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사건과 지난 선거에 대한 우리의 입장 Ⅳ

무엇이 문제였는가? (2) - 5.3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의 문제점

‘사건 개요’가 없는 결정문

- 사건 내용의 공개수위를 결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를 수렴했는가?

강원도당의 결정문에는 5.3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보통 징계 결정문을 발표할 때에는 해당 사건 내용의 공개 수위와 관련해 피해자의 의견을 듣고 이에 따라 '사건 개요'를 밝히게 됩니다. 그러나 강원도당의 결정문에는 “길00 당원이 신00씨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만 나와 있을 뿐,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로 폭력을 행사했는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면담을 통하여 확인된 구체적 정황 및 사건개요는 장0 조사위원이 정리한 문건의 내용과 일치하였으며 이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을 뿐입니다.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피해자가 동의하는 수준까지는 '사건 개요'를 공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 당원들은 장0 조사위원이 정리한 문건의 내용이 무엇인지, '5.3 사건 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및 의견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장0 조사위원이 정리한 문건도 첨부하지 않았고 '5.3 사건 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및 의견서'도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강원도당은 사건 내용의 공개 수위를 결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를 수렴하지도 않았고, 평당원의 알 권리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애초 장0 조사위원이 작성했던 ‘사건개요 및 조사계획서’-당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문건임.-에는 ‘조사위원회의 의견서'를 당원들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원도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것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장0 조사위원이 작성했던 문건에는 5월 3일 봄소풍에서의 뒤풀이가 크게 시끄럽지 않았다는 정황이 나와 있으며, “한두 명의 당원을 제외하고는 사건의 당사자인 길00 당원이나 피해자인 신00 당원, 다른 당원들의 경우도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언급과 “이 사건을 무절제한 음주에 따른 돌발사태라고 규정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5.3사건의 개요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시 혼란을 겪었고 5.3사건의 피해자는 다시 한 번 피해를 입었습니다. 선거 기간 중 길00 후보가 올린 두 번째 사과문(지역커뮤니티 433번 글 “다시 한번 사과합니다.”)에는 ‘피해자가 욕을 하는 바람에 폭력을 행사했다’고 이해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5.3사건 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조00 당원의 글(지역커뮤니티 451번 글, “[낙선운동그룹 당원들에게] 그리고 논쟁중인 분들도”)에 의하면 이는 사실 왜곡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00 당원은 이 글에서 “길00 당원의 '다시 한번 사과합니다' 글 중 "피해자가 'XX,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 진보신당이야'라고 소리쳤"다는 내용은 '5.3사건'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실과 다릅니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만약 작년에 강원도당에서 5.3사건의 개요를 공식적으로 당원들에게 공개했더라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술(음주) 때문에 작년 5.3사건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아마 이런 불필요한 오해도 없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피해자가 동의하는 한) 당원들에게 공개했었어야 했습니다.

피해자/가해자 면담의 중립성 및 공정성 문제 - 피해자 면담은 1명, 가해자 면담은 3명

강원도당 제2창당위원회가 5.3사건에 대한 결정문을 발표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근거 자료가 되었던 것이 바로 ‘5.3 사건 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및 의견서’였을 것입니다. '5월 3일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는 5명의 위원(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당연히 5명 위원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겠지요. 그런데 가해자 면담은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해 3명의 조사위원이 맡았는데, 피해자 면담은 단 1명의 조사위원만 맡았습니다. 조사 과정의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면대면 접촉은 매우 중요합니다. 선거를 떠올려 봅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표를 획득하기 위해 후보자가 제일 중시하는 게 바로 유권자와의 면대면 접촉입니다. 조사위원들은 면대면 접촉을 통해 자신이 직접 만난 사람에게 온정적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큰 잘못을 했지만 후회/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을 가해자를 조사위원 3명(위원장 포함)이 만났던 것은 조사위원들이 가해자로부터 습득한 정보의 양이 많아진다는 것과 더불어, 정서적인 소통이 주는 상호교감도 배제된 상황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물론 여러 명의 조사위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고 견해차에 대한 조율과정도 있었겠지만 징계문의 내용 중 가해자의 반성에 대한 언급이 많고, 피해자를 ‘언어폭력 가해자’로 규정할 만큼 '가해자 인권'의 측면에서 섬세하게 의견이 개진된 것은 이를 방증합니다.

