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대선,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백기완 후보)와 DJ에 대한 비판적 지지라는 두 갈래 흐름이 있었고, 강릉에서는 백기완 선거운동을 하는 우리가 꽤 욕을 먹었었죠. 우리가 뭔 잘못을 했다고...

- 1997년 대선, 운동진영이 ‘국민승리 21’을 결성하고 권영길 후보가 대선을 완주하게 됩니다. 진보정당의 전신인 셈이죠. 하지만 당시에도 비판적 지지는 여전히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절대절명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정체세력화를 과감히 선택합니다. 잘한 결정이죠. 이 때 독자노선을 포기했다면 지금과 같은 진보진영의 발전은 꿈도 꾸질 못했을 것입니다.

-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창당됩니다. 민중의 정치세력화가 표면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국회의원이 10명이나 되었으니까요.

- 2002년 대선, 민주노총 조합원의 50%가 권영길이 아닌 노무현을 지지합니다. 한나라당 집권은 막아야겠고, 노무현이 이길 것도 같고, 이회창이 되면 역사가 후퇴할 것 같고...민주노동당내에서도, 민족민주 운동진영에서도 노무현을 상당 수가 지지하게 됩니다. 이것은 강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노무현이 당선이 됩니다.

- 제 생각에는, 2002년 대선부터 지금과 같은 반MB 야권연대의 조짐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2007년 대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대선을 완주하지만 결과는 완패. 제 생각에 그 이유는 권영길 후보의 이미지가 먹히지 않고 민주노동당의 몇 가지 중요한 정책적 오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 2007년 대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명박의 압승이 예상되는데도 ‘야권연대’ ‘비판적지지’ 카드를 꺼내지 않고 독자노선으로 완주했다는 겁니다. 그 만큼 진보의 힘을 키우는 것이 그 어떤 가치와 현실적 요구보다 중요한 역사적 소임이었던 것입니다. 최소한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 2008년, 촛불정국, 진보진영의 무력감, MB독주가 나타납니다. 민주당 등 보수진영과 시민사회, 진보진영에서까지, 힘을 합쳐야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룹니다. 혹시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길들여져 시민사회가, 진보진영이 자기 정체성을 잊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태함을 보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보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있는 것이니까요.

- 92년부터 4번의 대선, 근 20년 세월이네요. 한 가지 공통점은 ‘비판적 지지에서 진보운동’으로 향해 왔다는 것입니다. 지금 강릉에서도 우리 당을 포함해 야권연대를 하고는 있습니다. 시의원 18명 전원이 한나라당인 동네이다 보니 야권연대가 아니라 더한 것도 의미는 있습니다. 거기다 우리는 후보가 없으니 남들 하라는데로 같이 가야지 혼자만 야권연대 안한다고 하면 우리만 우스운 조직이 되겠고...

- 지금 같은 반MB 야권연대는 이번 한번으로 그만입니다. 이번 한번이면 충분히 창피합니다. 더 이상은 안됩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2012년 총선과 대선 때에도 힘없는 진보진영의 자격으로 야권연대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100번 양보해서 야권연대를 한다고 해도 힘있는 진보진영 중심으로 야권연대 해야 합니다.

- 더 이상 힘없는 진보진영으로서의 야권연대는 무의미합니다. 차라리 진보의 가치로 대중을 만나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습니다. 야권연대도 우리 힘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입니다. 한국사회의 진보를 위해 조직된, 계급적으로 각성된 노동자들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욕을 먹어 가면서까지 민주노총, 노동운동 하는 것이고, 시민단체도 그 욕을 먹으면서까지 시민을 조직할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 마찬가지로 우리 당도 한국사회에서 튼튼하게 깊게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국사회를 진보시키는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자 계급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진보정치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좀 다르겠지요.

- 힘도 없고, 조직도 없고, 후보도 없어서 이번 선거 시기에는 야권연대도 창피하게 휩쓸려 갑니다만 앞으로는 이렇게 가서는 절대로 안될 듯 합니다. 우리 당의 생명이 2012년을 기점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만 대충 없어질 듯 합니다. 통합이 되던가요. 그것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두려운 것은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우리의 잘못으로 강릉지역의 진보를 말아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 2012년까지의 장기전략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가 처음 강릉당협 만들 때 선거에 목숨 거는 조직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잖습니까? 진보를 위한 생활정치조직, 지역 민중운동 조직, 새로운 진보를 꿈꾸는 동지들의 사랑방, 인간냄새 풀풀 나는 삶터, 노동자 계급과 땀 냄새 섞는 공간, 지역민과 애환을 나누는 선술집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낮고 어두운 곳으로 향하고자 모였을 겁니다.

- 장기전략으로 차근히 무엇인가를 하면서, 시기별 투쟁을 알차게 진행했으면 합니다.

동지들을 사랑합니다.

작성일 : 2010-04-24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