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지방재정 ‘급전 어디 없소’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지방세 수입과 지방 교부금이 크게 줄었는데도 정부의 재정사업 확대와 예산의 조기집행 요구로 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올해 지방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금융권에서 수백~수천억원의 단기 상환 자금까지 빌려다 쓰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재정의 건전성도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방세 12% 교부금 8.3% ↓ 인천·서울시 등 4천억원 대출 결국 시민부담 제도 손질해야 ■ 지방세 수입과 교부금 함께 줄어들어 지방 재정은 지방세와 교부금 모두에서 구멍이 나고 있다. 먼저 경제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거래세 비중이 높은 지방세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정부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방세 징수액이 2월 말 현재 4조63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6200억원) 감소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의 지방세 감소율 -6.8%를 넘어서고 있다. 서울(0.4%)과 광주(5.0%)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도는 모두 줄어들었고, 특히 제주(-26.5%), 인천(-21.9%), 대전(-20.7%), 경기(-19.8%) 등은 20% 안팎의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현재 추세로 줄어든다면 지방세 수입은 지난해의 88.1% 수준인 40조3천억원에 그치고, 올해 지방세 세입 결손도 6조8천억원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올해 내국세 세입 예산을 애초의 141조8천억원에서 11조4천억원 줄임에 따라 내국세의 19.2%를 차지하는 지방교부세(교부금)도 애초보다 2조2천억원 줄어들었다. 교부금이 줄어드는 만큼 지자체의 추가경정 예산도 줄어들게 돼 지방 재정의 부족이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중앙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매칭펀드 방식의 국고보조 사업 규모를 늘리면서 지방정부들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추가경정 예산에서 4조5천억원 규모의 국고보조 사업을 새로 편성하거나 증액하면서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액수도 1조9천억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 지방채 늘리고 단기 차입금까지 써 심지어 중앙정부는 경기를 살리겠다며 올해 상반기 중에 전체 예산의 60%를 집행하라고 요구해 지방정부들은 없는 살림에 빚까지 늘리는 형편이다. 먼저 지방정부들은 예산 조기 집행과 사업 확대에 따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 지방채 발행 계획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전체 지방채 규모는 2조310억원이었으나, 올해 지방채 발행 계획은 4조4092억원으로 2배 이상 늘렸다. 이는 정부가 정해놓은 2009년 지방채 한도액인 3조7320억원을 7천억원 가량 초과한 것이다. » 광역자치단체 지방채 발행계획 및 누적 채무액 인천시의 경우, 평소 예금 잔고가 6천억~7천억원에 이르렀지만 올해 초 예산을 대거 집행하면서 가용 재원이 정기예금 30억 등 100여억원에 불과해져 최근 은행과 증권사에서 4442억원을 잠깐 빌렸다. 지난해 말까지 부채가 1조5329억원인 인천시는 최근 추경 예산에 따라 지방채 6500억원을 추가로 발행하기로 해 올해 지방채 발행 규모는 826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천시 예산 담당자는 “상반기에 예산의 60%를 조기 집행하려면 5·6월 두달 동안 1조7천억원이 필요한데, 거래세를 제외한 정기 지방세가 거의 다 하반기에 몰려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예금 평소 잔액이 2조~3조에 이르던 서울시도 올해 예산 조기 집행에 따라 자금 부족이 발생해, 지난달 2일 일시 차입금 4600억원을 시 금고에서 연리 3.74%로 대출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예산의 조기 집행을 위해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약하면서 애초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정기예금 이자수입도 모두 날아갔다. 대전시도 애초 예산 편성 때 1059억원, 추경 때 520억원 등 올해 지방채 발행 규모를 1579억원으로 늘렸으며, 이는 지난해 319억의 거의 5배에 이르는 것이다. 광주시도 지난 3월 1차 추가경정 예산 편성 때 이미 58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데 이어 시 금고에서 750억원을 긴급 대출받았고, 부산시도 1차 추경에서 852억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한 데 이어 1500억원을 일시 차입해 조기집행 재원에 충당했다. 전북도는 도정 사상 처음으로 농협에서 900억원을 긴급 차입했다. ■ 위기의 지방정부 재정, 어떻게? 전문가들은 이런 세수 부족과 과다·조기 집행이 지방 재정을 고질적으로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국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 무리하게 빚을 내어 조기 집행 예산으로 쓰거나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잘못된 재정 운영”이라며 “방만한 재정 운영은 결국 시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대 양준호 교수(경제학)는 “지방정부들이 택지개발과 도시재생 사업 등에 무리하게 투자해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추가 빚을 내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무모한 행위”라며 “이미 파산을 경험한 일본이나 미국의 지방정부들을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재정 상황은 지방정부들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 인천시의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지금은 빚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아 국고보조 사업의 확대도 달갑지 않다”며 “정부가 지방 재정의 어려움을 줄여주려면 지방교부금을 애초 규모대로 늘려 지원하고, 추경에서 편성한 정부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이 줄여주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김영규 교수(행정학)도 “지자체의 재원 조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방 교부금을 늘려주고 지방채 발행 한도를 일부 올려줘 재원 조달의 숨통을 터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윤영미 손규성 기자 ywkim@hani.co.kr

작성일 : 2009-05-04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