도당 위원장 선거가 끝나고 지난 4월 23일 개최되었던 평당원 간담회(“폭력의 성찰과 향후 강원도당의 과제”)에서, 당시에 가해자 면담은 3명이 하고 피해자 면담은 1명만 했던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조사위원회는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객관성 유지를 위해 많은 조사위원을 배치했고, 피해자가 사건 사실을 포함하여 상처 입은 자신의 상태를 편안하고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 명의 조사위원을 배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피해자의 인권을 고려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피해자와의 소통과정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징계위원회의 자의적인 판단에 근거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가해자는 3명이 만날 예정이고, 피해자는 1명이 면담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피해자에게 미리 고지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징계위원회가 5.3사건의 처리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묻고 이를 반영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점은 ‘피해자의 인권을 고려한’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근거로 보입니다.

'폭력'이라는 이름의 어설픈 양비론 - 피해자의 ‘게시판 글 게재 행위'는 누구의 책임인가?

5.3사건이 발생한 지 40여일이 지난 작년 6월 14일, 강원도당 운영위원회는 뒤늦게 '5월 3일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6월 22일, 강원도당 제2창당위원회는 ‘5.3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사과문’과 ‘5.3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을 채택, 발표하게 됩니다.

강원도당 제2창당위원회(이하 강원도당)는 누구에게 사과했습니까? 강원도당의 사과 대상은 피해자와 강원도당 당원들이었습니다. 사과문을 공표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5.3사건 직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고,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당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강원도당 스스로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5월 3일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을 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였던 신00씨 개인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탈당을 방조하는 과오를 범했다.” (공지사항 42번 글 “[공지]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 참고)

여기서 “개인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강원도당이 조직적인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5.3사건 3일 후에 가해자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탈당을 선언하게 되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러하기에 5.3사건 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장0 씨도 “(피해자) 신00 당원에 대한 배려에 소홀했고 당원들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한 (강원)도당은” (피해자 신00 씨가 게시판에 가해자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사건의) “주범”이라고 언급했을 것입니다. [당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사건개요 및 조사계획서’(장0 조사위원 작성) 참고]

그런데도 강원도당은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 마지막 단락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신00씨가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 역시 언어폭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징계 결정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전형적인 양비론입니다. ①5월 3일 당원 봄소풍에서 발생했던 폭력과 ②그 이후 당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지 못해 피해자가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이 “상식이나 예의에 어긋난 면이 있었고, 일반화의 오류도 있었다”-피해자의 표현-는 사실이 어떻게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일 수 있는 것인지. 피해자가 게시판에 올린 글의 내용 중 ‘언어폭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부분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글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그 글을 '언어폭력’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혹, 피해자가 게시판에 올린 글을 ‘언어폭력’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5.3사건 징계 결정문’에 그 내용을 삽입하는 것은 옳지 않았습니다. 많은 당원들은 이 결정문을 읽고 나서, ‘때린 사람도 폭력을 행사했고, 맞은 사람도 폭력을 행사했구나. 다들 폭력의 죄가 있구나. 가해자만 잘못한 게 아냐. 피해자도 잘못했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쉬울 것입니다. 결국 5월 3일 봄소풍에서 일어났던 명백한 폭력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결정문이었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피해자가 게시판에 글을 게시한 행위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피해자에게만 있다고 일방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강원도당의 사과문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참고로, 당시 조사위원이었던 장0 씨는 ‘사건개요 및 조사계획서’(당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문건)에서 “신00 당원의 글에는 진보신당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비상식적 폭력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고 사태에 대해 당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명징함이 있다. 비록 표현의 수위 등에서 문제가 있으나 신00 당원에게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서술자의 판단이다”라고 언급했었습니다.

