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익명으로 글쓰는 것이 전면적으로 용인되는 문화 내지는 분위기'에 화가 나셨다고 하셨는데요, 그 문화 내지는 분위기에 대해서 조금만 더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글쓰기는 일반적으로 '익명성'이 용인되고 있습니다. 물론 실명으로 글을 쓰면 '글쓰는 이의 책임성'과 '글읽는 이의 신뢰'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겠지요. ‘익명 글쓰기’는 책임성과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면 되지 않을까요? 익명성은 그것이 갖고 있는 해악 못지않게 여러 가지 미덕이 있습니다. 글쓴이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관계없이 '논리 대 논리'로 소통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장점입니다. 이외에도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익명성이 갖고 있는 미덕은 매우 많습니다. 실명성 확보를 통해 책임성을 더욱 담보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실명게시판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최근에 진중권 씨가 쓴 '미네르바 사육제'를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익명성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켜 주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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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제가 ‘익명이 용인되는 문화’라는 표현 대신 ‘익명이 전면적으로 용인되는 문화’라고 썼다는 점과 그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익명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면적인 용인’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일관성 없는 닉네임의 사용 다시 말해, 제한없는 멀티닉의 남용을 의미했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쓰지 않고 왜 그렇게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느냐 하면,
‘익명으로 글쓰는 것에 ~ 화가 났다’ 이 부분은 제 댓글의 중요 내용이 아닙니다. 진중한 것 같다는 일종의 칭찬에, 별 말씀을.. 뭐 그렇지도 않다... 사실 좀 화가 나있는 불안정한 상태다..는 말을 하려다 나온 말입니다. 그처럼 그냥 서두에 붙이는 말에 ‘멀티닉의 남용’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 페이퍼당원님이 무책임한 멀티닉 사용자라고 암시하는 듯한 위험을 감수하며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건덕지를 만들 필요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저 글을 쓰는 순간에, 짧고 두루뭉술한 표현을 써도 괜찮을 것이라 여긴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전에 무슨 말을 했었습니다. 저는 제가 했던 말과 일관성을 유지해야할 의무감을 느껴야만 하는 대신에, 짧고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더라도 나중에 ‘아 그건 이런 뜻이었다’고 해명하기가 쉽습니다.
http://jinbo21.net/g4/bbs/board.php?bo_table=free&wr_id=1945#c_1990

진중권씨의 글을 다시 읽더라도 별로 고민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진중권씨는 미네르바의 가면을 벗기지 말자면서, 미네르바가 실제로 누구인지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겁니다.
만약 미네르바가 자신의 글에 다른 닉네임 예컨대 ‘짱네르바’란 닉으로 댓글을 달면서 ‘미네르바님 짱이예요’하고 자찬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만약 미네르바가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오류를 발견한 후 솔직하게 오류를 인정하는 대신 미네르바닉을 버리고 투네르바라는 닉을 사용하면서 말을 바꾼다면 또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진중권씨부터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이유로 사이버에서 미네르바, 투네르바, 삼네르바라는 복수의 아이덴터티를 사용하고 그걸 즐기겠다면 그것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일관성 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대개 부끄러운 일로 여겨집니다. 이런 방식의 멀티닉도 ‘표현 자유 극대화를 위한 익명성 원칙’의 뒤에 숨을 수는 없지않냐 생각합니다.

이거저거 다 빼고 오직 '논리 대 논리'의 소통을 이야기하셨는데 좋은 이야기입니다만, 그 논리란게 때로는 귀걸이코걸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라서, 일관성 의무도 논리만큼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미네르바가 미네르바가 되는 것은 동일한 닉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또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이어서 하기 때문입니다. 그 두 가지를 요건으로 해서, 미네르바라는 사이버 아이덴터티가 탄생합니다.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아이덴터티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완전하지 못한 아이덴터티 흔히 하는 말로 유령이 되는데, 사이버에서 유령은 대략 무시됩니다. 아고라 같은 불특정 다수 게시판에서는 무시됩니다. 그게 정상일겁니다.

맥스 1~200명의 소수 게시판인 도당 게시판에서는 왕왕 상황이 역전되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나타나는 유령 아이텐터티가 더 강력한 어휘로 센세이셔널한 주장으로 판을 주도한다고 해얄까요.

오해없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저는 유령 아이덴터티들에 대해서 화가 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런 것까지 용인되는 분위기 내지는 문화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는 점입니다. 또 화가 난다고 말했지 그걸 바꾸자는 주장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분위기 내지 문화가 생겨난데는 민노당시절부터의 역사성이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그런 이유들에 대해서 선배당원들로부터 이야기도 좀 듣고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러고 있는 중입니다.

2. 중요한 지적 하셨습니다. 두 가지 카테고리. 깊이 고민해 봐야 하는 할 것입니다. 일상적인 업무 내지 사업은 조직운영규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님의 말씀에 저 역시 동의합니다. 그러나 원칙 및 가치로서의 평등은 실제 삶 속에서 최대한 실현되어야 합니다.

