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의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를 며칠 전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였습니다.

공선옥씨의 글은 '피어라 수선화' 이후 처음이지만, 얼마 전 용산참사와 관련 연사로 나섰던 자리에서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셨다는 기사를 보고 이 작가의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산문집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 중 술로 허기를 채우는 저에게 좋은 양식을 주는 대목이 있어 그냥 옮겨봅니다.

'참 무던히도 많이 헤매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이제 더 헤매고 다닐 자신이 없다. 나는 그동안 어디를 그렇게 헤매고 돌아다녔던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 이 헤맴의 정체란 과연 무엇이었던가. 물론 몸이 헤매고 다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내 영혼의 헤맴이었다. 나는 그것을 감당해낼 자신이 이제 더이상 없다. 나는 언제부터 그렇게 헤맸던 것일까. 생각해보자.'
-세상의 따순 것 中-

'온 들에 흐드러진 자운영처럼, 우리집에도 뭔가가 흐드러졌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집은 늘 황사바람 부는 날씨같이 황량하고 메말랐습니다. 지난 3월에 배를 내린 병아리들이 오물오물 닭장 옆에 모여 있고 많이 먹지 못해 수척한 강아지가 빈 밥그릇만 싹싹 핥고 있고 그날 저녁에는 또 무엇으로 때거리를 해야 할지 메마른 부엌에서 맥없이 빈 그릇만 달그락거리는 언니와 동생 얼굴엔 도장밥이 허옇게 피어 있었습니다'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中-

이 외에도 많은 대목을 옮겨적어 함께하고 싶지만, 새벽 야구를 위해 후딱 잠들어야겠습니다.

작성일 : 2009-03-17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