그런데도 강원도당은 5.3사건의 피해자 신 씨에게 ‘언어폭력 가해자’라는 딱지를 붙였습니다. 5.3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5.3사건의 피해자를 언어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로 규정’했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이라는 제목부터가 참 애매합니다. 강원도당은 그때 무엇을 결정했던 것입니까? 5.3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던 것 아닌가요? 좀 더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5월 3일 폭력사건 가해자에 대한 강원도당의 징계 결정문”이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거기서 피해자도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언급한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강원도당은 '폭력'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여 피해자도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쌍방간에 가해행위가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입니다.

스스로의 말을 뒤집은 강원도당 - 조사 대상은 과연 '5월 3일에 있었던 사건'뿐이었는가?

‘5월 3일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은 ‘5월 3일에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5월 3일 이후의 사건 전개에 대해서는 강원도당이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강원도당 결정문’은 이 사실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사위원회는 사건의 조사를 5월 3일에 있었던 사건에 국한하기로 하였다. 당사자 중 일방인 신00씨가 탈당한 만큼, 이날 이후의 사건 전개에 대하여 도당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공지사항 42번 글 “[공지]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 참고)

강원도당의 이러한 언급은 5월 3일 이후에 있었던 신 씨의 '언어폭력'(?)-우리는 이렇게 규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도 상당히 큰 문제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탈당했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을 뿐이지 피해자 신 씨도 매우 심각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더 더욱 심각한 것은 ‘강원도당 결정문’의 뒷부분에서 스스로의 말을 뒤집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강원도당은 사건의 조사를 5월 3일에 있었던 사건에 국한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으면서도, 결정문 끝부분에서 ‘5월 6일에 있었던 피해자 신 씨의 게시판 글 게재 행위’를 ‘언어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의하면 길00당원의 행위 이외에도 또 다른 언어폭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5월 3일 오후 모 당원이 길00 당원에게 행사한 욕설 등의 언어폭력 역시 진보정당과는 어울릴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신00씨가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 역시 언어폭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공지사항 42번 글 “[공지]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참고)

조사 대상을 5월 3일 사건으로 국한하기로 했다고 해놓고서는 5월 6일 발생한 '피해자 신 씨의 게시판 글'을 언어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조사도 하지 않고 '언어폭력'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건가요? 차라리 조사 대상이 ‘5월 3일부터 5월 6일까지의 사건’이었다고 밝혔다면 그나마 나았겠지요.

5.3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결정문

강원도당은 5.3사건의 가해자에게 '6개월 자격정지'라는 가벼운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가해자의 무대응이 정상참작 사유였습니다.

"당권에 준하는 권리를 6개월간 정지하기로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6개월이라는 기간은 짧다면 짧은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사건 발생 직후 사과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는 점, 신00씨가 올린 글에 대하여 대응하지 않고 자숙의 시간을 가진 점, 신00씨의 글의 일부가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해명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 가까운 동안 징계에 준하는 고통을 당한 점 등을 감안하였다." (공지사항 42번 글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

이처럼 가해자의 징계수위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정상참작’이 너무나도 세심하게 이루어졌던 반면, 가해자의 폭력과 강원도당의 미숙한 대응 때문에 발생했던 ‘피해자의 게시판 글 게재 행위’는 아무런 ‘정상참작’도 없이 '언어폭력'으로 규정된 것입니다.

당시 조사위원이었던 분들께 한 번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만약 피해자 신 씨가 그때 그 글을 남기고 탈당하지 않았다면 신 씨에게도 징계를 결정하셨겠습니까? 혹시, 신 씨가 '가해자의 인격을 거론한 글'이 징계 처분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셨습니까?

