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조심 기간이라 등산코스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산행기를 올린지 너무 오래되어서 뭘 올릴까 생각하다
예전 산행기지만 산행의 재미를 잘 묘사한 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즐감하시라.



산행이 주는 기쁨 몇 가지

 
2005년 9월 19일  일요일  맑음

 
  신월랑(8:10) - 만추 옆 등산로 진입(8:24) - 보문사 삼거리(9:34) - 향로봉(9:49-56) - 남대봉(11:27) - 상원사 삼거리(11:27) - 시명봉(11:55-12:35, 점심) - 산소 삼거리(12:56, 좌회전) - 고인돌 삼거리(13:24, 우회전 내리막길) - 철탑(직진, 조금 더 내려가 갈림길에서 우회전해서 골짜기로) - 명경사(14:10) - 가리파재(14:20)

  전소장님, 김소장님과 동행하다. 총 6시간 10분 걸렸다. 전소장님과 김소장님 두 사람 모두 이 길을 잘 안다. 덕분에 참 오랜만에 길 찾는 부담 없이 그저 경치를 구경하면서 산을 올랐다. 전소장님의 걷는 속도가 상당해서 부지런히 따라가느라 힘이 좀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산행은 아니었다. 자주 쉬었고, 경치구경도 많이 했다. 산까치의 울음소리, 각시투구꽃, 마가목 열매를 발견했다.

   산을 오르는 기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름다운 경치가 주는 기쁨, 봉우리에서 앉아서 아랫 마을을 내려다보는 기쁨, 처음 가는 길을 지도와 나침반으로 찾아 가는 기쁨, 그래서 새로운 길을 알았다는 기쁨,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는 기쁨,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함께 오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기쁨, 맑은 공기와 산의 정기를 받는 기쁨, 그래서 내 몸이 정화되는 기쁨, 산 짐승들이 남겨 놓은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 이름 모를 산꽃이 수줍게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그 이름 모를 산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아나가는 기쁨. 이 중에서 마지막 기쁨은 선행자가 있을 때 얻는 기쁨이다. 특히 그 선행자가 나이가 많을수록 얻는 게 더 많다. 요즘은 조경공부를 하다보니 이 재미가 더 각별하다.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나뭇잎들이 벌써 누르스름해지고 있고, 열매들이 열려 있다. 지난 주 매화산 갔을 때도 다래 익은 것을 보았고, 둥글래 열매 맺힌 것을 보았다. 시간의 흐름이 벌써 이렇게 된 것이다. 기온도 그다지 덥지 않아 걷기가 쾌적하다. 이마에 맺히는 땀은 순전히 내 몸 소관이다.

   어머니가 가을에 단풍 들 때 치악산 데려다 달라던 말이 생각났다. 저녁에 이야기해서 일정을 잡아보자. 10월은 주말마다 일정이 있어서 산행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 주에나 시간이 날 것 같다.

   시명봉을 중심으로 한 코스를 몇 개 개발하면 꽤 괜찮겠다. (1) 가리파 - 시명봉 - 매봉, 이 코스는 11시간 정도 걸린단다. (2) 가리파 - 시명봉- 상원사, 이 코스가 가장 만만하다. (3) 수리봉 - 시명봉- 상원사, 수리봉에서 시명봉까지 세 시간이 걸린단다. (4) 곰바위봉 - 시명봉 - 가리파, 곰바위봉에 대해서 정확히 모른다. 어쨌거나 수리봉과 곰바위봉을 먼저 섭렵하자. 
 

작성일 : 2009-03-31 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