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야, 이거 뭐야?"

침대에 까만 가루들이 떨어져 있길래 딸아이를 불러 물어 보았다.

"이거.....뭐지?"

"글쎄......"

그러면서, 무심히 데니를 내려다 본 순간, 데니의 항문 주위가 이상했다. 아! 그곳에는 끔찍한 물건이 말라 붙어 있었다.

사료가 아닌 것을 먹으면, 설사 기운이 있는 데니가, 똥을 싸고 나서 찌꺼기가  말라 붙어 있었던 것이다. 까만 가루의 정체는 바로........데니의.......똥가루.....악! 순간 딸아이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잘못 가르친 덕분에, 애견 데니는 똥오줌을 가릴 줄 모른다. 이사를 하고나서 제대로 교육을 시켜 저번 집 처럼 절대로 침대에는 똥오줌을 못 싸게 할거라고 벼르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이런 낭패라니.....

나는 서둘러 침대보에서 데니의 똥가루를 털어 내고, 다시 그 위에 누워 책을 읽었다.

한참을 독서삼배경에 빠져 있는데, 밖이 부산스러웠다. 딸아이가 자신의 이불을 밖에 말리는 중이었다.

무심히, 계속해서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서운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가족이 아닌가. 왜 지들 이불만 내다 말리는 거야. 지들 이불에는 똥가루도 떨어져 있지도 않을터인데. 나는 개와 똥오줌에 뒹굴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어느 순간, 딸아이가 남 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의 원망은 눈덩이 처럼 커져만 갔다.

벌써, 저러니 내가 늙으면 오죽할꼬. 내가 아프면 아마 시집가서 지들 식구 챙기느라 쳐다보지도 않을껄. 으이구, 나는 무의탁 노인 양노원이나 들어가야 겠다. 나의 원망은 하염없이 커져만 갔고. 드디어 둘째 딸 원주는 원수가 되기시작했다. 그리고 슬퍼지기 시작했다.

"원주는 안데리고 왔어요?"
"그저, 우리 원주 우리 원주, 남편 안중에도 없고 얘새끼만 싸고 돈다니까..."

"왜 그래요?"

아내를 태우러 고모네 횟집에 가자 마자 나는 아내와 틀어지기 시작했다. 딸아이로 부터의 서운함이 아내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급기야는 아내와 나는 얼굴을 붉히며 차안에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소주 가져 와"

"당신, 이제 노인네 다 된 모양이다. 점점 더 쪼그라 들고, 아이처럼 잘 삐지고... 왜 그래요?"

"뭐가? 그럼 원주가 잘 한거야?"

"원주와 이야기 해 보니, 당신 이불 말리려고 당신 방에 갔더니, 당신 책 보다가 자고 있길래 깨우기 뭐해서 그냥 나왔데요."

"................그래?"

나는 더 이상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원주야! 니 아빠 삐졌다."

"이 사람아, 그런 걸 왜 얘에게.....이야기 하지 마!"

아내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쪼르르 딸아이의 방에 가서 둘이서 숙덕이는 눈치였다.

아! 이런 창피함이라니. 쥐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나이가 먹어 갈 수록, 과거의 대범함이 사라지고 점점 속 좁은 여편네가 되는 것 같다.

혹시, 남성 호르몬이 줄어 들고 여성 호르몬이 점점 늘어난다는 갱년기?

아! 큰일이다. 창피하다.

내일, 원주를 무슨 낯으로 볼꼬.

작성일 : 2008-08-17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