‘피해자 중심주의’는 성폭력뿐만 아니라 모든 폭력 사건 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5.3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진보적인 조직은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제1차 목표로 둡니다.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엄한 징계를 통해 ‘일벌백계’하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그래야 폭력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고,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조직문화를 근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원도당은 ‘기계적인 중립성’에 너무 많이 매달린 것 같습니다.(아니, 피해자 면담자 1명, 가해자 면담자 3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계적인 중립성’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물론 가해자에게도 인권은 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의 인권’은 가해 용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피해자를 억압하는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작년 5.3 사건 징계 결정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보다 오히려 ‘가해자의 인권’이 더 많이 고려되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강원도당이 피해자의 '게시판 글 게재 행위'를 '언어폭력'이라고 규정한 것을 보면, 폭력을 거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모든 행위’로 규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폭력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폭력 관련 세미나를 할 때에는 상관없겠지만, 5.3사건과 같은 명백한 폭력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광의의 폭력 개념을 사용하여 피해자에게 '언어폭력 가해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주먹을 휘두른 것도 폭력, 누군가가 욕을 한 것도 폭력, 이후 피해자가 글을 올린 것도 폭력. (‘폭력’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게 되면 아마도 폭력행위를 안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기존 보수정당과 정권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은 아마도 상습적 폭력행위자가 되겠지요.) 이렇게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각기 다른 행위들을 묶다보면 결국 ‘다들 폭력을 행사했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인가?’하는 식으로까지 논의가 잘못 나아가게 되고, 결국 가해자의 책임은 경감되고,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건의 본질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당원들’ 때문에 화가 나 있던 가해자가 ‘자신의 언행에 문제제기하는 어느 당원’을 보고 격분하여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폭력은 권력관계를 전제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피해자 신00 씨가 가해자보다 나이가 많았다거나 당내 지도급 인사였거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이 센 사람이었다면, 물리적 폭력이 가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따라서 평등을 지향하는 진보정당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더 큰 경각심을 가졌어야 했습니다. 서로 조건이나 위치가 비슷한 친구 사이에서 발생하는 ‘치고 받고 싸우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 무엇보다도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느꼈던 고통’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진보적인 조직이라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중심’이라는 일종의 당파성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기계적 중립성이 오히려 ‘가해자 보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보신당에도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 연령주의 문화, 권위주의 문화 등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원도당이 '기계적인 중립성'에 너무 매몰되었거나 가해자의 인권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중앙당에서도 징계가 내려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앙당 사건처리과정과 강원도당 사건처리과정은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만약 5.3사건이 중앙당에서 다루어졌다면 징계 결정문의 내용도 많이 달라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중앙당 공지사항에 있는 징계 결정문을 덧붙입니다. 강원도당의 결정문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 사건 발생일(5.3/6.13)과 징계 결정일(6.22/6.24)을 서로 비교해 보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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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제2창당위원회(비대위)의 결정문 >

□ 사 건 : 2008년 5월 3일 양양 강원대학교 수련원에서 발생한 사건(일명 '5월 3일 사건')

□ 결정일 : 2008년 6월 22일 (제1차 제2창당위원회)

< 주 문 >

1. 길00 당원은 신00씨에게 자발적 사과를 할 것을 권고한다.

2. 길00 당원의 당권에 준하는 권리를 6개월간 정지한다.

3. 강원도당은 사건의 처리가 늦어진 점에 대하여 피해자와 당원에게 사과한다.

< 이 유 >

1. 진상조사의 경과

- 2008년 6월 14일 진보신당 강원도당 제1차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는 '5월 3일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의하였다.

- 조사위원은 양형모, 이건수, 장호, 조세훈, 최복규 등 다섯 명의 당원이 임명되었으며, 위원장에 양형모 당원이 선출되었다.

- 운영위원회는 조사위원회로 하여금 강원도당 제2창당위원회(6월 14일 운영위원회가 해체되고 '제2창당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하에서는 '제2창당위원회'라 한다.)에 조사보고서 및 사건에 대한 처리기준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주문하였다.

