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의미보다, 가볍게 산책을 하며 아내와의 대화가 주목적이다. 똘레랑스라는 이름도 그런 목적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똘레랑스의 첫번째 의미는, 다른 사람의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다. 즉, 상대방의 의견 사상을 존중하면서, 내 자신의 의견 사상을 인정받는 다는 것이다.
두번째 의미는, 특별한 상황(권력, 주로 공권력)에서의 혀옹되는 자유를 뜻한다.(원래 허용오차를 뜻하는 공학적 용어인데, 사회적인 의미를 갖게 되면서 특별한 자유라는 뜻이 된 것이다.
각설하고, 매일 아침마다 똘레랑스 공원의 표정을 살펴보자.
첫 번째 표정은, 미운 오리 새끼 세마리다. 이 소리를 그 아줌마들이 들으면 무척 기분 나빠 할 것이겠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이 웃을 수 밖에 없다. 거의 매일 마추치는 삼십대 아줌마들인데, 한 사람은 키가 지나치게 크고 비쩍 말랐고, 한 아줌마는 코끼리 처럼 거대한 몸집이고, 한 아줌마는 키가 작고 똥똥하다. 얼굴에 자신이 없는 지, 아니면 자외선 알레르기라도 있는지, 요즘 유행하는 마스크 복면을 쓰고 있어, 얼굴이 이쁜지 못생겼는 지 몹시 궁금하다.
내가 오리라고 표현한 것은, 그네들의 걸음걸이 때문이다. 두 팔을 강력하게 휘휘 내 저으며 보폭을 크게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펑퍼짐한 엉덩이가 오리처럼 튀어 나와 보인다. 맨 앞에 가는 키다리 아줌마는 그런데로 볼 만하지만, 코끼리 아줌마와 똥돼지 아줌마는 보폭이 큰 키다리 아줌마를 따라 가느라, 그야말로 측은하게 보일 지경이다. 게다가, 그녀들이 지나가고 난 다음의 향기가 몹시도 수상하다. 물론, 방금 남편과 아이들을 출근 등교 시키고, 막 설걷이를 하고 난 후라 반찬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것 보다 그 속에 더 야릇한 냄새가 숨어 있다. 시큼한 듯한 냄새......... 시궁창 냄새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방에서 나는 냄새도 아닌, 그 무엇......혹시, 그녀들은 지난 밤 남편들의 정액을 씻지도 않고 그대로 머금고 나타나는 것은 아닌 지....하여간, 그녀들의 모습은 세마리 오리가 뒤뚱거리며 걷는 것 처럼 우스꽝 스럽다. 그래서, 그녀들의 향기와 모습을 상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두 번째 표정은, 칼있으마 여인이다. 매일 같이 혼자 오는 여인, 도저히 그녀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몸매로는 삼십대 같은데,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그 정도 몸매는 누구라도 가능하다. 그녀는 마스크 가면은 하지 않았지만, 모자를 워낙 깊이 눌러 쓰기에 도저히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녀의 걸음걸이에는 절도가 있다. 마치 국군의 날 군인들의 행진하는 것 처럼, 두 팔을 쫙 펴서 크게 휘젓는다. 요즘 아줌마들의 팔 휘둘르는 모양은 팔을 직각으로 하는데, 그 아줌마는 팔을 펴고 휘젓는다. 게다가 그녀의 옷차림은 검은 색 일색이다. 검은색 추리닝에 노란 색 줄이 가 있고 운동하 역시 검은 색이다. 더 놀랄 일은, 그녀이 승용차 역시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에 만든 제일 고급 검은색 차라는 것이다. 여자 혼자서 아침에 운동하러 오면서, 그런 차를 타고 나온 것 또한 신기하다. 여기까지 이유만으로 그녀의 별명을 그렇게 붙인 것은 아니다. 그녀의 얼굴은 물론 모자 때문에 볼 수 가 없지만, 그녀의 표정은 대충 알 수 가 있다. 도저히 범접 할 수 없는 엄숙함, 그것이 지나쳐서 무섭기 까지 하다. 게다가 그녀의 화장은 마치 하얀 붕대를 감은 것 처럼 창백하다. 검은 색 최고급 승용차에 검은 옷에 무표정한 얼굴에 창백한 얼굴, 그녀에게서 난 무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난 드디어 그녀의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그녀와 마주치는 순간, 바닷 바람이 살짝 불었다. 모자가 벗겨지려는 순간 그녀는 모자를 고처 잡았다. 그 순간, 아! 그녀의 눈 밑에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눈 밑의 다크써클과 늘어진 피부 가죽...그녀가 왜 그렇게 밀납처럼 하얗게 화장을 해야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녀의 무서운 표정 뒤에, 그녀가 감내하고 살아야 하는, 고통스런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아침마다 타고 오는 고급 승용차도 그녀를 도저히 행복하게 할 수 없었나 보다.
세 번째 표정은, 허수아비 아저씨이다. 나이는, 60 대 초반 정도, 그는 중풍으로 오른 쪽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그래서 그런지 오른 쪽 입이 잘 다물어지지 못한 관계로 오른 쪽 입에서 침이 흘러 나온다. 그런데, 그런 그를 보고 아내는 가슴 아파 한다. 십 오년 전, 장인어른이 그런 상태로 몇 년을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나 역시 그를 보면 장인 생각이 문득 나서 가엽다. 그런 그가 아침마다 운동하는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 없다. 그 걷은 모습이, 오른 쪽 팔다리가 흐느적 거리는이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 모양이다. 게다가, 그는 치매끼도 조금 있는 것 같다.아내가 안쓰러워 말을 걸어보면, 아무 대답도 못하고, 미친 사람 처럼 뚫어지게 처다 보기만 한다. 성대가 마비되어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선의 무표정함이 정신 나간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그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같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비가 오면 나오지 않는데, 치매끼도 있는 그가 매일 같이 꾸준하게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어느 날, 그 이유를 알았다. 혼자 오던 그가, 어느 날, 젊은 새댁과 동행이었다. 그녀는 그의 마비된 팔을 끼고 걷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또는 사이좋은 오누이 처럼, 보기가 좋았다.
지나치며 인사를 했다.
"저희 아버님이세요."
"네, 그러세요?"
"저의 아버님, 몸이 불편하시니 잘 부탁해요."
아! 몸이 불편한 그 였지만, 그는 행복한 사내였다. 마음씨 좋은 예쁜 며느리가 그를 보호하고 있으니까.........
똘레랑스 공원의 아침 풍경은 이토록 정겹다. 그러나, 그 정겨움 뒤에는 아픈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지나가고 있다. 이제, 슬슬 비가 올 것 같다.
![[중앙당] 당원가입](/images/menu_top_ipdang.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