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씨의 자진 출당을 촉구한다.!!

심상정 당원 자진 출당을 요구하며

1.

6·2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5월 30일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지지를 표명하며 경기도지사

후보를 돌연 사퇴하였다. 유권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진보신당 당원들도 전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돌발 사건이었다. 

2.

심상정 씨는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하며 기자회견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오늘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저는 오늘 교육과 복지가 강한 경기도를 만들어 복지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겠다는 저의 꿈을 눈물을 머금고 잠시 접어두고자 합니다. …… 그동안 저와 진보신당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단순한 반대를 넘어 이명박 정권을 질적으로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세우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선거 기간 내내 저는 저와 진보신당이 꾸는 꿈이 바로 우리 다수 국민들이 함께 꾸고 있는 꿈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진보의 꿈이 이루어져야 우리 국민들이 행복해 질수 있고,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바로 진보정치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오늘 비록 저의 꿈을 잠시 접어두지만, 서민과 중산층을 향한 진보정치의 꿈을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양극화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이루는 일은 오직 진보정치만이 완성할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서 ‘꿈을 잠시 접는다.’는 말만 빼면, 이것은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아니라, 결코 사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다. 위에서 심상정 씨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진보신당이 꾸는 꿈이 바로 우리 다수 국민들이 함께 꾸고 있는 꿈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진보의 꿈이 이루어져야 우리 국민들이 행복해 질수 있고,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바로 진보정치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양극화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이루는 일은 오직 진보정치만이 완성할 수 있습니다.”

심상정 씨의 이러한 발언은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는 내용이고 진보신당이 ‘소극적인 형태의 반MB 전선’에 적극적으로 합류할 수 없는 이유이다. ‘MB를 심판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지금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으로 담아내려고 한다. 이것은 국민의 뜻을 이용해 당리당략을 관철시키려는 것이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신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이러한 책동을 경계한다. 곡식을 파헤치는 멧돼지 떼를 소탕하기 위해 이리 떼를 불러들이는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 지금의 다수 정치인들은 단지 MB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데 혈안이 되어, 이러한 작태에 노여워하는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 뜻은 MB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라는 것이 아니라 MB정권의 잘못된 이상을 분쇄하라는 것이다.

100만 실업자를 끝없이 양산하는 근본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관건이지 그 중 10만 실업자를 구제하느냐 20만 실업자를 구제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이 아니다. 해고 노동자와 잔류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작태에서도 나타나있듯이, 이런 식의 기만정책은 개선이 아니라 공동체의 협동과 화합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행위이다. 진보신당은 아직 국민의 뜻을 받들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뼈아프게 반성하며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심상정 씨의 기자회견문에도 이러한 뜻이 담겨있고 이것이 심상정 씨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이유이다.

3

심상정 씨의 후보 사퇴는 이러한 자신의 소신을 접는 행위였고, 이러한 당원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행위였다. ‘후보 사퇴를 반MB 전선에 합류하는 유일한 방식’으로 보는 인식도 기자회견문의 다른 내용과 정면 상충한다. 이처럼 모순된 발언과 행위를 지켜보면서 진보신당 당원들은 ‘정치인들이 이합집산 하는 조류에 심상정 씨도 합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으며 게시판을 통해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왔다.

심상정 씨는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아직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프레시안>, <경향신문>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보신당을 비판하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 진보신당 지도급 인사가 진보신당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비판의 방식과 내용을 보면 권력에 굶주린 여느 정치인들의 작태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4.

심상정 씨는 6월 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후보 사퇴가 개인적 선택의 모양새를 갖게 됨으로써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퇴는 특히 제 오랜 진보운동 과정에서 최초의 조직으로부터의 일탈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던 것 같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결단할 때도 고통스러웠고, 지금도 고통이 크다. 그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결정은 조직적 절차를 거쳐 이뤄지기 어려웠던 측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지기 불가능했던 측면을 지적하고 싶다. 내 욕심으로 절차를 주문했다면 사퇴도 용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막바지에 더 큰 혼란을 야기했을 것이라고 본다. 단지 후보 사퇴의 문제였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 내용을 다시 요약하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는 후보 사퇴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독자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이다. 심상정 씨가 후보 사퇴를 결행하던 날 진보신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늘 심상정 후보가 사퇴를 표명하였습니다. 심 후보의 사퇴에 대해 중앙선대위는 계속해서 설득하였으나 심 후보는 최종적으로 사퇴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며 이번 과정에 대해서는 선거 이후에 반드시 평가의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성명서와 심상정 씨의 인터뷰 내용은 심상정 씨의 결정이 어떤 절차도 밟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심상정 씨는 자신이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휴지통에 휴지 버리듯 내던져버렸다. 이처럼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로 어떻게 이명박 정권의 독단과 독선에 대항하겠다는 것인지 우리로서는 이해할 길이 없다.