- 조사위원회는 (1) 장호 조사위원이 사건의 개요 및 조사기준 등을 문건으로 정리하여, 전자메일 등을 통해 회람하고 의견을 종합한 뒤 (2) 6월 19일 춘천을 방문하여 장신00씨는 장호 조사위원이 면담하였으며, 길00당원은 장호, 양형모, 이건수 조사위원이 면담하였다. 한편, 조사위원회는 사건의 조사를 5월 3일에 있었던 사건에 국한하기로 하였다. 당사자 중 일방인 신00씨가 탈당한 만큼, 이날 이후의 사건 전개에 대하여 도당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 진상조사를 위한 면담을 진행한 후 조사위원들은 장호 조사위원이 작성한 초안을 전자메일 등을 통해 회람하고, 의견을 종합하여 '5.3 사건 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및 의견서'를 6월 22일 제2창당위원회에 제출하였다.

2. 강원도당 제2창당위원회의 판단

- 제2창당위원회는 6월 22일 '5.3 사건 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및 의견서'를 검토하였다. 제2창당위원회는 ① 당원 징계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2창당위원회가 징계권한이 있는지 여부 ② 사건의 성격 및 처리방안 ③ 강원도당 대응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1) 제2창당위원회에 당원 징계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판단

- 현재 진보신당에는 당원의 징계와 관련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제2창당위원회가 당원의 권리를 제한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강원도당은 6월 14일 공동대표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제2창당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일반적으로 최고 의결기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대의원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현재 강원도당의 공식적인 최고 의결기구는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제2창당위원회이다. 따라서 제2창당위원회는 포괄적으로 징계위원회의 권한도 겸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또한 이 사건이 미해결 상태로 장기화되면 양 당상자에게도 불이익이 지속된다고 판단되며,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는 당원들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며, 진보신당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으므로 신속한 사건처리가 부득이하다고 할 것이다.

- 아직까지 진보신당은 중앙당은 물론이고 강원도당에도 당권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당원에 대한 징계도 불가능하다 할 수도 있으나, 민주주의 일반원칙에 비추어 당권에 준하는 권리가 모든 당원들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징계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강원도의 권한이 중앙당을 침범할 수 없는 만큼 도당 활동에 국한할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하였다.

(2) 사건의 성격 및 처리방안

- 5월 3일 사건은 사태의 전말이 비교적 명확하다. 면담을 통하여 확인된 구체적 정황 및 사건개요는 장호 조사위원이 정리한 문건의 내용과 일치하였으며 이에 대한 이의는 없었다. 즉, 이 사건은 길00 당원이 신00씨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가한 것이다.

- 이에 대하여 길00당원은 사건 다음 날부터 신00씨에게 사과할 뜻이 있음을 개인적으로 밝혔고, 조사위원과의 면담에서도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하여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다만, '신00씨에게 사과를 하려고 했으나, 도당 게시판에 신00씨가 올린 글의 내용 중 사건과 관계가 없고, 또 다른 당원들이 자신을 오해할 수 있는 적절하지 못한 내용이 많아 대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 신00씨는 사건의 정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당의 공식체계를 통해 신중하게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해결해 안타깝다.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가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지 않도록 당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보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당 게시판에 올린 자신의 글에 대해서는 '당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와 폭력성에 대해 체계적으로 비판하려고 했던 의도는 옳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제기가 의의를 잃을 만큼 상식이나 예의에 어긋난 면이 있었고, 일반화의 오류도 있었다. 글을 올리고 나서 길00 당원에 대한 인격모독의 내용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하며 이러한 내용을 의견서에 삽입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 사건의 처리에 관하여 제2창당위원회는 첫째, 길00당원이 신00씨에게 자발적 사과를 할 것을 권고하고, 둘째, 6개월간 당권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첫째, 제2창당위원회는 공개사과 등에 대하여도 논의하였으나 사과라는 행위가 개인의 양심의 문제라는 점에 대하여 공감하였다. 따라서 강원도당이 당원의 징계에 대하여 논의할 수는 있으나 개인의 양심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다만, 이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기 바라는 입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신00에게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기로 하였다.

