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강원도의 길을 찾다...

강원올레5-6일차 : 원주

3월 22일 원주를 향했다.
아침일찍 원주시청앞에서는 공무원노조사무실폐쇄를 규탄하는 노조조합원들과 무분별한 골프장개발로 인해 오랫동안 뿌리박고 사는 생활터전을 파괴당하는 주민들이 출근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무원노조문제는 이명박정부가 허울뿐인 선진화의 허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자본과 기업에는 규제완화를 노동문제에서는 후진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제이다.
이명박정권이 목청높여 외치는 선진화된 나라에 공무원노조가 인정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던가?

공무원노조가 정권의 시녀에서 벗어나 공직사회개혁과 민주화를 외치기 때문에
정권의 입장에서 눈에 가시가 되었고 이것이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조차 반려하는 치졸한 대응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골프장문제는 강원도 산하를 멍들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용이해진 이후 강원도 전역은 골프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춘천, 횡성, 홍천은 아직 미개발된 임야나 농지가 많고 수도권과의 거리도 가깝고 해서 20여개의 골프장이 건설중이거나 건설예정이다.
이는 기존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민들과 안정된 삶터유지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난개발과 환경파괴등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역경제에도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골프장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에게는 골프장회원권판매를 통해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겨주지만 운영과정에서는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없어 지역경제에는 이득이 없는 것이다.
골프인구가 늘어나도 무리한 골프장건설로 우리가 지켜야 하는 환경과 농업의 기반을 붕괴시켜가며 골프장을 확대하는 것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골프장건설에 이제는 규제와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차원에서 인허가권이 있으니 단체장의 의지로도 가능한 일이다.

강원도에 필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골프장이 아니다.
십년이 아니라 백년이 가는 강원도의 자산은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이다. 

오후들어 찌뿌등한 날씨가 드디어 눈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참 올해만큼 연초에 눈비가 많던 해도 드물었던 듯 하다.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다.
사람들이 거리를 왕래하는 것이 드물어지고 옷과 신발이 눈비에 젖어 다니기 편치 않다.

그러나 장수가 칼을 탓하라...

듣기에도 생소한 노인생협을 방문했다.
마침 이사장님을 비롯 사무실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뵐 수 있었다.
노인생협에서는 노인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계셨다.
1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출자해 일정한 규모도 갖추고 있었고, 사회적기업인증도 획득하셨다고 하니 진정으로 앞서가는 노인들의 모임터였다.

한국사회가 노령사회로 급속히 나아가는 때
노인들에게는 일자리가 자활이자 복지라고 말씀하신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사회에서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는 필수이다.
하지만 청년일자리는 물론 노인일자리문제가 당사자의 절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책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이는 우리사회가 일을 나누는데 있어 얼마나 무책임하고 게으른 나라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로 평가하는 바람에 어려움도 많으신듯하다.
함께하는 일자리와 복지를 나누는 일이 우리사회의 중심고민이 되어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립을 꿈꾸는 당당하게 활동하시는 청년노인분들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원주는 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해 협동조합운동전통이 깊은 동네이다.
생협은 물론 의료생협, 노인생협, 협동조합네트워크를 비롯 선구적인 협동조합운동이 시도되고 있고, 급식센터 및 마이크로크레딧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실험도 왕성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회적일자리를 통해 일자리확보 및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안경제체제를 만들어가는 시범단지라 할까?
고용없는 성장시대-일자리와 복지의 대안경제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우리가 찾은 한 사업단에서는 저소득층주거복지를 단순히 집수리를 넘어 에너지효율화까지 고려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업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정책으로 지원하고,

민간영역의 창의성을 보장하고
자립성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지원시스템의 완결은
강원도가 나아가야 하는 새로운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현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계와 인간소외를 극복하는 유의미한 실험이다.
이러한 실험이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고분분투하시는 생활운동가들과 행정의 확고한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아직은 걸음마단계이고 현재까지 지방정부는 외지자본유치만이 대안처럼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 모든 지역이 외지자본유치를 위해서재정지원과 세제지원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출혈경쟁속에서 강원도만으로 외지자본유입이 가능할까? 불가능한일이고
정부의 정치논리로 진행되는 세종시올인전략과 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탈락논란에서 보듯
이제 외지자본유치를 통한 지역발전전략은 전면수정되어야 한다.

강원도는 강원도만의 특색있는 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 맹아가 원주에서 싹트고 있었다. 
  

1박 2일 원주의 시간은 짧지 만은 않았다.

고용과 복지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강원도의 특장점을 잘살리는 사회경제적 운동을 통해 강원도의 특화된 사회경제체제가 모색되어야 하고 이를 확산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작성일 : 2010-03-25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