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돈키호테식 진주의료원 휴업강행과 폐업 추진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이 주축이 된 강원도의회 의원들이 경영난과 적자 등을 이유로 강원도 지방의료원의 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몇 개 없는 공공의료기관마저 팔아치워야 한다는 우리의 현실을 잠시 살펴보자.

OECD 국가 중 밑바닥에서 1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공공의료기관 비율이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93%가 사영(私營)이고 공공의료기관은 불과 7%도 되지 않는다. 의료의 시장화로 간단한 수술 한 번 받아도 돈 천 만 원이 우습다는 미국도 30%대임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그나마 7%에는 이미 민간병원과 별 다를 바 없이 수익성 추구에 매진하는 국립대학병원들과 정부 출연기관 병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나 강원도는 의사 1인당 인구수가 663명으로 서울의 450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편인데다가 인구밀도는 낮고 의료기관 이용률이 높은 고령인구비율은 16%로 전국평균 11.5%에 비해 월등히 높다. 더불어 지난 9년간 평균 빈곤율이 22%로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즉 강원도는 지역 보건사업을 책임지고 의료급여 환자와 빈곤층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전국 그 어느 곳보다 확충되어야하는 지역인 것이다.

특히나 도내 의료원들은 전체 입원환자 중 28%가 의료급여 환자 일 정도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꼭 필요한 공공의료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강릉, 속초의료원의 경우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이 45.3%, 33.4%로 더욱 높은 상황이다. 또한 수익이 나지는 않으나 주민들의 건강 향상 및 질병 치료에 꼭 필요한 응급의료, 감염병 격리병상 설치, 호스피스 완화 의료 담당, 보호자 없는 병원 운영 등 ‘돈벌이’가 안 되기에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많은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순기능과 지방공사 의료원이 가지는 고유의 역할을 망각한 채 적자와 효율성만을 따져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강원도개발공사부터 매각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도립의료원은 5개 기관 모두 합해도 당기순손실이 89억원에 불과하지만(2010년 기준), 직원수가 채 100여명도 안 되는 강원도개발공사는 2011년 한해만 단기순손실을 461억원이나 기록하고 있고, 최근에는 삼척방재산업단지 계약과 관련하여 특혜시비가 불거지고 있고 감사원 특별감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립의료원의 공공성을 경영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려면, 1인당 5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지만 ‘수입’은 전혀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강원도의원들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시각에 매몰되어 세상을 재단하는 도의원들이 그나마 ‘밥값’이라도 하려면 도민들의 의료서비스를 망가뜨리는 근시안적 주장인 의료원 매각은 이만 거두어야 한다. 강원도의회, 특히 집권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방의료원의 공익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확대하는 제도개선과 예산확충부터 적극적으로 요구하라.

의료원 감축이 아닌 의료기관 접근성이 부족한 강원도 내 시군마다 지방의료원을 두고,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참여 통로를 만든다면 공공성은 살리면서 지역 사정에 맞는 의료원 경영이 가능할 것이며, 강원도 내 의료원들은 ‘전국 지방공사의료원의 모범’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대다수의 의료기관들이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도민의 건강권을 지켜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지방공사 의료원이고 강원도의 보건행정이며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심각한 노령화와 전국 최고 수준의 빈곤률과 자살률에 낮은 의료기관 접근성, 하다못해 물맑고 공기가 좋은데 아토피 발생률까지 높은 강원도민의 열악한 건강지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다면 ‘매각’이 아닌 ‘개선’과 ‘확충’에 초점을 맞춘 도내 의료원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진보신당 연대회의
강원도당 창당준비위원회

작성일 : 2013-04-17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