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강원 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쌈짓돈'"<전공노>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전국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강원도청과 18개 시군으로부터 단체장·부단체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jlee@yna.co.kr

대부분 집행 규정 어긴 채 주먹구구식 사용
사적 사용, 증비서류 미제출, 접대경비 과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강원도와 각 시.군 단체장이 시책 추진 등을 위한 업무추진비를 자신의 주머니 쌈짓돈인 양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는 3일 강원도청과 18개 시.군으로부터 2004년 9월부터 2005년 3월까지,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단체장·부단체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강원도청의 경우 업무추진비의 1년 예산은 7억원을 넘었고 강릉ㆍ원주ㆍ춘천 3개 시.군은 4억원, 나머지 시.군은 2억~3억원에 달했지만 규정 대로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기관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추진비 집행 시 대표적 부당 사례는 ▲증빙서와 사용내역이 명시되지 않은 채 현금 지출 ▲공직선거법 위반이 의심되는 선심성 비용 ▲ 접대성 경비의 과다 ▲사적인 용도 등이다.

   특히 강원도청은 2004년 9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모두 44차례에 걸쳐 7천238만원의 접대성 경비에 대해 명단을 첨부하지 않은 채 부당 지출했고, 유력 정치인에 대한 경조화환 등 시책과 관련이 없는 사적인 부분에서 업무추진비를 다수 사용했다.

   또 원주시 부단체장의 경우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자신의 근무지가 아닌 거주지의 '지역 인사 간담 만찬' 등의 명목으로 10차례에 걸쳐 총 299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나 사적 용도로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춘천시는 2006년 12월께 시책추진 자문과 관련해 지역인사에게 만찬을 제공하면서 1인 3만원을 초과 집행하는 등 총 7건에 700만원이 접대성 경비로 과다 지출된 것으로 지적됐다.

   동해시 부단체장은 경조사비 지출대상이 아닌 인접 시.군 단체장 등 유관기관 관계자의 경조사 비용으로 32건에 160만원을 부당 지출했고, 직원 경조사비 지출 시 단체장ㆍ부단체장ㆍ자치행정국장이 3중 지급한 사례도 16건에 달했다.

   속초시는 2007년 6월 뇌물수수죄로 복역 중인 전 고성군수에게 영치금 명목으로 30만원이 지출됐고, 횡성군은 격무부서 직원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지출하면서 특정 직원을 통해 지급된 사례 만 25건에 566만원에 달했다.

   영월군은 77건에 5천276만원의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특산품 또는 기념품 구입해 사용했으나 누구에게 전달했는 지 불분명해 전용 의혹이 제기됐다.

   양양군은 업무추진비 중 신용카드 사용 비율이 20%이고 나머지 80%는 모두 현금이나 무통장 처리하는 등 신용카드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나 회계처리 과정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밖에 일부 시.군은 의회, 언론, 경찰 관계자 등에 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중남 전공노 강원지역본부장은 "위반 사례를 각 시.군에 통보하고 해명이 미흡거나 제기된 의혹이 소명되지 않으면 검찰, 감사원, 선관위 등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무추진비는 행정의 투명성에 대한 척도인 만큼 집행 내역의 공개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며 "업무추진비 예산이 도민들로부터 나왔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조그만 예산도 책임진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jlee@yna.co.kr