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박연차(64ㆍ구속) 태광실업 전 회장에게 받은 40만달러로 미국에서 160만달러짜리 주택구입 계약을 했으나, 검찰 수사에 앞서 계약서를 찢었다고 검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최종적인 구입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계약을 중개한 현지 부동산업체에 계약서 사본을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13일 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에 따르면 정연씨는 2007년 5월 어머니 권양숙 여사에게 받은 10만 달러 가운데 5만 달러로 미국 뉴저지 소재 주택 구입을 위한 선(先) 계약을 한 뒤, 같은 해 9월 박 전 회장이 홍콩현지 법인 APC계좌에서 추가로 보내 준 40만달러로 나머지 계약금을 지불했다.

정연씨는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에서 “올해 초에 계약서를 찢어버렸다”고 진술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주택구입 자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며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측은 권 여사가 아들 건호씨를 위해 주택구입을 계약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권 여사는 미국 유학 중이던 건호씨에게 미국에 정착하라는 뜻을 전했지만 건호씨가 ‘집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식으로 강하게 거부하자 정연씨를 통해 집을 알아보게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께 권 여사를 재소환해 100만달러와 추가로 드러난 40만달러의 전달경위 및 사용처 등을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홍 기획관은 “40만 달러는 기존의 100만달러와 별개의 돈으로 확인된 만큼, 사용처 소명도 모두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이 2006년 9월 회갑 선물로 건넨 명품시계와 관련, 검찰 조사에서 “아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박 전 회장 수사가 시작되자 어딘가에 버렸다고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력시간 : 2009/05/14 02:51:55  수정시간 : 2009/05/14 02:5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