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덕분에 영화 실컷보구 너무 좋다 ㅋㅋ 아빠 고마워 ........."

딸 아이로 부터 온 오랜만의 문자다. CGV 용산에서 하는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돈 20 만원과 함께 딸 아이를 보냈다. 한편이라도 빠짐없이 보고, 그 중에서 제일 감명깊게 본 영화에 대해서 비평 글을 써보라는 숙제와 함께........

몇 일 전, 딸 아이와 치과에 갔다 오면서, 단 둘이서 식사를 할 기회가 모처럼 있었다.

"죽을 때까지, 내가 왜 영화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

느닷없는 내 말에, 딸 아이는 한 동안 영문을 몰라했다. 그 동안 단 한번이라도 딸아이의 일에 간섭을 한 적이 없었다. 중고등학교 내내 학교 보충수업 한번 안했고, 심지어 선생들과 싸움까지 하면서 야간자율학습도 시키지 않았고, 누구나 하는 학원 한번 보내지 않았다. 아이 성적표를 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너가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 것인지. 먼저 생각해라. 그러면, 공부는 자연히 된다.

아빠는, 대한민국 학교를 신뢰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부하기 싫거나, 학교가기 싫으면 언제든지 좋다. 얘기해라."

나는, 간혹 공부하라는 말 대신에 이런 말을 했고, 아이들 공부와 입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성적이 몇등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했고, 심지어 아이가 몇 학년인지 햇갈릴 때도 있었고, 학교가기 싫다면, 안보내기 예사였다. 

작년에 수능을 보지 않고 올해 딸아이는 졸업을 했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만 물어 보았다. 한 동안 침묵하던 딸 아이가, 어느 날 영화를 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그러라고 했다. 너가 선택한 것은 너가 책임지고 해라. 아빠의 전철을 밟지 마라. 죽어도 영화를 해야 겠다면, 뒤 돌아 보지 마라. 영화의 기본도 역시 글쓰기다. 치밀한 시놉시스가 영화를 결정한다. 등의 이야기를 해 준 것 같다.

몇 달을 도서관에 다니면서 공부 하던 딸아이가, 어느 날 서울 예대나 한국종합예술대에 가겠다는 결심을 했단다. 그래서, 입시요강을 보면서, 내신이며 수능이며 실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웃기는 것은, 딸아이 역시 자신의 성적이 어찌 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시키는데로 딸 아이는 충실히 따라 주었던 것이다.

"아빠가 면접 심사위원이라면, 틀림없이 왜 영화를 해야하는 지 물어 볼 것이다. 그러니까, 너는 앞으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영화를 해야하는지 매일 같이 생각해라. 아니, 너가 영화를 평생해야 한다면, 죽을 때까지 그 생각만 해라. 설사, 너에게 영화가 맞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젠 벌써 늦었다. 그 말을 스스로에게 마취시켜라. 그것이 너가 면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길이다."

"아빠, 몇 일 있음 서울에서 미장센 영화제 하는데.....가고 싶은데...."

"응, 가라. 가서 영화 실컷 봐라."

딸아이는 일 주일 내내 친구 자취방에서 기숙하면서 영화를 보고 내려올 것이다.

딸아이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딸 아이가 평생 해야 할 영화에 대해서, 나 역시 공부하고픈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사실 나는, 딸아이가 서울에 가는 것이 싫다. 평생 내 옆에서 요만한 나이로 요만한 이쁜 얼굴로 아빠 아빠하면서 같이 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작성일 : 2008-06-28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