둘째, 당권에 준하는 권리라 함은 진보신당 조직운영규정(안)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즉 선거권 및 피선거권, 교육을 받거나 요구할 권리, 각종 사업에 참여할 권리,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등을 말한다.

당권에 준하는 권리를 6개월간 정지하기로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6개월이라는 기간은 짧다면 짧은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사건 발생 직후 사과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는 점, 신00씨가 올린 글에 대하여 대응하지 않고 자숙의 시간을 가진 점, 신00씨의 글의 일부가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해명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 가까운 동안 징계에 준하는 고통을 당한 점 등을 감안하였다.

(3) 강원도당의 대응은 적절하였는가?

- 강원도당은 5월 3일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을 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였던 신00씨 개인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탈당을 방조하는 과오를 범했다. 강원도당 운영위원회가 두차례에 걸쳐 성원이 미달하는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사태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는 당원들을 실망시켰다.

- 이에 대하여 강원도당은 사건이 처리가 늦어진 점에 대하여 신00씨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다. 아울러 강원도당의 당원들에게도 용서를 구한다. 또한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바람직한 정당문화의 형성에 앞장설 것을 천명한다.

-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서 특별히 당원들에게 생활문화개선이 필요함을 인식하였다.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언어적, 물리적 폭력 등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문화)이 우리 당원들에게도 만연해 있음이 확인되었다.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의하면 길00당원의 행위 이외에도 또 다른 언어폭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5월 3일 오후 모 당원이 길00 당원에게 행사한 욕설 등의 언어폭력 역시 진보정당과는 어울릴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신00씨가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 역시 언어폭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 혹은 당내에서 폭력적인 해결방식이 구조화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당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08년 6월 22일

진보신당 강원도당 제2창당위원(비상대책위원) 일동

< 6/13 성폭력 사건 조사위원회 징계 결정문>

관리자, 2008-06-25 16:18:47 (코멘트: 20개, 조회수: 3199번)

20080624 징계안 최종.hwp (30.0KB)

진보신당 징계결정문

결정 :

1. 이 사건 가해자 최○○를 제명한다.

2. 피 징계인은 2년내 복당할 수 없다.

3. 피 징계인은 피해자의 치유프로그램의 비용을 부담한다.

4. 피 징계인에게 가해자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권고한다.

5. 피 징계인은 이 결정에 대하여 이의가 있을 경우 결정문 수령일로 부터 2주내에 확대운영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1. 사건의 개요

2008년 6월 7일 촛불집회 장소에서 가해자 최○○는 피해자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누고 전화번호를 요청했다. 가해자는 6월 11일 전화를 통해 피해자에게 만남을 제안했고 13일 대학로 근처에서 만나 술을 마셨다. 술자리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질문을 하였고, 술자리를 파하고 촛불집회 장소로 가는 도중,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하철역 플랫홈, 출구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강압적인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했고, 피해자가 원치 않음에도 계속 따라오며 용서를 구하는 등,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불쾌감, 불안감을 조성했다.

2. 가해자의 소명

사건 직후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등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였으나, 자신의 행위를 술 때문에 실수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만취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사실관계를 누락하여 진술하는 등 진지하고 깊이 있는 자기성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3. 판단

가. 피해자와 술자리 대화 중, 가해자는 피해자의 남자친구와의 성관계에 대한 질문을 했고 피해자는 이에 대해 제지했다. 이는 (언어적) 성폭력에 해당한다.

나. 술자리를 마친 후 촛불집회 대열이 있는 여의도로 가는 도중, 가해자는 지하철 플랫홈에서 연이어 2회, 여의나루역 출구근처에서 1회, 피해자에게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 가해자의 강제적인 키스 시도는 피해자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은 채 행해졌으며, 이에 대해 피해자가 거부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또다시 두 차례에 걸쳐 강제적으로 키스를 하려 한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서 성폭력이 된다.

