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스스로 나서 골프장 설명회를 진행해 관심을 모았으나 시행사인 ㈜여산레저 측이 불참해 빈축을 사고 있다.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와 용암1,2리 주민들은 22일 오후 2시 신림면 복지회관에서 ‘주민이 준비한 여산골프장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는 여산골프장 반대대책위에서 주최했으며 여산레저 측과 원주시 관계자를 불러 골프장 건설의 장·단점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여산레저 측은 설명회에 나타나지 않아 반대 측 입장만 설명하는 모양새가 됐다.

또 주민설명회 후원단체로 알려졌던 신림면 이장협의회, 새마을지도자회, 부녀회, 신림농협 등 신림면 각 단체들은 후원단체에서 이름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반대대책위 이규옥 위원장은 “용암리와 구학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여산골프장이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반대대책위와 여산레저 양쪽의 입장을 듣는 허심탄회한 토론회가 되고자 했으나 여산레저 측이 불참했다”고 밝혔다.

사회를 본 원주환경운동연합 김경준 상근활동가는 “주민 스스로 진행하는 주민 설명회는 처음”이라며 설명회의 의미를 부여하고 “여산레저 측이 잘못한 게 있어서 주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시행사가 참여하지 않은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에 추진중인 여산골프장에 대해 주민 스스로가 나서 토론회를 개최했으나 시행사인 ㈜여산레저 측이 참가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강원희망신문)

사례 발표에 나선 인천 계암산 골프장 반대위 노현기 사무처장은 “골프장은 ‘공익시설’로 분류돼 예정 부지의 80%만 매입하면 나머지 부지는 강제수용이 가능하다”며 골프장 건설의 문제점을 밝혔다. 또 “사전환경영향평가시 시행사인 업체에서 돈을 주기 때문에 업체에 유리하게 엉터리로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강릉 구정면 골프장 반대대책위 관계자는 “대기업 돈벌이 하려고 농민과 주민을 다 죽이고 있다”며 “남을 망하게 하고 나만 돈벌이 하려는 나쁜 기업의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라며 분개했다.

"골프장 건설, 주민 스스로가 결정해야"

정리 발표로 나선 용정순 원주시의원은 “주민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주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쟁점을 정리했다.

용 의원은 “골프장이 지역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단정하지는 못하지만, 지자체가 앞 다투어 골프장을 유치하려는 데에는 문제가 많았다”며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수 확보, 상권 형성, 일자리 창출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용 의원은 또 “구학리 골프장은 업체에서 부지 80% 이상을 매입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데, 시유지가 23.5%에 달해 원주시가 시유지를 매각하지 않으면 골프장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대중골프장이 체육시설로 허가돼 의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시유지를 매각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의원들의 요구로 시유지 매각시 의회의 승인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체에서 돈 뿌리면 마을 공동체 파괴돼..."

이어 질의 응답 시간에 참가자들은 “골프장 허가가 났다는 소문"과 "(골프장 건설에 동의하기로) 관계기관과 협약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진상 확인을 요구했다.

이규옥 반대대책위 위원장은 “체육시설로 입지선정이 된 것을 허가가 난 것으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것 같다”며 아직 인허가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또 관계기관과 협약을 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구학리 주민 마을 총회를 거친 적도 없다”라며 “구학리 주민 몇 분이 임의로 협약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반대대책위 관계자는 “업체에서 마을 발전기금으로 1억5천만원을 먼저 주고, 나중에 1억5천만원과 매년 1천만원씩 마을 발전기금을 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뜸했다.

김경준 활동가는 “업체가 사업추진을 쉽게 하려고 돈을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돈을 뿌리기 시작하면 주민 갈등이 심각해지고 마을 분위기가 흉흉해 진다”며 마을 공동체 파괴를 우려했다. 또 “골프장 건설 문제는 마을 주민이 판단해야 한다”며 여러 입장을 들어보고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원주시는 24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다음달 10일까지 여산골프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을 실시한다.

㈜여산레저는 신림면 구학리 일대 85만5,677㎡(약 26만평)에 18홀 규모의 대중골프장 건설을 추진중이며, 이 지역은 시유지 23.4%, 사유지 74.8% 국유지 1.8%로 구성되어 있다.

◇ 골프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용정순 원주시의원은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골프장 건설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과장됐다고 밝혔다. ①　세수효과 과장 18홀 규모의 골프장은 지방세 6억원 정도 납부하고, 그 중 3억원은 골프장을 짓지 않아도 종합토지세 등으로 들어오는 세금이고, 실제로는 3억원 정도 세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조사해 본 결과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골프장은 회원권을 분양하는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골프장으로 구분되는데 구학리 여산골프장은 대중골프장이다. 대중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보다 세금이 낮다. 현재 운영중인 인근의 18홀 규모 골프장이 원주시에 낸 세금은 2007년도에 1억8,247만원에 불과했다. 2억도 안 되는 세금 받으려고 주민을 쫒아내고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②　상권 형성도 안돼 골프장이 들어서면 주변에 상권이 형성돼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골프장 주변에는 전혀 상권이 형성되지 않는다. 업체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골프장 내에 편의시설 등을 구비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 이전에 이미 상권이 형성되어 있던 곳을 제외하면,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 인근에 추가로 상권이 형성된 곳이 없다. ③　일자리 창출 미비 18홀 규모의 골프장에 150명 가량의 일자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직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 고용은 30~50명 수준이다. 그나마 골프장 풀 뽑는 일과 같은 열악한 일자리 뿐이다.

강원희망신문 2009.07.23(목) 13:57

이상규 기자 eco23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