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정도 결기와 각오가 아니면, '마이너' 정당인 우리가 지역에서 당선되긴 쉽지 않습니다.)

둘째, 활동가 당원의 경우 일상 활동의 일환으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하여 학교운영위원회, 녹색 어머니회 등의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조직하고 활동에 대한 자문을 도와준다.

셋째, 당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당원사업이 아니라 <당원 만족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당원 만족 서비스는 동시에 일반 유권자도 만족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넷째, 특히 <지역 밀착형 유권자/당원>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신경을 써서 배려하며 접근해야 한다.

다섯째, 당원들에 대한 서비스 만족감이 '흘러 넘치게 될 때', 그때 비로서 당원이 주도하되, 지역주민에게도 문호가 개방된 <지역 커뮤니티 조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여섯째, 평상시에 '지역조직'은 전혀 존재하지 않지만, 당원들의 만족감이 충만하게 될때, '결정적인 순간'(=즉, 선거)에 그것은 <결국 표가 되는 조직>으로 에너지를 전환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 호남향우회나 산악회, 적십자회 등등... 동네 봉사모임이 선거 때 핵심적인 선거조직으로 전환되는 것처럼...)

작성일 : 2009-02-06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