다. 피해자가 여의나루역에서 집회 대열이 있는 마포대교로 가는 동안, 피해자가 원치 않음에도 가해자가 계속 쫓아가며 “마음을 풀라”고 한 행위 또한 피해자에게 불쾌감과 공포감을 조성했다.

라.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술자리가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한 남녀간의 사적인 만남이었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것이 가해자가 한 행위의 성격을 바꾸거나 경감시키지 않는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집회 현장에서 만나 처음 술자리를 가진 사이이며 설혹 그 이전부터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를 묻지 않고 그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성적인 행위는 성폭력일 뿐이다. 또한 피해자는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만남에 응한 것이 정치적인 토론을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보아 사적인 만남이었다는 가해자의 주장은 주관적인 시각으로 판단된다.

마. 가해자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며 ‘술이 취해 실수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명시적인 거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강제 키스 시도를 반복한 점, 피해자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도 무리없이 대화를 나눈 점, 여의나루역에서 촛불시위대가 있던 마포대교 중간까지 피해자를 쫓아가며 마음 풀라고 이야기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술에 취해 의식이 불분명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술에 취해서 한 행동이라 해서 그 잘못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에 불과하다.

바. 가해자는 세 번째의 강제적인 키스 시도 후 여의나루역에서 귀가했다고 진술했으나, 그 후에 진행한 피해자와의 면담 결과 여의나루역에서 마포대교까지 쫓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진상조사위원이 이 사실에 대한 확인을 위해 전화를 했을 때,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 말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여 이 사건을 대하는 가해자의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사. 당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면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냐는 진상조사위원의 질문에 가해자는 본인이 몰라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며, 수험생 신분임을 들어 교육 이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가해자가 자신의 성평등 의식에 대해 과신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아.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가해자의 제명을 결정하였다.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을 통해, 가해자의 행위에 합당한 징계를 내림과 동시에,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함께 권고하였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당원들 또한 본인에게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없는지 검토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 6월 24일

613 성폭력 조사위원회

위원장 이 덕 우, 위 원 최 은 희, 위 원 이 봉 화, 위 원 박 학 룡, 위 원 나 영 정

사건 처리 경과 및 기타 결정 사항

1. 사건의 처리경과

가. 이 사건은 2008년 6월 14일 한 당원의 신고로 중앙당에 접수되었다.

나. 6월 16일 대표단 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대표단에서 사건 처리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6/13 성폭력 조사위원회’(이덕우, 최은희, 이봉화, 박학룡, 나영정)에서 사건을 조사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1차로 가해자 최○○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였다.

다. 6월 19일 대표단 회의에서 징계에 대한 재 논의 결정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6월 21일 성폭력 조사위원회에서 재검토한 징계안을 6월 23일 대표단 회의에 제출하였다. 대표단 회의에서는 1차 징계기간을 성폭력 조사위원회로 변경하고, 재심기관을 대표단으로 하는 안을 6월 24일 확대운영위원회에 상정하였으며 확대운영위에서는 1차 징계기관을 성폭력 조사위원회로 재심기관을 확대운영위원회로 수정한 안을 통과시켰다.

라. 이에 따라 성폭력 조사위원회는 6월 25일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였다.

마. 이 사건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리를 이어서 진행하고 그 결과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2. 진보신당에서 해야 할 일

가. 피해자의 심리적 피해를 치유하기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조사하여 피해자에게 소개한다. 피해자의 상담에 소요되는 비용을 피징계인이 제때 지불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진보신당에서 이를 부담하고 추후에 피징계인에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나. 가해자(2차 가해자 포함)에게 필요한 성평등교육 프로그램을 조사하여 소개한다. 당 외부에 적합한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 자체적인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제안한다.

작성일 : 2009-06-27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