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사에 파란만장한 역정을 뒤로 한 채
걸출한 한 인물이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1백년에 한번 나오기 어려운 위대한 인물이라고 말하는데
일면 틀림이 없는 것은 사실인듯싶습니다.
풀뿌리 시민참여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탄탄하지 못한  한국사회에서
어느 한 정치인 영향력의 파급은 늘 클 수밖에 없었는데
퇴임 후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 찍히는 굴욕과 그에 따른 정치적 탄압을
‘죽음’으로써 자기 삶을 마무리하는 살신성인의 치열함에 고개 숙이고
살아남은 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바르게 사는 것도 어렵지만 치욕을 당할 때 죽음의 마무리도
어떻게 매듭지어야 하는지 많은 의미를 던져줍니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직접적으로는 대다수 사람들이 말하듯이
권력의 역학관계에서 빚어졌겠지만
아마도 더 깊은 뿌리는 자신을 집권자로 뽑아주었는데
그 국민의 대의를 저버리고 모순의 정책을 하기 시작했던
즈음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즉 자기의 본심을 잃어가면서부터 시작되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으론 권력분산, 지역주의 극복, 인권과 시민권 보호등
민주주의 소중한 빛을 가져오고
다른 한편으론 평화흐름을 역행하는 파병을,
민중의 이익과 정반되는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그림자를 남겼습니다.
이러한 그림자는 더더욱 짙어가고 빛은 형편없이 사라지고
급기야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사지에 몰아넣는 세력들에게
권력을 거져 넘겨주는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빛의 크기가 큰 만큼, 그림자의 크기도 컸습니다.
이 양자는 진보주의자들의 마음에도 그대로 비추어지는 것 같습니다.
뿌리는 대로 거두는 자연순리처럼
무엇을 한국정치에 뿌려야 되고,
무엇은 결코 뿌리지 말아야 하는건지.

왜 그렇게 뛰어난 정치인이
갈지 자 걸음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라는 의문에
아마도 그는 성장주의자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민주주의가 독재 전선과 마주할 때는 한없이 큰 빛을 남겼지만
개발과 성장이 이제는 민중에게 독이 되는 시대의 전환점에서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고
대통령이면 해서는 안 될 말을 ‘재벌들에게 권력이 넘어감’
할 수 밖에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온 산하가 토목공사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데도
이것을 민생의 대안으로 내놓았고
투기와 거품이 성장의 정체인데
개방의 문을 무작정 열어주는데
국민의 삶은 온전할 수가 없었는 것이지요.

물론 짧은 한국 현대사에서
고인이 남긴 정치 삶은 험난하고 멀고먼
온전한 정치의 완성이라는 과정의 디딤돌이겠지요.
짧은 5년에 모든 것을 이루어 내기는 고인 본인의 한계이자
전체 민중 정치의 역량의 한계이겠지요.

남는 것은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혜성처럼 나타나 혜성처럼 사라지는
걸출한 개인의 정치인도 중요하지만
영원히 지지않는 수많은 깨어 있는 뭍 별들이
집단적으로 나타나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구 68혁명이 형식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제반 영역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정치의 근간이 되는
생활정치, 풀뿌리 정치가 살아나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고인의 서거의미를 가감없이 들여다보고
진보신당를 대표하시는 분들은 
아니 평당원들은
날마다 살신성인의 마음을 내야
어둠의 그림자를 남기지 않고
현실 정치의 한계를 넘고 또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다시 빌어봅니다.

작성일 : 2009-06-04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