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 금 논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삭이 피고 있습니다. 처서 무렵 비가 오면 이삭이 펴고 여무는데 지장이 있다고 하는데, 계속되는 가을장마에도 벼들은 이겨내겠지요. 모내기 한지 3개월이 지나자, 어린 벼들이 아이들 키만큼 자랐고, 곁겨가 벌어지며 벼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품종에 따라 빨리 피어 벼 알이 꽉차기 시작한 이삭부터 이제 막 가루받이를 시작하는 이삭도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쌀 한 알, 한 알이 될 이삭마다 피는 아름다운 꽃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삭 꽃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농부들의 땀 뒤에 오는  결실이기 때문일겁니다. 또 수 천 년 간 내려온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밥이라는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일겁니다.

연 일 비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논은 묵묵히 쏟아지는 물을 받으며 일정량의 물을 품어 안아 큰 홍수를 막아줍니다. 전국에 있는 논에 담겨 있는 물의 총량은 소양댐 저수량이 27억 톤이라는데 이와 버금가는 28억 톤이라 합니다.(2007년 기준)

그 리고 논의 벼는 오염된 공기를 정화 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벼에서 나오는 산소 는 연간 1000만 톤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대기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리고 게아재비, 소금쟁이, 개구리, 우렁이, 물방게 등 수 많은 수중생물들의 살아 숨 쉬는 생태계 역할을 하고 있어 이 땅에 논이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에게 헤아릴 수 없는 이로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열 대우림이 사라지면서 아마존이 울듯이, 우리 땅의 논이 울고 있습니다. 이 땅의 농부들도 울고 있습니다. 열대림이 사라지는 것은 지구의 재양이듯이, 우리 논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 땅에 재앙을 부르는 일입니다.  논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20007년 1 년 만에 서울 면적의 1/4이나 되는 논이 사라졌고, 최근 10년 동안 사라진 논의 면적은 8만 헥타르 정도로 서울 면적의 1,3배정도 된다고 합니다. 수치로만 보면 이런 속도로 논이 사라진다면 150년 뒤 이 땅에서 논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농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10여년이 고비입니다. 나라 정책으로 또는 시민들의 의지로 다양한 형태의 귀농이 되지 않으면 지금 생존하신 시골 노인분들 끝으로 소농은 거의 사라질겁니다.

2.

나라 쌀 창고에는 의무적으로 수입해야하는 쌀과 대북지원으로 나가야 할 쌀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있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쌀이 남아돈다고 지혜없이 농업을 팽개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최 근 국제시장에서 다시 곡물가격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가뭄으로 곡물수출 중단했고 폭우로 피해를 본 중국은 대량으로 쌀 구매계약을 베트남과 체결했다고 합니다. 곳간 비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불과 몇 년 전 곡물파동이 일어났을 때, 쌀의 나라 필리핀에서는 농업을 팽개치는 정책 때문에 쌀이 부족하게 되어 국민들은 줄을 서서 쌀 배급을 받을 정도 였습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5%안팎인데 선진국에서는 어떻든지 식량 자급률 100%이상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라는게 수출만 잘 하는게 아니라 자기 먹을 것은 미리 대비하는게 제대로 된 나라이겠지요,

이 땅에 논은, 여기서 나오는 쌀은, 이 쌀을 생산하는 농부는, 온 생명을 지켜내는 보금자리이자 생명의 근원입니다. 식량이 부족할 때 이들의 존재는 곧 우리의 목숨입니다. 지금처럼 식량이 남아돌아 하찮다고 경시해버리면 막다른 지경에 갔을 때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작성일 : 2010-09-01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