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사건과 지난 선거에 대한 우리의 입장 Ⅰ

* 글쓴이 : 강원도당 당원 12명 (탈당자 3명 포함)

강은미, 경신, 김선희, 우윤서, 윤효주, 이경진, 이성민, 장지원, 정동해, 아마추어(탈당), 오주현(탈당), 조대흠(탈당)

우리의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지난 4월 23일 ‘폭력의 성찰과 향후 강원도당의 과제’라는 주제로 평당원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간담회는 지난 도당위원장 선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논란을 가라앉히고 서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낙선운동에 참여했던 당원들 중 한 명도 토론자로 나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 글은 당시 발표문에 기초한 내용이고 애초 간담회 결과를 정리한 글이 올라오면 이후 올리고자 계획된 글이었습니다. 늦었지만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당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싣게 됐습니다. 낙선운동그룹이 낙선운동을 벌이게 된 배경과 문제의식, 이후의 대안 등 최종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커다란 논란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원인과 책임소재, 이후 제도적 대안 등 제대로 된 해법이 거의 나오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적지 않은 당원들이 강원도당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 자체에 지쳐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성을 신뢰해야 하는 곳에서 이미 이성적 접근이 불가능하게 된 지금의 현실에서, 서로 각자의 정당성을 증명하려 하고, 서로의 차이만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지혜를 모으고 공통분모를 만드는 과정은 꼭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해법을 찾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관점과, 문제의식, 대안을 내놓고자 했습니다. 여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을 것이고 당원들마다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차이는 차이대로 묻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단지 이 글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길 바라고 그런 부분들이 이후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낙선운동 방식의 문제점

우리는 지난 선거기간에 길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었습니다. 길 후보가 ‘사퇴’라는 정치적 결단을 통해 백의종군하는 모습이 우리 강원도당을 위해서나, 길 후보 개인을 위해서나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퇴하지 않았고, 우리는 본격적인 낙선운동에 돌입했습니다.

단독 출마 선거이기에 실제로 낙선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단독 출마 선거의 경우 후보자가 당선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①단독 출마이기에 웬만하면 믿어주고 찍어주는 대중의 정서와 ②‘대안이 없다’는 당원 대중의 심리가 존재하는 데다 ③사퇴요구 및 낙선운동이 늦게 시작되었고(후보자는 3월 8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지만, 길 후보의 후보자격에 이의를 제기한 경신 당원의 글이 처음 올라온 때는 3월 15일이었음.), ④후보자의 경우 면대면 접촉, 우편 공보물 발송, 전화, 이메일 선거운동 모두가 가능했고 ⑤후보자는 예전부터 춘천 및 강원도 당원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라 기본 조직표가 있지만, ⑥낙선운동에 참여한 당원들은 강원도당 활동 경력(민주노동당 시절 포함)도, 지역 기반도 거의 없는 데다가 (당원 개인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므로) ⑦오직 홈페이지를 이용한 선거운동만 가능한데, ⑧보통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당원은 전체 당원의 10~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반대표가 꽤 많이 나온다면 길 후보와 우리 강원도당이 좀 더 많이 반성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낙선운동을 이어갔습니다.

낙선운동은 평당원들이 앞서서 진행한 강원도당의 자기정화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다수 당원들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낙선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의미 있는 성과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당원들의 관심을 이끌고 차근차근 옳고 그름을 따져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통의 합의를 얻어나가기보다는 오히려 반목과 불신만 쌓이고 논란 자체에 지치고 상처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 낙선운동진영 또한 일부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난 낙선운동이 진보라는 이름에 걸맞은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 여겼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에 대해서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그 부분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순리에 맞고 도리라고 보아 그 부분을 밝히고자 합니다.

강원도당 당원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똑같은 말을 해도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내는가 하면 거부감을 가지며 반대하기도 할 것입니다. 아마 전달방식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장의 타당성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방식을 더 원하고 더 설득력 있게 여길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았어야 했는데 그런 고려가 부족했습니다. 반드시 부드러운 설득만이 상대방의 동의를 얻는 방식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강원도당 당원들의 정서는 그러한 방식을 더 원했던 것 같습니다.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는가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세력이 항상 요구받는 과제인데, 이곳에서 이러한 것을 역으로 경험해서 저희들도 당황스럽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우리들의 입장이 호소력을 갖고 많은 당원들과 함께 문제의식을 나누고자 했다면 그동안 취했던 방식에 대해 서둘러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했는데 늦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문제제기 방식은 반대진영의 또 다른 거친 목소리들과 함께 소음(?)으로 여겨져 호소력을 많이 잃었고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불신이 만들어지고, 서로 갈등만 키우는 결과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낙선운동그룹이 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인터넷 게시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방식들로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부적절하고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 많았습니다.

홈페이지는 낙선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조건이나마 제대로 활용하고자 주로 홈페이지에서 우리들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여론형성을 꾀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단정적인 표현이나 신중치 못한 표현들이 나오게 됐고 사려 깊지 못하다는 인상을 전달한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예를 들면 먼저, [반대선언]을 하면서 “길OO 후보가 당선이 되면 강원도당을 아우를 수 없을 것이며, 당원들의 내적 동력 또한 끌어올리지 못할 것입니다.”(지역커뮤니티 466번 글)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어느 당원 님의 지적을 받고 ‘아우르기 힘들 것’이고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수정하기는 했지만 신중치 못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가치중립적인 입장이 결과적으로 가해자를 비호하는 것으로 이어진다.”(지역 커뮤니티 466번 글)는 표현을 여과 없이 밝혀 경직적인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어느 당원분의 지적으로 글을 삭제하고 사과 글로 해명을 했지만 우리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었을 여러 당원 님들께 적지 않은 실망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당시 낙선운동그룹의 견해로서 사전에 보충적인 설명을 통해 설득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여과 없이 우리의 견해를 바로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낙선운동그룹이 그러한 판단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양비론이나 가치중립적 입장의 한계를 지적하고자 했다면, 그런 주장에 앞서 적절한 예나 사전설명을 통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갔어야 했는데, 많이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강원도당 전국위원 후보들에게 길OO 후보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는데, 이 부분도 역시 사려 깊지 못한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유권자 입장에서 이런 요구가 가능할 것이고 또 입장표명은 후보들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그것을 강요한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낙선운동진영이 편협하다’는 느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이 역시 사려 깊지 못한 것이었고, 적절한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이 외에도 지적할 부분이 있겠지만, 이 정도로 낙선운동 방식의 문제점을 정리하겠습니다. 단정적이거나, 신중치 못한 표현들, 편협하거나 경직적이며 사려 깊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여러 방식들과 한계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잘못과 오류들에 대해 강원도당 당원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작성일 : 2009-06-27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