님의 글을 읽고 진보신당 춘천시 당원협의회 규약을 찾아보았습니다.
규약 어디에도 당원협의회 의장을 '보좌'해야 하는 역할을 지닌 직책은 없더군요. 보좌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신다면, 다음에 혹시 규약을 개정하실 때 ‘보좌관’이나 ‘부의장’이라는 직책을 새로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춘천당협 규약에 이 조항이 있더군요. “제8조(운영의 일반원칙) 규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민주주의 일반 관례에 따른다.” 이게 핵심이겠군요. ‘민주주의 일반 관례’. 다른 활동가들이 허성민 의장에 대한 보좌 내지 지원이 부족했다고 판단하신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일반 관례에 비추어볼 때 부족했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조직의 주요 활동가들에 대한 허성민 의장의 ‘지원 내지는 배려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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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당협규약에 보좌 내지 지원을 명시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8조의 여집합 조항으로 바로 가는 것은 온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의장이라는 용어자체가, 가위바위보가 아니라 선출이라는 의장뽑기 방식이, 의장/사무국장/집행의원/평당원으로 이루어진 조직구조가, 애초에 당협을 구성하는 목적과 규약의 정신이, 당협 구성 당시의 분위기(당시 나정대 사무국장 출마의 변: 상근하고 있는 당원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도와줄 것으로 믿고 최선을 다하겠음)가, 이런 수준의 형식성을 갖춘 단체가 의례 그러리라 기대하는 상식이, 의장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할 것임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장하시는 진상조사는 당협규약에는 없습니다.

진보신당 당헌, 각종운영규정, 당기위원회규정이 당원간 불평등을 조장 및 합리화하는 규정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언뜻 받아들여지지는 않네요. 예를 들어주셨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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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규정이란 것이 구성원의 권리/의무를 규정하려고 있는 것이고, 많은 의무규정 중에서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기위규정 9조 징계사유
당원에 대한 징계의 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당헌·당규에 위반하거나 당의 지시 또는 결정을 위반하는 경우
2.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
3. 당명에 불복하고 당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

이 정도면 예가 되겠습니까. 우리는 당론을 따를 의무가 있는 당원이고 당론을 결정하는 당원과 그렇지 않은 당원이 있습니다.

심상정대표와 보좌관과의 관계도 원칙적으로는 평등해야 합니다.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냥 역할이 다른 것이겠지요. 그러나 ‘보좌’라는 역할이 실제 생활에서는 거의 불평등에 가깝게 되기 쉽다고 봅니다.

저는 탈권위주의적인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제가 ‘진상조사’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비일관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용어를 좀 바꾸지요. ‘진상규명’을 주장합니다. 권위주의적인 방식이 아닌, 소통과 대화를 전제로 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님이 우려하신 대로 “사람을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기도 하고 실토해라 어허 솔직히 말해봐라..”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동의와 소통을 전제로 한 진상규명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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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에서 모순 내지는 균열을 느낍니다. “그러나 ‘보좌’라는 역할이 실제 생활에서는 거의 불평등에 가깝게 되기 쉽다고 봅니다.”고 하셨는데 바꿔 말하면, 대표와 보좌관이 완전히 평등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하시면서 현실론을 이야기하신 겁니다.
그런데 진상규명에 관해서는 “동의와 소통을 전제로 한 진상규명은 불가능한 것일까요?”고 하시면서는 ‘현실이야 어떻든 이상대로~~’의 탁상공론적 이상론만 이야기하고 끝내신 겁니다. 스스로 주장하시는 진상조사란거의 구현방식에 결함이 발견되었는데도 말입니다.
 
대표와 보좌관이 완전히 평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대표도 없애고 보좌관도 없애자고 주장하시면 페이퍼당원님에게 일관성이 생깁니다.

개인과 개인간에 발생한 갈등으로 치부하기에는 일이 이미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허성민 의장은 진보신당 춘천당원들 사이에서 이미 공인이기도 하고요. 명예훼손이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고, 또 다른 활동가들의 잘못도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기에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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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허성민의장은 공인이고 선출된 의장이고 하니까, 각종 의무는 있는데, 평당원으로부터 보좌/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보좌라는 단어가 맘에 안드시는 겁니까. 단어가 맘에 안드는 거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지원이라고 말하면 됩니다. 애초에 보좌라는 단어를 제가 먼저 쓴 것도 아닙니다.

또 애초에 제가 “평당원이 당협의장을 보좌 내지 지원하지 않아야한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말한 것도 아닙니다. 진보신당이 ‘평등’을 주요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평당원이 당협의장을 보좌 내지 지원하지 않아야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 겁니다. 요컨대 다른 근거를 내라는 거죠.

명예훼손 주장과 진상규명 두 가지를 또 동시에 주장하시니까, 덧붙입니다.
진상규명(진상조사도)은 그 자체로 중립적인 단업니다. 그러니까 진상규명을 해봤더니 당협의장에게 뭐 별다른 과오가 없더라는... 결과와 그 반대의 결과 두 가지 모두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겁니다. 명예훼손의 혐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정도도 아니고 명예훼손이라고 여러 차례 단정해버린 페이퍼당원님이, 진상조사 후 별다른 과오가 없더라는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겠냐는 겁니다. 편견/선입관 없이 이루어져야할 진상조사를 요구하면서도 선입관을 심어줄 수밖에 없는 명예훼손 주장을 여러 차례 하신 잘못이 있습니다.
명예훼손을 주장할 양이면 진상조사같은 중립적인 단어 뒤에 숨을게 아니라 처벌위를 열라고 주장하거나, 진상조사같은 외견상 중립적인 요구를 할양이면 명예훼손주장과 같은 사견은 참았어야 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거론하신 춘천당협규약 “제8조(운영의 일반원칙) 규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민주주의 일반 관례에 따른다.”에서 유추되는 원칙을 스스로 위반하신 겁니다.

작성일 : 2009-02-05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