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라고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사실, 선거권 같은 외적인 조건(절차적 민주주의, 형식적 민주주의)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평등한 세상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는 것 처럼도 느껴질 때가 있다. 헌법을 읽어봐도, 사회적인 규범을 찾아봐도, 책을 읽어봐도, 실제로 경제활동을 해봐도 겉 모습은 틀림없이 평등한데, 우리는 가끔 평등한 세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그 해답을 맑스의 자본론에서 찾았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자연물을 그대로 채취하거나, 가공하거나, 재결합 시키는 과정(유용노동)을 통해서 생산물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용하거나 소비한다.[사용가치]

여기까지, 그 물건은 상품이 아니다. 어떤 한 공동체가 스스로의 욕망을 위해 공적인 분업관계 속에서 각각의 상호 보완하는 생산조직이 만든 서로 특성이 다른 물건을 생산해서, 공동체 전체의 방식데로 분배하여 소비한다면, 그 물건도 상품이 아니다. 그 물건은 오로지 사용가치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맑스는, 상품이 아닌, 사용가치로서의 생산물을 만드는 인간의 유용노동을, 사회형태와 무관한 인간생존의 조건이며, 인간과 자연사이의 물질대사, 따라서 인간생활 자체를 매개하는 영원한 자연적 필연성이라고 말했다.

인간 노동의 생산물이 상품이 되는 사회(자본주의사회)에서의 상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맑스의 자본론은 시작된다.

인간이 만든 생산물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거기에는 두 가지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바로 자연소재와 노동이다. 땅속에 뭍혀있는 다이아몬드(자연소재)를 인간이 땅을 파서 찾아내고 가공(노동)해야지만, 생산물이 되고 상품이 된다. 나무(자연소재)를 가공(노동)하여 책상을 만들어야지만, 생산물이 되고 상품이 된다. 그러나, 만약, 아버지가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서 책상을 만들어 아들에게 준다면, 그것은 단순한 생산물일 뿐 상품은 아니다. 또, 책상 한 개를 더 만들어 책상을 만들어줄 아버지가 사망한 옆집 아이가 불쌍해서 그냥 갖다 주었는데, 그 아이 어머니가 미안해서 극구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닭 한 마리를 주어서 어쩔 수 없이 받아왔다면, 그것(책상과 닭)도 역시 상품이 아니다.

상품이 아닌 생산물(사용가치)에서 자연소재를 제거한다면, 노동만 남는다. 그러나 그 노동의 시간이나 질적 강도 차이는 사용가치로서의 생산물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용가치로서의 생산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물건은 유용성 즉, 그 물건의 속성만이 문제가 되고 가치로서의 기능을 한다. 아들을 위해 책상을 만드는 아버지의 노동과 옆집 아이에게 연민의 마음 가지고 책상을 만드는 노동을 우리는 절대로 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노동의 시간과 강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생산물이 교환가치 즉, 상품이 되었을 때부터이다. 그래서, 맑스은 상품을 노동생산물이라고 표현을 했다. 각각의 생산물이 상품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각각의 생산물의 유용성, 속성(사용가치)이 다르고, 서로 다른 종류의 유용노동으로 서로 의존하지 않는 사적인 분업 사회에서이다. 즉, 생산물이 상품이 되는 것은, 타인을 위한 사용가치(유용성), 즉, 사회적 사용가치가 될 때이다.

상품이 노동생산물의 의미로만 존재한다면, 상품의 교환가치는 노동의 시간과 강도에 따라 결정이 된다. 노동시간이 길고 힘들거나 복잡할 때의 상품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고, 그 반대라면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책상을 만든 아버지가, 옆 집 아이에 대한 연민의 정이 없이, 단순히 옆집 아이 어머니가 키운 닭이 먹고 싶어 교환한다면, 그 책상과 닭은 상품이 된다.

좀더 들여다 보면, 아버지가 책상을 닭과 교환하기 위해서는 우선 닭이 아버지에게 사용가치로서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아버지는 닭이 먹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옆 집 아이 어머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가 만든 책상이, 책상을 만들어 줄 남편이 없는 자신의 아이가 공부하자면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자신이 생산한 물건이 상품이 되는 순간, 교환하려는 상대방의 생산물은 자신에게는 사용가치로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환하려는 자신의 생산물은 교환가치, 즉 상품으로서만 존재한다. 아버지가 책상을 교환하려는 순간 아버지는 책상을 만드는데 투입된 노동의 시간과 강도를 생각하여 닭과 교환할 것이고, 옆집 아이 어머니도 똑 같은 생각을 하고 교환을 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도 자신의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상품으로서의 가치)일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 소용없는 것이라면, 거기에 들어있는 노동도 소용없는 것이고, 노동으로 계산되지 않으며, 따라서 아무런 가치도 형성하지 못한다

사용가치로서 생산물에는 그 물건이 가지는 속성을 만드는 유용노동이 존재하지만, 교환가치로서 노동생산물이라고 표현되는 상품에서의 노동은 특별한 유용노동이 아니고, 일반적인 노동일 뿐이다. 즉,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반화 되어 있는 노동, 즉 추상적이고 사회적으로 응고되어 있는 노동일 뿐이다.

그러나, 상품형태로서의 노동생산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생명을 지니게 된다.

상품의 신비성은 인간 노동의 사회적 성격을 노동생산물(상품) 자체의 물적 성격(물건들의 사회적이고 자연적인 속성)으로 보이게 한다.

종교를 예로 들으면, 몽롱한 종교 사회에서는 인간 두뇌로부터 나온  산물들이 스스로 생명을 가진 자립적인 인물(神)로 등장해 그들 자신의 사이, 그리고 인간과의 사이에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품사회(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 노동의 산물(상품)이 그것이 가지고 있는 노동생산물로서의 속성, 즉, 인간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인간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지배하기 시작한다.

원시 종교에서의 신들은 소박한 형태를 취하며, 인간사회와 평등한 관계를 맺으며 인간의 사회활동(생산,소비)을 규정하기 시작했지만, 현대의 발달된 종교예서의 신들은 인간사회를 지배하며 절대자로서 군림하였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상품의 신비한 특성(物神崇拜:fetishism)이 자본주의가 발달된 현재에 와서는 인간사회 속에서 인간을 지배하면서, 인간의 가치를 규정짓고, 인간을 억누르고, 인간사회를 배반하고, 전쟁을 일의키고, 심지어 평등해야 할 민주주의 국가의 가치가 상품에 의해 같은 노동자 끼리도 계급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품은, 드디어 자본주의 사회에 절대자이며 우상이 되고 만 것이고, 그 절대자의 성격은 난폭한 폭군이며 독재자일 뿐이다.

작성일 : 2008-06-05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