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강원올레를 시작한다.

올레의 원뜻처럼 집앞 골목에서 앞집사람, 옆집사람을 만나듯 편안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강원도를 살리는 길 - 생생한 현장정책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선본에서 기획하고 오늘부터 진행하는 것이다. 도지사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된 지 37일이 지나고 지방선거가 83일정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강원도의 어려운 현재를 극복하고 미래를 밝힐 희망의 정책선거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10명에 이르는 입지자들이 누가 후보될 것인지 하는 후보쟁탈전에만 관심이 있고, 민주당은 선거가 코앞인데도 후보를 가시화하지 못한 채 연막만 피우고 있다. 강원도를 살리고 도민을 편안하게할 정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가는데 의례적인 선거운동과 조직에 기댄 승패만이 남겨지는 선거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 대마리마을회관에서 농민들과 농업과 쌀값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오늘은 첫날로 그 행선지는 철원이었다.

아침부터 흐린 날은 철원과 화천의 경계인 수피령에 이르자 잿빛하늘이 눈더미위에 내려앉아 마음을 스산하게 했지만, 올레첫날의 시작을 활기차게 하자는 다짐으로 김화에 이르렀다. 김화읍내 상가와 농협에 들러 인사를 나누고 동송을 거쳐 강원올레의 첫목적지 대마리에 다다랐다.

대마리는 6.25이후 제대군인들이 개간한 농촌마을이었다. 그간 맛좋기로 유명한 철원오대미의 주요생산지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마을회관을 찾아 동네 어르신들에게 인사드리고 노인정책을 신경쓰라는 조언을 듣고 자리를 옮겼다.

중장년정(?:65세 이상되어 노인정에는 가지 못하고, 노인정가기 직전 나이의 주민들이 모이는 곳)에 들어가니 여섯분의 농민들이 꽁치조림에 한 잔술로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근래 들어 이곳에 사는 농민들의 근심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작년 쌀값이 80kg 한가마당 1년새 2만원 가까이 떨어졌고, 이것도 소비감소로 올해는 생산되는 쌀을 낮은 가격으로도 판매하지 못할 것이 더 큰 걱정이었다.

한 농민은 “우리가 농사져서 떼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떼돈 벌 생각도 없다. 이제는 계속 농사지을 수 있도록 생산된 쌀이라도 다 팔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이도 못할 처지에 처한 농민들의 신세한탄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한숨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철원군내 초중고생 급식에 쓰이는 쌀도 지역쌀이 아니고, 단가가 비싸 지역쌀을 쓰지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철원군 초중고급식을 철원쌀로 하더라도 철원쌀 생산량의 0.2%밖에 소비할 수 없지만, 이를 쌀생산량이 부족한 강원도 타시군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도민들이 적극적인 구매를 촉진시키는 정책을 편다면 보탬이 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를 정책으로 다듬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드렸다. 현재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을 지역농업과 결부해서 지역순환형 의제와 정책으로 만들어 간다면 쌀농가에도 일정하게 도움이 되리라..

* 대마리들녘이나 DMZ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재두루미 - 그러나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일 정도로 세계적인 희귀조류

돌아오는 길에 대마리 들녘을 둘러보았다. 논에는 재두루미들이 쉽게 눈에 띨 정도로 사람과 생태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DMZ에 겨울철 철새를 보기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때는 전쟁의 아픈 상흔이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생태복원의 현장이 된 DMZ....

개발의 관점이 아니라, 생태문화의 관점에서 DMZ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 선본에서 좀더 깊은 고민과 연구로 농민과 생태와 강원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다. 

작성일 : 2010-03-13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