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강원도당 위원장 이건수

4.24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연일 정당공천제 폐지를 쟁점화하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거대양당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당공천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당공천제 폐지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주로 거론한 것은 정당공천제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대표적이다. 시민사회단체로는 경실련,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등이 의견을 내고 있고 지방언론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천제 폐지 주장이 우리나라 정치의 발전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정당제도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많이 아쉽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에 의해서 수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여론을 정당이 수렴하여 선거를 통해서 국정에 반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당제도를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선거제도를 공정하게 손질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현행 정당공천제에도 폐해는 있다. 특히 거대양당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경우 공천권을 중앙당의 공천심사위원회가 독점하고 있어서 공천헌금 등 부정부패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국회의원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이 정당공천제에 있다고 호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를 지역의 진성당원들이 직접 선출한다. 우리나라처럼 공천권을 중앙당에서 독점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투명한 절차를 거쳐서 선출되므로 부정부패가 개입할 여지도 없다. 결국 진성당원제로 운영되지 않는 우리나라 정당문화와 투명하지 않은 공천제도가 문제의 근원인 것이다. 문제의 근원인 정당제도와 선거제도를 손질하지 않고 섣불리 정당공천제를 폐지했다가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심사숙고할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교육감을 비롯해서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비례대표 등 8개의 투표용지를 받아야 했다. 후보만 해도 수 십명이기 때문에 유권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후보선택 기준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했다. 정당이 후보 선택기준 중 중요한 요소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어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게 되면 결국 유리한 것은 현직에 있는 후보자나 지방의 유력한 인사들 뿐이다. 능력 있고 참신한 신진들보다는 지방토후들이 득세하여 지방자치가 이들의 이해관계가 관철되는 금권정치로 변질된 우려가 있다. 또한 정당추천제가 없어지면 비례대표도 없어진다. 여성, 청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경우 비례대표 순번이 빠르므로 정치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없어지는 것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되면서 부분적으로 적용되던 정당공천제가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전면적으로 적용된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지방공천제가 적용되는 과정에서 부작용과 피로감이 높아진 것을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공천제가 폐해를 일으키도록 작용하고 있는 문제의 근본원인인 정당제도와 선거제도의 개혁은 눈 감고 바로 눈앞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오락가락하는 근시안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몇 년 해보고 다시 정당공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제도라는 것은 한 번 정해지면 쉽게 고치기도 힘들고 다시 되돌리기도 어렵다. 기왕에 좋은 취지를 가지고 출발한 제도를 함부로 폐지할 것이 아니라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작성일 : 2013-04-01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