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 뇌는 각 영역마다 다른 작용을 하는데 좌뇌는 언어영역을 담당하는 언어중추가 있고, 우뇌는 상황을 파악하고 기억을 이미지화하여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의식 밑에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가 있고 양심과 같은 의식 전단계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잠재의식은 의식을 통제하기도 하고 의식에게 억압당하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존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뿌리의 역할을 해나간다고 합니다.

누구나 이러한 천성과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각기 자라는 환경의 영향에 따라 자기 삶의 색깔을 가져나가거나 또는 자기 온전한 품성이 아닌 다른 형태로 왜곡되어지기도 합니다. 우리 삶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의식과 양심이 제대로의식과 소통하며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살피는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즉 성찰이란 뒤틀어지고 엉클어진 일상 삶에서 제정신을 차린다는 의미입니다.

뇌의 구조를 국민의 정치의식에 대비하여 본다면 현대 한국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구조는 수 십 년 간 우뇌에는 한나라당이 자리잡고, 좌뇌에는 민주당이 당 이름을 바꿔오면서 자리잡아왔다고 빗대어 말 할 수 있겠지요. 유권자 뇌의 작동은 선거 국면에 따라 출렁이며 우뇌가 우세할 때는 한나라당이 좌뇌가 활발할 때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왔다고도 비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미하게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잠재의식이 있었지만 표면에 떠 있는 의식의 대부분은 양당정치 틀 안에서 작동되었습니다. 물론 양당 당사자들은 자신들은 결코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닌 ‘중도 정치’의 대변자라고 통상적으로 말합니다. 이제까지 역대 정권들이 우도 아니고 좌도 아닌 진정한 중도 정치를 실현해왔다면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의 양극화로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겠지요. 진정한 중도 정치는 다름 아닌 삶의 균형정치이니까요.

‘정치적 무의식’의 오염

유권자들이 정치적 냉탕과 온탕을 왕복하며 삶을 온전히 선거에 맡겨버리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정치적 생각은 좌뇌가 작동하고 정치적 행동은 우뇌가 작동하는 자기 분열적인 사고방식이 첫 번째 요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은 진보적인데 행동은 보수적이다’ 또  ‘사회적 존재와 의식이 일치하지 않는 한국 사회’ 라는 것도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더 본질적인 원인은 우리의 사고 판단의 저변에 깔려있는 ‘정치적 무의식’내지 ‘정치적 잠재의식’은 어느 쪽이 우뇌작용인지 혹은 어느 쪽이 좌뇌 작용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만큼 정치적 무의식이 오염되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현실 정치가 사회경제 내지는 민주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가 아니라 욕망가치를 구현하는 정치로 변질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정치에서 두 정치세력은 민주 반민주라는 정치적 대립구조로 마치 결합될 수 없는 기름과 물 관계이지만 정치와 경제가 만나는 접점으로 내려가면 ‘민주가치 정치’는 ‘욕망의 정치’로 변하기 일쑤였습니다. 박정희 신화가 보수주의자들이 꾸며낸 만들어진 신화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녕 죽은 박정희는 지금도 우리 뇌에 살아있습니다.


40여 년 전 박정희가 잠실 뽕밭을 밀어버리고 아파트 공화국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최근 용산참사를 부른 도심 재개발까지 온 나라 땅은 하루 지나면 황금알을 낳고 금싸라기로 변해왔습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전국 땅값은 1만 배 폭등했다고합니다. 이러한 일그러진 거품의 사회상이 빚어진 배경을 한국 현대정치가 ‘욕망의 정치’의 구현물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권은 교체되어 왔지만 똑같은 정책이 있습니다. 생명의 보금자리인 새만금 갯벌이 매립되었으며, 잘만 흐르고 있는 강에 보를 세워, 강을 죽이는 4대강 막 개발이 강행되고 있는 것은 같은 흐름입니다. 또 중앙정부나 전라도나 경상도나 모두 뉴타운형 재개발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해안선을 빼곡히 골프장으로 채우겠다고 하고 마지막 남아 있는 지역의 산자락에도 케이블카 건설 조례를 앞 다투어 내는 막 개발의 반 생태적 현상들을 물신이 지배하는 ‘거품 정치’가 아니라면 달리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이처럼 어느 정권 구별 없이 ‘욕망정치’의 집행자들은 돈이 생산과 노동일자리로 흘러가지 않고 부동산의 부를 키워왔습니다. 나라 살림뿐만 아니라 가계살림도 가게부채는 818조 원에 이르고 있고, 쓸 수 있는 소득보다 가계 빚이 더 많은 현실을 보면 국민들의 ‘정치적 무의식’도 사회적 가치보다는 돈이 우선인 ‘욕망의 잠재의식’으로 정치권만큼이나 심각히 오염되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 무의식’이 오염되면 사라지는 논과 갯벌과 강의 자연가치는 보이지 않고 그 위에 지어진 부의 상징인 위락시설과 높다란 빌딩만 보일뿐입니다. 이러다보니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웃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 되기 십상입니다.

거품의 물신 대신 삶의 연대를

넘치고 넘치는 생산과 소비거품 위에 또 다른 거품을 올릴 수 있을까요? 자연의 생태재앙과 부동산 거품 몰락 위기가 짝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위기의 답은 경제정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검은 거품으로 물들어진 우리의 ‘삶의 무의식’의 내면 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나올 듯싶습니다. 진정 우리가 의지해야할 곳이 거품의 물신인지, 아니면 대자연의 생명 품과 이웃끼리 삶의 연대인지 물어 보자는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자신도 이롭고 타인도 이롭고, 사회도 이롭고 자연도 이로운 상생 공생의 길이 진정 무엇인지 묻고 또 물어야 될 것 같습니다.

작성일 : 2009-11-23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