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심난한 시국에 소주 한잔 기울이면 지인들과 수다를 떨어야, 답답함이 줄텐데... 그렇지 못한 처지라 종일 인터넷만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중앙당에서 시끄러운 '노빠' '노까' 논쟁(?)을 보면서, 그리고 갈수록 시끄러워지는 인터넷 공간의 소란스러움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런 소란스러움 밑에 깔려있는 우리 사회의 '살기', 더 나아가서는 우리 안의 '살기'를 보곤 합니다. 대부분의 당원들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고, 김정진 당원의 글에서 처럼, 이를 차분하게 풀어내고도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비인격성을 등에 업고, 원래의 성품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잔인함이 횡횡하는 것을 봅니다. 변희재, 조갑제, 지만원 같이 이런 잔인함을 자랑스럽게 자신의 견해로 드러냄으로서 먹고 사는 일종의 생계형 범죄자들도 있지만요...
 
조금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좀 불쌍한 사정으로 (교통사고라든지..) 급서거를 하게되면 우리는 어떤 느낌일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먼저 측은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 사람의 정치적, 사회적 인격과 생명으로서의 인격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가슴이 짠하고, 조문을 하러 걸음이야 하겠습니까. 하지만, '잘 죽었다'고는 못 할 것 같네요. 그 사람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나름대로는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있지만...) 잘 해보려는 사람이고, 베트맨에 나오는 조커처럼 매일 나쁜 일만 끝내주게 하려고 작정을 하려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물론 어떤 나쁜 권력자가 있어서, 그 사람이 죽어서라도 없어져 주는 것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부시가 후세인을 징죄했듯이) 안타깝지만 그런 죽음에 대해서는 동의해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다른 느낌일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 때문에 죽은 사람들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냐구요? 억울하죠... 하지만 그것이 다른 죽음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죠.

사회적인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숨기고 있던 '살기'가 익명성을 공간을 통해 분출되고, 그것이 다시 현실세상을 무서운 공간으로 만드는 순환... 우리 시대의 진보는 '적을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꿈'으로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 이야기가 도당게시판의 익명성 논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온라인으로만 한국을 보아야 하는 처지에서 점점 느끼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제 생각일 뿐입니다) 물론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하겠지만, 그것이 그 사람에서 기인한 문제에 대한 싸움이어야지 그 사람 인격과 생명을 겨누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윤리적으로 바람직했던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가 '인간'을 잊어서 저질렀던 킬링필드의 비극이나, 스스로 올바른 논리에 기반하여 동지까지 숙청해야 했던 적군파들의 기억을 넘어서는 진보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 외에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이곳에서 들은 노래 - 반세계화 운동가 중의 후렴구절이 우리 시대 진보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해주었기에 적어 봅니다.

Changer le monde commence par se changer soi-même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Car changer le monde commence par se changer soi-même
왜냐하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되니까

- Entre les lignes : clouée au sol (선들 사이에서 : 대지에 못박혀)

랩으로 부르는 노래인데, 반국가사이트인 유투브에 가시면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가수들과 리듬으로 매우 철학적인 후렴구를 뜻을 되새기면서 듣는 맛이 괜찮습니다.

* 사족 : 그렇다고 제가 도당게시판의 '재미없어짐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좀 자극적이고 논쟁적인 글들은 관전의 재미를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거든요. 다만, 비판과 비난을 하더라도, '살기'만은 드러나지 않게 조금씩만...

작성일 : 2009-05-30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