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은, 정자 위 마루바닥을 용수철 처럼 튀어 올랐다. 아내와 나는 하염없이 그것들을 쳐다 보았다.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오랜만에 아내의 얼굴은 평화로왔다.

"한번 할까?"

"? 이 양반 미쳤나봐..."

"뭐 어때? 정자에서 앉아서 하면 되지...."

"망칙하기는....."

농담이였지만, 아내는 싫지 않은 눈치였다. 오랜만이었다. 이런 부부만이 할 수 있는 농담을 나누어본지가....

오늘 따라 아내가 예뻐 보였다.

무섭게 비가 쏟아 부었다. 망서리던 아내도 우중산행에 대해 만족하는 눈치였다.

나에게 登山은 山行이다. 계획도 없고 제 멋대로다. 힘이 들면 하지 않고, 오르다 못오르면 중간에 그만둔다.

나는 어쩌면, 산에 오른다는 의미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 산에 오른다는 말이 자연을 정복한다는 의미로 들리기에

나는, 산에 순응하고 함께 한다는 의미로 산행이라 한다.

산을 즐긴다!  이것이 나의 화두다!

등산로가 이쁘다. 심곡은 행정상의 지명이고 강릉 사람들은 '집필'이라고 부른다.

노인데들만 살기에 아무도 이런 아름다운 등산로를 애용하지 않는다. 정상의 운동기구도 새것과 마찬가지

정자의 니스칠은 아직 처음 처럼 반지르하다.

아내는 오늘 산행에 대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