5.

‘정치인들이 이합집산 하는 조류에 심상정 씨도 합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리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심상정 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반(反)MB 투쟁공간은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치열한 경쟁과 협력을 해야 할 공간이다. 연합정치는 불가피한 역사적 과제다. 그 전제 속에서 선거 전략을 마련한다면, 연합정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연합정치 내에서 무능하면서 패권적인 민주당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가 전략의 중심이 됐어야 한다.

진보의 가치를 갖고 퇴행적인 민주당의 패권에 맞섰어야 했다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전략이 되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 이번 선거의 교훈은 정체성과 세력과 중심을 확고히 함으로써 민주당과 명실상부한 경쟁과 연대에 나설 수 있는 진보연합의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협소한 진보대연합이라기 보다는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개혁세력 집권의 성과와 한계, 10년 진보정치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시민사회계의 정치화를 종합해서 그 위에 진보의 비전과 프로그램이 서야 된다는 이야기다.

진보의 가치와 비전이 서야 하고, 이를 융합해내는 정치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제 문제의식이다. 단지 조직이나 각 정당들 간에 테이블을 구상해서 협상하자는 게 아니라, 가치와 비전을 재정립하는 속에서 폭넓은 진보세력이 재정립해야 한다.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민노당은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친노(親盧)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성찰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을 합의서로, 문서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경험했던 정치과정을 통해 새로운 비전으로 융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 이번 선택(후보 사퇴)은 저로선 처음으로 조직과 다른 방향의 선택을 한 것인데, 진보신당의 생존의 차원을 넘어 진보정치가 승리할 수 있는 방향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결정은 나를 진보정치인으로 길러준 국민 앞에서 그 책임에 걸맞은 일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2012년까지는 진보세력 재편 논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내용을 요약하면, ‘진보신당 간판으로는 표가 모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연합 전선을 구축해서 국민의 표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나도 그 속에서 당선의 기쁨을 누려보고 싶다.’는 내용이다. 간단히 말해서, 진보 정치를 포기하면 당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주목받는 정치인으로서 낙선의 아픔을 반복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라는 말 대신에 ‘진보연합’이라는 듣기 좋은 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바뀌지는 않는다. 진보 진영의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염원이다. 모두 이것을 목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심상정 씨는 암암리에 ‘진보신당은 진보 연합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파당적 발언을 통해서 이러한 염원을 짓밟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만이 진보 연합을 구축하는 것이다.’는 발상이야말로 진보 연합의 가능성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행위이다.

6.

진보신당 게시판에는 심상정의 출당을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실질적인 진보진영 대연합을 구축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제 서명운동을 확대함으로써 이러한 의사들을 집결시키고자 한다. 진보신당은 몇몇 정치인을 후원하는 조직이 아니라 평등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진보 정치의 최후 보루이자 출발점임을 천명하며, 심상정 씨의 자진 출당을 촉구한다.

심상정 씨가 만약 자신의 선택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체 없이 당을 떠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이것은 기본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심상정 씨가 백의종군 하는 자세로 진보 정치 실현에 헌신함으로써 훌륭한 정치인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심상정 씨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적을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심상정 씨의 아름다운 삶의 자취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심상정 씨의 진정한 노력은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심상정 씨는 스스로 자신에게 출당을 명함으로써 자신의 부당한 선택과 그릇된 신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더 큰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내리는 최소한의 형벌이다.  

2010년 6월 16일

진보정치의 실현을 염원하는 사람들

작성일 : 2010-06-17 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