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이 기사를 읽다 보니 과거 민노당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민노당에 취업(?)을 했던 이유는 비정규직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노조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무대하나 제대로 쌓지도 못하고 투쟁도 잘못하는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 그래서 노조는 아니지만 당 또한 노조의 배타적 지지를 받고 비정규직 관련 일을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정책부장 자리가 있어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당시 생각했던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였다.

첫째, 주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내부의 동원의 논리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투쟁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방법이 중심축이지만, 이에 덧붙여 외부를 설득하는 설득의 논리와 구체적인 대안을 바탕으로 전형적인 투쟁 이외의 방법을 보조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는 언론 및 시민사회의 공감대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정규직 노조의 과감한 결단, 즉 조합비의 10~30%를 비정규직 조직화에 쏟아 비정규직 ‘조직화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정규직 노조가 이후 제기된 사회연대전략과 유사한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다차원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물론 후자는 노조의 공감대와 결의가 필요한 부분이었고, 당 간부로서는 전자의 방법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큰 문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였고, 이 일에 대한 민노당 강원도당 지도부, 도의원과 보좌관, 민노총 강원본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특히 김형모는 강원도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자료들을 제공해 주었고, 양 지도부는 유급 연구보조원(장익규)까지 채용하게 해주었다. 나, 김형모, 장익규, 박경선 등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강원 대책위를 구성하였다. 우리는 자료를 정리하고, 연일 언론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환기시켰고 보다 구체적인 안을 중심으로 강원도와 다양한 테이블을 가지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이 싸움은 강원도의 독선적인 행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실현가능성도 희박하였다.

그러나 더 큰 아쉬움은 당 내부에서 발생하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외의 대안들은 대체로 개량으로 치부되었다. 당시 큰 논쟁은 ‘무기계약 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다.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나의 세련되지 못한 언술에서 기인하였다. 그러나 여타의 다양한 대안을 놓고 합리적으로 토론할 분위기가 마련되지 못했던 것 또한 문제였다.

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투쟁구호이자 갈라치기를 하는 상징이 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지역차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판단하였다. 이 싸움을 제대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강원도를 압박하는 것이었다. 이 또한 강원도가 받지 않을 것이 뻔하지만 이조차 받지 않는 강원도를 비판하고 여론형성에서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을 당 내에서 담기는 불가능했고, 나의 제안으로 인해 당 지도부가 곤혹을 치뤘다. 그래서 나에게 떨어진 것은 작은 ‘사상 검열’이었다. 더 뼈아픈 것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팀에서 나를 배제하였다. 그것도 민주노총 강원본부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당의 간부에 의해서였다. 나는 이후 비정규직 문제에 개입할 여력과 권한을 상실하였다. 그래서 정책 활동의 중심으로 다른 분야로 옮겨 갔다. 결국 나의 초기의 꿈은 나의 미숙한 언술 및 행동과 당의 분위기로 인해 작은 꿈으로 끝나 버렸다. 아쉽게도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강원 대책위는 거의 굴러가지 않았고, 비정규직 문제를 도내에서 환기시키는 일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지금은 진보신당으로 옮겼지만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거의 어떤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위 기사를 보며 과거 정책담당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진보신당 내에서 다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인간도 더 되어 과거와 같은 오류를 겪지 않아야 겠다. 그리고 진보신당 내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들이 논의되고 토론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적어도 지금 진보신당은 희망적이다. 이를 희망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의 대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푸념은 이제 그만...쓸데없는 푸념 들어준 이들에게 죄송...

잘 담아갑니다. 저 또한 인간이 먼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아침입니다^_^

잘보았습니다. 늘 솔직하네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날이 오지요. 
맞습니다. 진보정당은 왜소하지만.  희망적입니다.
아니.  희망적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