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정권에서 광우병에 대한 경계를 '괴담'으로 낙인찍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그들의 전략은 광우병에 관한 담론을 발병확률로 환원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민담 수준의 얘기를 정제된 논리로 정식화해내는 데에 실패했고, 그게 반격의 빌미를 준 것입니다. 여기서 재반격을 위해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첫째, 이 문제는 광우병 발병확률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EU에서는 광우병 발병 확률이 높아서 그렇게 철저한 기준을 적용한답니까? 문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위험에 대처하는 사전예방의 원칙에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철저했느냐를 따지는 것입니다.
둘째,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그렇게 쉽게 내준 원인이 뭐냐는 겁니다. 그것은 경제적으로는 FTA의 체결, 정치적으로는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거죠. 이 점을 분명히 부각시켜야 합니다. (돈만 벌어다 주면 무엇이든 용서할 줄 알았던 시민들이 갑자기 들고 일어나니, 이명박으로서도 당황했을 겁니다.)
세째, 대중의 반란을 통해 얻어낼 것은 분명히 얻어내야 합니다. 수입 조건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강화하도록 압력을 넣는 거죠. 정치권에서 재협상 얘기가 나오는 것도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대중이 반란을 일으켜서 얻어낸 작은 승리라 할 수 있겠지요. 그 점을 당에서 공개적으로 평가해줘야 합니다.
네째, 정권에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민들은 거기에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스란히 대중에게 스트레스로 남을 것이고,두고 두고 정권을 괴롭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시민들의 축제를 대하는 공안적 시각을 비판해야 합니다.
다섯 째, 쇠고기 문제는 기폭제에 불과합니다. 시위현장에서 본 대중들은 쇠고기에 패닉을 느낀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즐겁게 축제하듯이 반란을 일으켰지요. 그 동안 이명박 정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는 대중의 자발적 불만의 표출에 합리적인 정치적 표현을 부여하여, 그것을 통해 더 높은 정치의식에 도달하도록 옆에서 도와야 합니다.
여섯 째, 그 자발적 불만의 표출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갖춘 시민단체나 정당정치와 같은 제도를 통해서 제대로 표현될 때에만 비로소 현실을 바꾸는 힘으로 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진보신당을 지지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들을 무리하게 당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일곱 째, 쇠고기 문제가 대중의 폭발을 부른 요인들 중의 하나이듯이, 쇠고기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펴는 정책의 여러 얼굴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그들의 비판이 그로써 자연스레 이명박 정권이 추구하는 정책, 즉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 일반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0교시가 부활한 마당에, 학생들이 야자를 땡까고 집회질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서, 더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얻어갈 수 잇도록 돕는 것도 해야할 일들 중 하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컨트조와 언넝 협의하시어 시위현장 중고생과의 즉석 토크쇼 좀 추진해주서여~~어서요
2008-05-07 01:56:58
사탄
이재홍이라는 실명을 쓰던 학생입니다 : 0교시, 우열반, 야간자율학습부활 등등... 이미 교육을 교육으로 보지 않은 그들에게 저는 절망했습니다.
2008-05-07 02:01:58
박재혁
진중권/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 드리기도 참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꼭 지난 시절의 불미스런 제 언행에 대한 사과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사과를 받아 들이시지 않더라도 사과를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늦은 사과라서, 그러나 오랫동안 말을 건네기가 힘들었습니다.
모쪼록 진보신당에서 가장 힘있는 논객,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논객으로서, 항상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2008-05-07 02:03:18
정태인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천문학적인 독립시행의 숫자를 곱하면(국민 4천만명 이상이 거의 매일 쇠고기를 섭취합니다. 우리는 국을 먹습니다) 의미있는 숫자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누군가 대략 계산한 게 있던데...
처음 쇠고기 수입할 때 전량 매입해서 태우든지, 청와대 보내는 논의가 있었는데, 그건 이제 불가능하고 대신 30개월 미만에 허용된 SRM과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구입해서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로 보내는 건 가능하겠죠. 아예 내장탕, 사골국을 끓여서 공무원들에게 반값으로 제공하고 얼마나 먹는지 기록해도 될 테고...
