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에서는 '꿈책'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고, 강원도당에서는 황인순으로 가난한 친구들과 함께했던 옛친구에게 이제서야 드러내 글을 올립니다.

고향후배였고, 학과 직속후배였던 친구를 보면서 자랑스럽고, 감사했던 마음들 전하려니 좀 쑥스럽기도 합니다.

'꿈책'이자 '황인순'을 통해 바라본 진보신당의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저의 무개념적인 이십 대 청춘이 드러날까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요)

'꿈책'의 생활들을 중앙당에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훔쳐보면서, 참 많이도 아픔들을 숨기고 사는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생애 처음 정당에 가입하게 된 배경의 이야기들, 이후 당을 통해 봤던 민중의 아픔들, 그리고 당활동 후 생활 속 고충들, 그러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당생활의 끈들.

대학시절 항상 운동판의 중심에 있지 않으면서도, 운동의 가장 구석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같이 해왔던 친구라 기억합니다. 그 덕분에 저도 떠나고 싶었던 학생운동의 마지막 끈을 좀 연장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해야할 사람인지 모릅니다.

대충 20년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갑니다.

대학 1학년 입학 후, 저의 친형(당시 흔히 말하는 운동권학생)과 같은 사람들이 등록금투쟁으로 학교 본관을 점령했지요. 그 사람들 불쌍해서 빵과 음료수 몇 개 사가고지고 가고, 4월 중순 얼떨결에 함께 싸웠던 자리가 동아일보 일면에 대문짝만하게 얼굴 찍혀서 나왔지요. 그 때 부터 선배 몇몇이 속된 말로 키우려고 했었지요. 그리고 일년 뒤 황인순 친구를 만납니다.

황인순 친구가 고등학교 시절 저의 형으로부터 뭘 배우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참 귀찮게했지요.저야 일년 동안 이런저런 고민으로 술만 먹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학생운동이라 말하기는 뭐하고 그냥 이리저리 불량한 대학생이였지요. 그리고 그냥 모든게 귀찮아 잠적했었지요.

복학 후, 어느 날 학내 작은선거가 있었지요.

술먹는 관성은 붙어서, 술만 먹고 있던 저에게 선대본장을 맡아달라했었지요. 그 당시 학생운동의 패권이 한쪽으로 쏠렸던 시점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상징적인 학내 선거였는데, 학내 운동권 중에도 몇몇 소수(대여섯 명 정도였나)만 남아 고민했던 선대본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워낙 끈을 놓고 방탕하게 살아온 세월이 길어서).

선거가 끝나고 후배들이 무엇 때문인지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영문도 모르고 그 놈들 때문에 저도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거대한 학생운동내 패권에 짓눌려, 그 아이들의(생각은 저보다 한참 어른이였지요) 작은 소망(당시 민중민주의 가치였던 것 같습니다)들이 철저한 선거패배로 끝났었지요.

그리고 전 다시 술만, 술만으로 허기를 채웠던 세월이였고, 귀찮게했던 황인순과의 관계도 소원해져갔습니다.

이 친구가 그 이후로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는 소문으로 대충 들었지요. 그러나 그냥 스쳐지나갈 사람으로 남길 바랬던 건 저의 나약함 때문이였을 것입니다.

뭐 결론으로 이렇게 그런 사람들이 진보신당 안에서 만났으니, 이제는 상처가 없이 잘 가꾸어보자는 것이지요.

절룩거린 발 하나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으니, 나머지 온전한 발 하나 서로 기대며 가자는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선거기간 중 이 비슷한 이야기들 몇 번 올리려다 쓰고 지운게 여러 번입니다.

민망하고 그렇지만, 오늘은 지우지 않겠습니다.

아침 지하철 첫 차 준비까지 2시간 남았네요.
혹시 잠못 이루시는 당원님들 몸을 아끼소소.

항상 건사, 건투, 건승하길....

작성일 : 2009-03-28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