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도 시골에서 소죽을 끓여서 소를 키우시는 할아버님 집에 구정인사를 드리려 갔습니다. 방안 화로에 숯불을 가득 피워 두셨더군요. 차가운 밤, 방을 덥히고 새벽이면 다 타고 남은 재는 저절로 식겠죠. 이렇게 자연의 재는 시간이 가면 저절로 식는데 첨단과학이라는 인위적으로 만든 원자력 재는 식지않더군요.

자연의 재는 거름으로 밭으로 돌아가건만 원전의 재는 자손대대로 불안을 넘겨주며 보관을 해야하며, 또 그 재를 식히는 과정에 전기를 써야한다는데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 된 현대문명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재야 시민과학자로 평생 반핵운동을 하신 다카기 선생은 이렇게 빗대어 말했습니다.“자연에서 추출한 ‘제2의 자연’이 원래자연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있다고”

이번 일본 원전 재앙에 눈에 자주 띈 단어가 ‘통제 불능’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인간이 만든 불안전할 수밖에 없는 과학기술들이 어느 한계를 넘어서버리면 손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재앙의 판도라는 열려져 버립니다.이 괴물 원자력이 탄생되는 배경은 과학의 발전(?)에서 기인된 것이겠지만, 커져만 가는 도시문명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지구 인구 절반 넘는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살고 있는데 이 도시 팽창이 원자력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마 도시 팽창도 원전처럼 통제 불능일 정도이지 않나싶습니다.

생명의 터전인 논, 밭 갯벌을 밀어버리고 그 곳에 도시를 지어 에너지를 충당하려면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야되겠지요. 도시가 점점 더 팽창할수록 에너지 관리는 초집중방식으로 변해갑니다.도쿄나 서울의 밤이 대낮처럼 불을 켜는 한 원전을 부를 수밖에 없고, 경제가 세계시장에서 이윤경쟁을 위한 경쟁놀음에 빠져 있는 한 원전을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의 통제불능은 건설 마피아족들입니다. 우리가 에너지의 풍요로움에 빠져들며 살아가다보니 민영화를 비롯해서 에너지 통제권을 모두 건설 마피아족들에게 넘겨 줘버립니다. 일본의 도쿄전력이 그동안 수많은 사고를 감추며 이번 사고에서도 전후 내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 온 산천이 핵쓰레기로 덮힐 때 까지 토목을 위한 건설을 하고 또 해댑니다.

2.

이러다보니 우리는 디스토피아 임계점에 점점 다가가고 있지않나 싶습니다. 아니 이미 너무나 가까이 와 버렸는 줄 모릅니다. 핵무기 위험만으로도 ‘종말의 시계지침’이 자정 5-10분전을 왔다갔다 하는데 이제 원전의 위험까지 더해져 미래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자본 논리가 관철되는 세계화가 지역화로 되돌아 가야하듯, 에너지 집중화는 분산되어야합니다. 이 분산의 시작점은 너무나 변해버린 도시인 후예들의 서구 사고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이웃을 동일시하는 생태관을 다시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제역의 근본 대책이 백신이 아니라 음식문화의 전환에 있듯이, 에너지 과잉소비를 부르고 지속 될 수 없는  현대 도시문명에서 생태적 전환을 해야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당장의 전환은 어려워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본 이윤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살림살이 경제로 재편되어야하고요.

일본 도코의 어린 아이들이  방사능 노출을 막는 특수 모자를 쓴 채 등교하는 사진이 잊혀지지않습니다. 경제수단은 단순했지만 삶만큼은 넉넉했던 우리 조상들은 후손을 위해 조신하며 함부로 살지 않았는데, 천박한 산업문명에 사는 우리 현 세대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는걸까요?

작성일 : 2011-03-19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