의제의 확산은 일단 의료민영화, FTA로 인한 약값 상승, 그리고 LMO 규제완화(이미 식용 옥수수 수입) 등 건강에 직결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이후에는 민영화, 규제완화 일반의 문제로 나아갈 수 있겠죠. 물론 공공성 의제 모두에 관해 자료나 대안 을 준비하는 작업도 동시에 해야 합니다만... 요 앞 어디에 썼지만 정책라인을 재가동시켜야 합니다(애구 교통비도 주지 못할테니 참 어렵긴 하겠지만...우석균, 박상표 두 의사가 이렇게 부러울 수가^^)
2008-05-07 02:04:54
콩사탕
통계적으로 본다면,,,, 감기가 광우병보다 훨씬 더 무섭겠죠... 단지 광우병이 치사율이 더 높다는거 빼고는,,,,ㅋ 사실 광우병의 역사는 매우 짧고,,, 현재 과학적으로 규명된 부분은 매우 적습니다... SRM이나 30개월 이상 소가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통계적 결과에 불과 할 뿐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종간(소가 인간에게, 뿐 아니라 소가 쥐에게) 광우병전염에 대한 매커니즘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인거죠.. 즉, 인터넷에서 얘기되는 것 뿐 아니라,,, 정부가 말 끝마다 달고 다니는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는 것도 실상은 전혀 과학적이랄 수 없는 얘기죠...
과학적으로 말한다면 광우병소가 인간광우병을 일으킨다는 것조차 입증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근데,, 우리가 왜 이 지랄이지???ㅋㅋㅋ
결국 광우병은 과학이 아닌 정치의 문제입니다... 얼마나 철저히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0.0001%의 가능성을 없애는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하는 신뢰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2008-05-07 02:13:01
카
아이들 급식 같은데 버젓이 쓰일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옵니다.
2008-05-07 02:53:50
이창희
한마디로 쇠고기 수입의 정당성이 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죠. 어차피 광우병의 감염 가능성이나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이나 입증하기 어렵고 그 근거도 찬반 둘다 학설이니까요. 실제로 광우병의 감염 가능성 때문에 쇠고기 수입 반대 하시는 분들은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하면 좀 헷갈려 하기도 합니다. 문제의 초점을 제대로 맞출 필요성이 있어요. 하지만 또한편으로는 인터넷에서는 이미 문제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느냐 하는 것도 다 나와있고 불법집회규정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하는 글도 많고요. 앞으로 깔린 지뢰밭 같은 의료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등등의 문제 (심지어 생태적인 태도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데 대해서 다 나와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공론화 될 수 있도록 언론과 각 정당에서 코멘트를 시기 적절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008-05-07 03:12:41
청바지
첫째부터 다섯째까지는 절대 찬성이고요, 특히 세째와 네째는 당에서 시급히 실천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섯째는 무척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고요, 특히 효순이 미선이 때에는 민노당이, 노무현 탄핵국면 때에는 시민단체들이 거리집회의 활력을 다 망쳐놓았던 전력이 있지 않습니까? 긴급국민대책 어쩌구가 결성되어서 저는 사실 큰 걱정입니다. 제발 이들이 빵빵한 스피커와 천편일률적인 진행으로 새로운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리하게 당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는 말씀에 동의하면서 특히 이번에는 진중권님이 이전에 말씀하셨듯이 대중으로부터 배우고 함께 호흡하는 자세로 참여해야 하겠지요. 우리 당도 뭔가 그들을 옆에서 돕고 힘을 부추겨주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곱째는, ㅎㅎ 조금 불필요한 말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진중권님의 꼭 필요한 글에 감사드립니다.
2008-05-07 03:21:09
박재홍
일곱째가 가장 핵심인듯합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그랬는지 대충 감이 오긴하지만 묻어버리고........한때는 심각한 적이라 생각했지만... 또 언제 적으로 만날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만큼은 앞으로 많은 도움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늦은시간 편한 밤 되시길..
2008-05-07 03:44:38
sati
대중들이 보여준 힘과 열망을 정치적 성과로 만들어내는게 정치집단의 역할이라 생각됩니다. 주사파들처럼 대중의 자발적 힘을 자신들의 역량인량 이용해먹으려는 것은 곤란하지만 대중의 뒤만 따라가는 것도 곤란합니다.
2008-05-07 10:35:36
김현민
일단 할 수 있는 거부터 하지요?! 전 김유평님의 의견(진중권님의 시위현장 중고생과의 즉석 토크쇼)에 한표!!!
2008-05-07 11:08:20
이가형
우왕 선생님 진짜 부지런하시네요.. 지금 청문회 보고있는데 정부에선 완전히 배째라~예요. 명확하네요. 금요일날 저도 꼭 갈래요. 대학생도 껴주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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