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 있어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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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최원  2009-05-24 17:36  http://blog.aladdin.co.kr/droitdecite/2862717

마주해야 할 유령이 하나 더 늘었다.

애도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애도의 행위가 어떠한 애도의

행위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윤리적인

애도의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데리다가 말했듯이,

애도는 단순한 슬픔의 배출, 배설일 수 없다.

그러한 애도야말로 죽은 자를 어서 잊으려는,

그리하여 우리의 마음 속에서 죽은 자를 다시 죽이려는

시도일 수밖에 없으며,

그렇다고 이 슬픔을

배출하지 않고 단순히 우리 안에 

싸안고 있는다면 

우리는 타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우울증에 걸릴 것이다.

윤리적인 애도를 위해 우리는

죽은 자에게서 무엇을 계승할 것이고 무엇을 

비판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선택하고 결단해야 한다. 

햄릿이 아버지 유령을 대하고

끊임없이 망설이듯이

아버지 유령의 목소리 안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듯이

그렇게 우리는 노무현의 유령을

대해야 한다.

고 노무현은 하나가 아니다.

오래전 사이드(Said)라는 분이 90년대 초쯤인가에 노무현이 행한

연설문을 퍼온 것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오늘 웹에서 찾아봤지만  안타깝게도

찾을 수 없었다. 미포만인지 어디선지

노동조합을 방문하여 행한 연설이었는데,

명연설이고, 매우 급진적이었던 당시 그분의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계승해야 할 노무현은 

전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

신자유주의자로서의 노무현이 아니라,

국회 청문회에서 명패를 던지던 노무현,

노동조합원들 앞에서 싸움의 각오를 다지던 

그런 노무현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것은

얼마 전 스스로의 목숨을 끊으신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 또

용산참사에서 돌아가신 많은 분들의 죽음,

그보다 더 전에 노무현 정권 하에서

돌아가신 또 다른 많은 분들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는 행위로 나타나야 한다.

프레시안에 실린 박동천 교수의 글을 보고 

내가 또 다시 경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노무현의 죽음을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의 무기로 

사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 뿐 아니라

진보진영도 고 노무현 전대통령을

"물어뜯었다"고 말하는 이 자를 

내가 쉽게 용서할 수 없는 것도

그가 고인에 대한 진정한 애도를 행하기보다는

고인을 자신의 평소 감정풀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노무현을 계승함으로써 

그 분을 애도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진보진영은

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어제까지 비판하다가 오늘 갑자기 

한국 민주주의 개혁의 초석을 놓은 분이라고 

태도를 바꾸는 것은 가신 분에 대한 예의조차도 아니다.

예의를 갖추어, 그 분을 애도하자.

제대로 애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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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2009-05-25 03:40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에 들러보네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고민해봐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던 와중에 최원님의 글을 보고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도 닫힌 정세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지금의 상황에서
한번쯤은 고민해봐야할 문제인듯 합니다.

아, 그리고 노무현의 연설문을 찾아서 올려드립니다.
알고보니 1988년인가 1989년에 울산 현대중공업에 와서 했던 연설이라고 합니다.

덧붙여 노무현이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했던 발언도 의미 심장한 부분이 있어서 같이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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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번 여러분의 파업은 법률상 위법입니다. 그런데 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 산동네의 철거민을 보십시오. 그 사람들도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해서 따뜻하게 등 눕힐 수 있는 구들장이 필요하고 그 사람 자식들도 밥 먹던 상이나마 행주로 닦아 책 놓고 공부할 수 있는 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법에 위반되었다고 무허가라고 집을 뜯어버립니다. 노점상들도 그렇습니다. 입에 풀칠을 하려고 나와 있는 노점상들을 도로교통법을 걸어 목판을 차버립니다.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집에 불이 나 다섯 가구가 몽땅 타버렸는데 피해액이 백만 원도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목판 하나는 전 재산입니다. 밥 못 먹게 하는 법, 그것은 법이 아닙니다.

여러분! 헌법에는 노동3권을 명시해놓고 방위산업체는 안 된다고 합니다. 입만 열면 안보, 전쟁 위협을 하면서 비행기로 3분 거리에 있는 서울에 왜 63빌딩을 짓습니까? 방위산업체 쟁의는 안 된다고 하는 말은 대한민국 노동운동을 콱 밟아버려라 이런 뜻입니다. 그러므로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야 합니다. 또 말로만 하지 말고 악법은 국민의 손으로 철폐시켜야 합니다.

노동자가 놀면 온 세상이 멈춥니다. 그 잘났다는 대학교수, 국회의원, 사장님 전부가 뱃놀이 갔다가 물에 풍덩 빠져 죽으면 남은 노동자들이 어떻게든 세상을 꾸려 나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노동자가 모두 염병을 얻어 자빠져 버리면 우리 사회는 그날로 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 경제, 사회관계 등 모든 것을 만들 때 여러분이 만듭니까? 그게 바로 오늘 한국의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입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 우리 다함께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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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도 멸문지화를 당하고 패가망신했습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어요.

제 어머니가 새겨 남겨주신 제 가훈은

" 야 이 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면서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 놈아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주목하면서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무리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작성일 : 2009-05-25 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